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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un 07. 2024

브랜딩이 소비자에게 필요한 이유 (2)


2. 정체성의 결핍을 채워 주는 충족감


2017년부터 독서 모임을 비롯하여 다양한 모임을 진행해 왔다. 모임의 주제에 따라, 모인 사람의 연령대에 따라, 나누는 이야기는 달랐지만 그 모든 것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다면 ‘나’라고 할 수 있다. 대화의 종착지는 결국 ‘나’에 관한 것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세대별로 ‘나’에 대한 확신의 정도가 다르다는 점이었다. X세대에서 Z세대로 갈수록 정체성이 흐릿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이를 간략히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세대 구분은 개략적인 경향성 정도로만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X세대는 “나는 이것을 원한다!”

M(밀레니엄) 세대는 “나는 무엇을 원하지?”

Z세대는 “나는 무엇을 원해야 하지?”


철학자 이졸데 카림(Isolde Charim)도 세대별로 나누어 개인주의를 설명했는데 정체성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를 우리나라 사람에 빗대어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1세대 개인주의자는 “나는 한국인이야”

2세대 개인주의자는 “나는 남성이야”

3세대 개인주의자는 “나는 누구든 될 수 있어. 그래서 나는 누구지?”


1세대 개인주의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국가와 결부시킨다. 한국인다움이 곧 나다움이 된다. 2세대 개인주의자는 국가와 같은 거대 공동체가 아니라 개인의 젠더, 신념, 취향, 지향성 등과 같이 개인화된 정체성을 갖는다. 3세대 개인주의자가 특이하다. 1세대, 2세대 개인주의자와 같은 확실한 정체성이 없다. 누구든 될 수 있다 보니 그 누구도 될 수 없다.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규정해야 할지를 끝없이 묻고 또 묻는다. 명확한 기준점이 없다 보니 외부의 도움을 청하거나 외부의 기준을 그대로 따르기도 한다. 요즘 세대가 나를 구체적으로 정의해 주는 MBTI 등에 과몰입하는 현상도 이와 관련이 있지 않나 싶다.


소비자가 브랜드에 점점 더 몰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는 단순히 브랜드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를 구매함으로써 정체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나이키를 구매하면서 ‘그냥 하는 사람(Just Do It)’이라는 정체성의 조각을 획득하고, 애플 마니아가 됨으로써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Think

Different)’이라는 정체성의 조각을 얻는다. 흐릿한 본인의 정체성을 브랜드로 명확하게 만들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도 드러내는 것이다.


브랜드는 본인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도 다르게 만든다.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었던 한 영상이 이를 잘 보여 준다. <흑인이 스타벅스 라테를 마셔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영상 속 주인공은 같은 흑인 남성들에게 스타벅스 컵을 들고 다니라고 조언한다. 이어서 영상에 함께 나온 친구들에게 컵을 건네며 스타벅스 컵을 들고 있을 때 자신들이 얼마나 평범하고 안전해 보이는지를 설명한다. 그의 말처럼 스타벅스 종이컵을 드는 순간 더 상냥하고 더 무해한 사람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는 이어서 자조적인 말까지 덧붙인다. “이렇게 스타벅스를 손

에 들고 다니면 밖에 나가도 경찰이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브랜드가 한 사람의 정체성을 순식간에 바꾸는 것이다. 타인의 눈에도 말이다.


점점 더 많은 브랜드가 광고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보여 주기보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소비자가 겪는 정체성의 결핍을 해소해 주기 위해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최고 논문 부문에서 맥킨지상을 4회나 수상한 테오도르 레빗(Theodore H. Levitt)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고객은 0.25인치 드릴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0.25인치 구멍을 원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드릴’이 아니라 드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구멍’ 임을 강조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 생산자 입장에서 제품과 서비스의 장점인 메리트(merit)를 어필하지 말고, 소비자 입장에서 얻을 수 있는 효용인 베네핏(benefit)을 이야기하라는 말이다. 브랜딩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소비자가 그 구멍을 통해 어떠한 정체성(identity)을 획득할 수 있는지를 제안하는 것이다. 0.25인치 구멍을 통해 옷장을 만들려는 사람에게는 세계적인 여성복 디자이너라는 정체성을 전한다. 0.25인치 구멍에 농구대를 걸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NBA 스타라는 정체성을 획득하게 해 준다. 브랜딩은 베네핏에 머물지 않고 정체성까지 제안한다. 좋은 브랜드는 이를 설득력 있게 말하고 소비자는 이에 열광한다.


지금까지 생산자와 소비자 관점에서 브랜딩이 필요한 이유를 알아봤다. 필요성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브랜딩에 대한 나만의 그림이 어느 정도 그려졌을 것이다. 이제 이 그림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 보자. 마케팅이 그러하듯 브랜딩도 그 정의가 다양하다. 아니 마케팅보다 훨씬 다양하고 훨씬 복잡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가장 단순했던 때로 돌아가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브랜딩이 탄생했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보는 것이다. 지금부터 브랜딩의 시작점으로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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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Mathias Re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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