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인사이트 트립 (3): 디테일

by 캡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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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뉜다. "우리나라랑 비슷하던데?"와 "우리나라랑 전혀 다르던데?"이다. 숲을 보는 사람은 대개 전자의 반응을, 나무를 보는 사람은 대개 후자의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다시 말해, 쉽게 지나치게 되는 디테일을 발견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보게 되는 것 같다. 오늘은 이 사소함이 만드는 차이, 즉 디테일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해볼까 한다.


1. 최고의 맛을 위한 디테일


우리나라의 청담동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명품 브랜드 건물이 즐비한 긴자에 삿포로 생맥주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방문했다. 이름도 긴자 거리에 어울리는 '삿포로 생맥주 블랙 라벨 더 바'이다. 지하에 위치한 이곳을 오전 11시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했는데, 누가 있으려나 싶었지만 신기하게도 정장을 입은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생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삿포로 생맥주의 세 가지 버전을 맛볼 수 있다. 퍼펙트(Perfect), 퍼스트(First), 하이브리드(Hybrid). 우리는 직원 분의 추천을 받아 퍼펙트를 마셨는데, 그야말로 퍼펙트(퍼펙또)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퍼펙트한 맥주를 인당 단 두 잔밖에 마시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 이상을 마시면 생맥주의 최대치의 맛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고객 만족을 위해 컵의 온도까지 맛에 최적화된 온도를 유지하고, 생맥주를 따를 때 거품이 흘러넘치게 따른 후 닦아내는 수고로움까지 마다하지 않는 것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맥주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듯했다.


디테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맥주와 함께 먹을 안주를 주문했는데, 그 퀄리티가 기대 이상이었다. 흡사 생맥주 가게라기보다는 음식 맛집에서 괜찮은 생맥주를 마시는 느낌이 들었다. 알고 보니 몇몇 메뉴는 이미 맛집으로 유명한 브랜드와 콜라보를 해서 제공받는 음식이라고 했다. 맛있는 술도 맛없는 음식과 함께하면 그 맛이 반감이 된다. 이 매장은 이러한 사소함까지 세심하게 고려한 공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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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화로운 조화


도쿄에 처음 가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방문하는 곳이 있다. 바로 아사쿠사, 정확히는 아사쿠사 센소지이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경복궁을 중심으로 한 북촌이나 서촌 느낌이라고나 할까? 일본의 전통 문화가 시각적으로 딱! 하고 보여지는 곳이다.


센소지로 향하는 길에는 기념품과 간식거리를 파는 작은 가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도쿄에 처음 가는 사람들과 함께 여행할 때면 늘 방문하는 곳이라 나에게는 별다를 게 없는 풍경이었다. 동행한 대표님이 말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간판 위에 달린 꽃은 조화인가요?"


통일성 있는 하얀 간판에 검은색 글씨 위로 단풍잎이 늘어서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조화라고 생각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봄에 왔을 때는 벚꽃 모양의 조화였다. 미니멀한 디자인의 간판과 계절에 딱 맞는 조화였다. 그래서인지 저렴한 느낌도, 인위적인 느낌도 받지 못했다. '조화'를 고려한 디테일이 만들어낸, 조화 같지 않은 조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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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커피의 핵심은 원두 그리고?


신주쿠에 가면 종종 들르는 카페가 있다. 스타벅스가 1층에 있는 건물 지하에 있어 관광객들은 길을 헤매다가 잘 찾지 못하는 카페이기도 하다.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오묘한 좋음때문이었다. 사소한 디테일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깨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것만 같은 이름의 카페, 커피 프래질(Coffee Fragile)이다.


좁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소 어두운 재즈바 같은 느낌의 카페가 드러난다. LP로 가득한 벽면을 배경으로 사장님이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직관할 수 있는 바석과 3개의 테이블석이 있어 많은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카페는 아니다. 그래서 사람이 많은 시간대는 피해야 기다리지 않고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원두에 따른 드립 커피와 함께 카페 오레, 홍차, 주스 그리고 몇 가지 디저트를 파는데, 늘 그렇듯 드립 커피와 갸토 쇼콜라 케이크를 주문했다.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어디서나 쉽게 맛볼 수 없는 그런 오묘한 맛이라 믿고 주문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 오묘함이 무엇인지 동행한 대표님의 말을 듣고 알게 되었다.


"어? 물을 가스레인지로 끓이시네요?"


어릴 적 보리차를 끓이듯, 따뜻한 커피를 위한 물을 가스레인지 위의 주전자로 끓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커피 맛에서 물맛이 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돼지고기도 연탄구이냐, 참숯구이냐에 따라 그 풍미와 맛이 달라지듯, 이곳 커피의 오묘한 맛도 가스불로 끓여서일까 싶었다. 그리고 조용한 카페에서 불이 '타닥타닥' 타는 소리마저 커피의 맛을 끓어올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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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다름'은 눈에 띄는 큰 풍경이 아닌, 고객 만족과 미학적 완벽함을 향한 집착과 같은 사소한 디테일에 숨어 있었다. 도쿄는 디테일에 있다(Tokyo is in the detail)


퇴사가 고민이라면, 이 책부터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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