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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인사이트 트립 (1): 맛

by 캡선생

좋아하는 대표님들과 급 도쿄를 가게 되었다. 목적은 하나. ‘인사이트’를 얻자. 그동안 도쿄를 자주 방문했고 늘 새로운 생각을 얻었지만, 사실 여행이 먼저였고 인사이트는 부수적으로 따라오곤 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인사이트가 메인이었다. 2박 3일 동안 각자가 하루 가이드가 되어 진행한 도쿄 인사이트 트립 이야기를 3주간 나눠보려고 한다. 먼저 ‘맛’에서 얻은 인사이트다.


1. 방식 (소의달인 아사쿠사점. 牛の達人 浅草店)

칼국수 집은 김치가 맛있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콩국수도 마찬가지다. 메인 요리가 상향 평준화될수록 결국 ‘어디가 반찬이 더 맛있냐’는 싸움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고깃집도 마찬가지다. 고기맛이 상향 평준화될수록 경쟁력은 ‘점원이 직접 구워주느냐’, ‘어떤 반찬을 어떤 흐름으로 내느냐’ 같은 부가 요소로 옮겨간다. 실제로 서울의 유명 고깃집은 차돌된장찌개가 맛있어서 찾는다는 후기가 많다.


이번 인사이트 트립에서도 고깃집을 방문했는데, 고기 맛도 훌륭했지만 더 강렬했던 건 ‘소금을 경험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한국은 대부분 알갱이 소금이 기본인데, 이 집은 딱딱한 소금 블록을 내주고 뜨거운 고기를 그 위에 비벼 소금을 묻히는 방식이었다.


소금 맛 자체는 특별하지 않았다. 하지만 ‘방식’이 달라지니 경험이 달라졌다. 소금 블록 위에 고기를 비비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게 되고, SNS에 올릴 만한 장면이 된다. 맛은 제삼자에게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 제한적이지만, 경험의 방식은 얼마든지 차별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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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형식 (이자카야 이세히로 교바시본점. 伊勢廣 京橋本店)


일본에 가면 꼭 먹어야 할 음식들이 많다. 스시, 라멘, 소바, 와규 등등. 그리고 야키토리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이자카야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장인이 부채질하며 굽는 ‘제대로 된’ 야키토리는 일본에서 즐겨야 제맛이지라는 생각이 있다.


이번에도 야키토리를 먹으러 갔는데, 이곳은 단순히 꼬치에 고기를 꽂아 굽는 집이 아니었다. 저녁에 술안주로 먹는 야키토리뿐 아니라 점심 메뉴로 ‘야키토리동’을 파는 집이었다. 일본은 밥 위에 무언가를 얹어내는 ‘동(丼)’ 형식이 자연스러운 문화다. 규동(소고기), 카이센동(해산물), 우나동(장어)은 익숙하지만, 야키토리동은 처음이었다.


맛은 어땠을까? 밥 그릇을 젓가락으로 긁어먹을 정도였다. 술안주로 먹는 야키토리와는 또 다른 감각이었다(그래도 생맥주와 함께 먹기는 했다). 같은 재료라도 어떤 형식으로 제공하느냐에 따라 음식의 맥락이 달라진다. 술안주가 점심 식사가 되고, 밤문화 메뉴가 낮의 캐주얼 메뉴가 된다. 형식의 차이가 맥락을 바꾼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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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준 (Nihonshu Genka Sakagura Shinjuku Higashi guchi East Exit. 日本酒原価酒蔵 新宿東口店)


개인적으로 신주쿠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케집에서도 인사이트를 얻었다. 사케게 제공되는 양은 보통 마스(넘치도록 따르는 잔), 도쿠리(작은 호리병), 보틀(병)로 나뉜다. 업계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사실상의 표준이다.


그런데 이 집은 물약병 같은 용기에 사케를 담아 준다. 따라보면 딱 세 잔이 나온다. 세 사람이 가서 한 잔씩 맛보기에 최적화된 양이다. 왜 이렇게 할까? 다양한 사케를 부담 없는 가격에 맛보게 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사케 카드’가 함께 나온다. 직원이 매번 병을 들고 와 설명하는 건 운영상 비효율이니, 카드로 어떤 사케인지 보여주는 방식이다. 마치 우리나라 카페에서 원두 카드를 주는 것처럼.


이 시스템 덕분에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높은 ‘지콘, 주욘다이, 아라마사’ 같은 프리미엄 사케(우리나라에선 3대 사케라 불림)도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 특정 요일에만 주문할 수 있는데, 운이 좋게도 이날 약 8천 원 정도에 지콘을 맛볼 수 있었다. 잘 익은 ‘배’ 향이 나는 깔끔한 스타일이었다.


업계 기준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타깃의 니즈에 맞게 기준을 다시 설계하는 것. 이 지점에서 경쟁력이 생긴다. ‘우리만의 기준’을 만드는 것. 이것이 차별화이고, 브랜드 철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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