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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un 06. 2024

브랜딩이 소비자에게 필요한 이유 (1)


소비자에게는 브랜드가 왜 필요할까? 더 정확히 물어보자면 소비자는 왜 브랜드에 열광할까? 2년 가까이 브랜딩 관련 모임을 진행하면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수없이 했던 것 같다. 내가 얻은 답은, 브랜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사랑과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성이 아닌 감성이 앞서는 행위다. 이성은 그 감성을 뒤늦게 해석하는 일종의 해몽가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왜 사랑하는지에 대한 답을 뒤늦게 찾는 것이다.


무엇이 소비자로 하여금 브랜드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일까?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불편함을 없애 주는 편안함과 결핍을 채워 주는 충족감.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수많은 선택지를 고려해야 하는 불편함을 단 하나의 선택지로 바꾸어 주는 편안함 그리고 정체성의 결핍을 채워 주는 충족감이다.


1. 선택지를 줄여 주는 편안함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정보의 바다’라 불렸다. 말 그대로 정보가 순식간에 급증해서 바다처럼 넘쳐났기 때문이다. 오늘날 ‘정보의 바다’라는 표현은 충분하지 않다. 컴퓨터를 넘어 휴대폰과 손목시계, 그리고 헤드셋 등으로 인터넷이 확장되면서 정보는 공기와 같이 우리가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2011년에 이미 이틀마다 5 엑사바이트(exabyte)의 콘텐츠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지구의 시작부터 2003년까지 인간의 입에서 나온 모든 말을 저장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단위가 5 엑사바이트다. 어쩌면 우리는 정보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보 중에서도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적극적인 광고는 우리의 눈과 귀를 하루 종일 따라다닌다. 눈을 뜨고 귀를 열고 있다면 광고 메시지를 피하려야 피할 수 없다. 매일 우리에게 노출되는 광고의 숫자는 어느 정도일까? 100개? 1,000개? 아니다. 2017년 <포브스(Forbes)> 기사에 따르면 적게는 3,000개에서 많게는 10,000개에 달한다. 각 광고에 담긴 수많은 메시지까지 고려한다면 우리는 숨 막히게 많은 광고 메시지에 둘러싸여 있다. 소비자가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할 때 날이 갈수록 불편함을 크게 느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를 선택 과부하(choice overload)라고 부른다. 정보가 너무나도 많아서 이를 모두 이해할 수 없고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결정에 대한 두려움도 커진다. 결국 선택에 대한 책임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이럴 때 ‘믿을만한 브랜드’는 선택 과부하라는 불편함을 단번에 해결해 준다. 노트북을 사려고 하는데 정보가 부족한 사람이라면 아마도 ‘삼성’이나 ‘LG’ 노트북을 고려할 것이다. 다소 비싸더라도 그게 여러모로 편하기 때문이다. CPU니 RAM이니 그래픽 카드니 하는 정보를 일일이 비교할 필요가 없다. 그냥 브랜드를 믿고 사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과거에 브랜드는 좋은 품질의 상징이었다. 나이키 운동화는 가품인 나이스 운동화보다 튼튼했고 착용감도 월등히 좋았다. 말하지 않아도 진품과 가품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브랜드만 보고 사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요즘은 그렇지 않다. 진품과 가품을 품질만으로 구별하기는 힘들다. 심지어 가품의 품질이 더 좋은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과거와 같이 브랜드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것이 우리에게 편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우리 뇌에 편안함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몸무게의 2%밖에 되지 않지만 소모하는 에너지는 20%에 달한다. 생존을 위해 불필요한 뇌의 활동을 최소화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대부분의 결정을 숙고하지 않고 반사적이고 자동적으로 하는 이유는 뇌의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다. 일종의 생존 본능이다. 브랜드는 이러한 생존 본능에 부합한다. 불편한 선택의 과정을 단순하게 만들어 소비자에게 편안함을 선사해 준다. 브랜드는 그런 힘을 갖고 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540618




사진: UnsplashMathias Re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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