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패션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컨퍼런스 & 미디어 플랫폼 디토앤디토에 기고한 글입니다.
한 대표님이 조언을 구해왔다. 다양한 문제로 고심하는 듯 보였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제는 결국 한 가지였다. '고객이 반응하는 마케팅 메시지'를 제대로 찾지 못한 것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팔리는 메시지'를 못 찾은 것이다. 외부 전문가에게 맡겨 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이야기를 곰곰이 듣다가 대표님에게 물었다. "자사몰에 고객 후기는 많이 쌓였나요?" 그렇다는 답변을 듣고 고객 후기를 꼼꼼히 읽어보았다. 예상대로 그곳에 답이 있었다. '팔리는 메시지'가 가득했다. 며칠 후에 조언을 드렸다. "고객 후기를 광고에 그대로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떠세요?" 며칠 후부터 대표님은 광고에 고객 후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 팔리는 메시지는 브랜드가 아닌 ‘고객’의 목소리
소비자는 생산자의 말을 잘 믿지 않는다. 같은 소비자의 말을 신뢰한다. 세계적인 전략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Company)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평가할 때 회사의 직접적 마케팅에 영향을 받는 비율은 1/3 뿐이다. 나머지 2/3는 고객 후기, 지인의 추천 등 소비자가 만들어 낸 정보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만들어낸 정보인 고객 후기는 팔리는 메시지라는 말이다. 회사에게 엄청난 무기라는 소리다. 이렇게 엄청난 무기를 상당수 기업들은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그저 자사몰에 단순 진열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고객을 '사는 사람'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은 '사는 사람'이자 브랜드에 만족하면 자발적으로 '파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고객의 리뷰를 활용한 인스타그램 광고. 사진 출처: 오픈애즈
고객을 ‘사는 사람’으로만 보지 않고, ‘파는 사람’으로도 보면 새로운 가능성이 보인다. 위에서 말한 대로 고객 후기를 광고에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단, 후기를 마케팅에 활용할 때는 몇 가지 유의사항이 있다.
예를 들어, 고객 후기의 내용이 사실인지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법적 동의를 얻어 후기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후기 내용 중 비판적인 피드백이 포함될 수 있기에 이를 잘 필터링하고 관리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과정을 제대로 거쳤다면 고객 후기를 따옴표("")에 넣어서 평점과 함께 생생하게 다른 고객에게 전해보자. 생산자의 목소리가 아닌 같은 소비자의 목소리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 나아진 광고효율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 이동하는 광고판을 활용하라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한다면 구매 고객을 브랜드의 홍보대사로 만들 수 있다. 바로 쇼핑백을 통해서 말이다. 브랜드 로고가 박힌 쇼핑백은 그 자체로 강력한 광고다. 버스나 택시 광고처럼 이동하는 광고판이자, 고객 후기와 같은 구매인증이자, 온라인 쇼핑몰의 배너광고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이 단순히 제품을 운반하는 용도가 아니라, 쇼핑백을 들고 다니면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강하게 각인시킬 수 있도록 쇼핑백을 디자인해야 한다.
힙한 패션 브랜드의 대명사 아더에러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쇼핑백을 극단적으로 크게 만들어서 모든 구매고객을 홍보대사로 만든 것이다. 아더에러 매장 근처의 모든 잠재고객에게 브랜드를 강렬하게 알렸다. 회사가 아닌 고객을 통해서 말이다.
사진 출처: 아더에러 인스타그램
고객에게 더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할 수도 있다. 브랜드 앰배서더로 선정하는 것이다. 작은 기업은 돈도 시간도 부족하기에 앰배서더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시스템을 도입하여 충성 고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또한, 고객을 앰배서더로 선정할 때 단순한 물질적 혜택 외에도 정서적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앰배서더 전용 커뮤니티를 만들어 참여를 독려하거나, 독점 이벤트 초대를 통해 자부심을 고취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은 브랜드를 자발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알리는 '찐' 브랜드 앰배서더가 된다.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알리는 룰루레몬 브랜드 앰배서더.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 브랜드를 대표하는 앰배서더는 누구?
기존 고객이 없는 신생 브랜드라면, 해당 업계의 전문가를 앰배서더로 활용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문가 앰배서더를 통해 일종의 네트워킹 효과를 노려 브랜드 인지도를 자연스럽게 확장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전문가들이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가능하다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바이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를 잘 해낸 브랜드가 캠핑용 아이스박스로 잘 알려진 예티(Yeti)다. 예티는 제품 출시 전부터 아웃도어 가이드와 어부를 '예티 앰배서더'로 선정하고 이들에 집중하는 마케팅 활동을 했다. 이를 통해 바이럴에 성공했고 기존의 아이스박스보다 20배 이상 더 비싼 자사 제품을 성공적으로 판매하며 아이스박스계의 롤스로이스로 불리게 되었다.
사진 출처: 예티 공식 웹사이트
때로는 다른 회사가 팔게 할 수 있다. 패션 브랜드라면 잠재 고객이 선망하는 집단의 유니폼을 만들어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용할 수 있다. 매출 1,000억 신화를 달성한 마뗑킴이 최근에 이를 잘 활용했다. 대중에게 매력적인 외모로 연상되는 객실 승무원의 유니폼을 만든 것이다. 그것도 최근 힙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에어로케이의 승무원 유니폼을 만들었다. 승무원의 활동성과 실용성을 높이고 유니크한 디자인을 더한 맥시 후디 점퍼와 클러치 벨트 백 등 소비자도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출시하며 화제를 일으켰다. 이로써 에어로케이의 승무원은 자연스레 마뗑킴의 브랜드 앰배서더가 되었다.
사진 출처: 에어로케이 공식 인스타그램
극소수의 TV 스타만 브랜드의 모델이 되었던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백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메가 인플루언서뿐만 아니라, 팔로워가 1,000명 밖에 안 되는 나노 인플루언서까지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대다. 이러한 흐름의 끝은 무엇일까? 모든 사람이 브랜드 앰배서더가 되는 시대다. 현대미술가 앤디 워홀이 "누구나 15분 동안 유명해질 날이 올 것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작은 기업은 이러한 트렌드에 가장 빠르게 올라타야 한다. 대기업이 굼뜨게 움직일 때 작은 기업은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고객을 단순히 사는 사람이 아닌 파는 사람으로도 보아야 한다. 그리고 고객이 우리 제품을 팔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모든 고객을 브랜드 앰배서더로 만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