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도쿄 인사이트 트립 (2): 액티비티

by 캡선생



https://brunch.co.kr/@kap/1655


여행을 가서 액티비티를 해본 적이 그리 많지 않다. 동남아시아에 가면 무조건 해야 할 것만 같은 해양스포츠 정도를 제외하면, 여행 전에 액티비티를 따로 신청한다는 생각 자체를 잘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여행을 함께한 대표님들이 각각 하나씩 액티비티를 예약해 두었고, 덕분에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 같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번 주 인사이트는 도쿄에서 직접 경험한 액티비티다.


1. 맛차 만들기 클래스


도쿄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풀고, 음식을 먹은 뒤(1편에 나온 야키토리동) 바로 아사쿠사로 향했다. 맛차 만들기 클래스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택시를 타는 일이 그리 특별하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그 가격 때문에 ‘럭셔리’ 소비에 가깝다. 긴자와 마루노우치의 바쁜 거리를 지나 아사쿠사에 들어서자 관광객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아사쿠사의 대표 명소 센소지가 보일 즈음 택시에서 내려 키카 크고 날씬한 빌딩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버튼 옆에는 6층은 ‘맛차 만들기 클래스’, 7층은 ‘스시 만들기 클래스’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6층 문이 열리자 이미 자리를 가득 채운 외국인의 모습이 보였다. 동양인은 우리 셋뿐이었다. 테이블 위에는 검은 트레이 위에 붕어빵 모양의 과자 하나, 모찌 두 개, 그리고 사발과 브러쉬 같은 도구(알고보니 말차거품기라 할 수 있는 차센)가 놓여 있었다.

KakaoTalk_20251201_111821498_01.jpg
KakaoTalk_20251201_111821498_02.jpg

곧 클래스가 시작되었고, 진행자는 PPT를 띄워 맛차의 역사, 도구, 만드는 법 등을 설명했다. 중간중간 질문을 던지며 분위기를 띄웠는데, 아쉽게도 답을 맞춰도 선물은 없었다. 설명 후 본격적인 실습이 이어졌는데, 사실 맛차를 만드는 데만 집중하면 1-2분이면 끝날 과정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그 짧은 시간을 일본 문화와 예법으로 ‘경험의 시간’으로 확장시켰다. 물을 붓는 동안 일본어 숫자를 1부터 9까지 소리 내게 하고, 도구를 옆 사람에게 건넬 때는 일본식 목례를 하게 하며, 완성된 맛차는 그릇을 두 번 돌려 마시게 했다. 효율만 보면 10분이면 될 단순 클래스를 일본식 맥락을 더해 1시간짜리 액티비티로 확장한 셈이다.

KakaoTalk_20251201_111821498_03.jpg
KakaoTalk_20251201_111821498_04.jpg
KakaoTalk_20251201_111821498_05.jpg
KakaoTalk_20251201_111821498_06.jpg
KakaoTalk_20251201_111821498_07.jpg

마지막에는 팁 대신 구글 평점을 요청했다. 리뷰 하나가 관광 액티비티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잘 아는 모습이었다. ‘별거 아닌 것을 별거처럼 만드는 능력’. 정확히 말하면, 평범한 과정을 경험의 서사로 바꾸는 능력이 인상 깊었다.


2. 황궁런


한국에서 런닝은 그 열풍만큼이나 말도 많다. 혼자 조용히 달리는 런닝은 괜찮지만, 여럿이 모여 뛰거나 SNS 인증샷을 올리면 본질에서 벗어났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도 비슷하다. 황궁 주변을 달리며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들을 ‘허세 런닝’이라고 생각하는 시선이 있다고 한다. 나는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한 번쯤 꼭 달려보고 싶었다. 파리 에펠탑,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상하이 와이탄 같은 랜드마크를 뛰는 건 여행자가 그 나라의 거주자가 되는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문제는 옷과 신발이다. 챙기기 번거롭고, 땀에 젖은 옷을 세탁해야 한다는 생각에 늘 포기했다. 그런데 황궁 근처에 있는 아식스 런 스테이션에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신발, 옷은 물론이고 샤워까지 해결되는 공간이었다. 황궁 코스는 3.5km, 10km, 20km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었고, 지도도 제공됐다.

KakaoTalk_20251201_111910158 (1).jpg
KakaoTalk_20251201_112506878_05.jpg
KakaoTalk_20251201_112506878_10.jpg



평소 러너들의 극찬이 자자했던 아식스를 신고 달려보고 싶었던 터라 여러모로 좋았다. 신발은 러닝 실력에 따라 나뉘어 있었고, 반팔/반바지부터 바람막이, 모자까지 풀셋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바람이 불었지만 서울 11월보다 덜 추워 긴바지에 바람막이를 입고 뛰니 1km 지나자 땀이 배어나왔다. 코스는 평지라 부담 없었고 유동인구도 많지 않아 쾌적했다. 중간중간 직장인과 스쳐지날 때 ‘남들 일할 때 노는 여행자의 특권’을 실감하기도 했다.

KakaoTalk_20251201_111910158_08 (1).jpg
도쿄 황궁런


샤워실에는 샴푸, 바디클렌저, 페이셜 폼까지 다 준비되어 있어 챙길 게 없었다. 달리기 좋은 지역이라면 이런 시설이 당연해질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러닝이 취미가 아니라 여행 경험의 일부가 되는 시대다.


도쿄의 액티비티는 ‘무엇’보다 ‘어떻게’가 핵심이었다. 맛차 만들기든 황궁런이든, 행동 자체보다 그 행동을 하나의 이야기로 확장시키는 힘이 있었다. 이건 관광업뿐 아니라 브랜드가 배워야 할 지점이다. 같아 보이는 상품도 경험 설계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가 된다.


퇴사가 고민이라면, 이 책부터 읽어보세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7556693


keyword
이전 05화도쿄 인사이트 트립 (1):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