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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y 26. 2022

시험을 잘 보려면 시험을 봐야 한다

시험(Test)


 모든 영어시험을 만점 받은 비법의 마지막(last but not least)은 바로 시험을 보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실 분도 있을 것 같은데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시험을 '많이' 보라는 것이다.


시험의 역할을 많은 사람이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즉 시험을 공부와는 무관하다고 보는 것이다. 시험을 단순히 나의 실력을 점수로 측정하는 혹은 증명하는 도구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시험 그 자체도 정말 중요한 공부이고, 그렇기 때문에 시험을 많이 보는 것은 영어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 평가


시험의 목적은 평가에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평가를 왜 하는 것일까?



대학과 기업의 입장에서는 더 나은 인재를 뽑기 위해서 평가를 할 것이다. 그러면 나 자신에게는 이 '평가'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대학과 기업에게 보여주지 않는 모의고사는 왜 보는 것인가? 바로 나 자신의 실력 측정을 위함이고 이는 본질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함이다.


영어실력이 중급자 정도 되면 상당수는 본인의 영어에 도취되곤 한다. 본인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과대평가하게 되는 경향성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영어모임에서 만난 중급자 정도의 사람들(예전의 나 포함)이 영어시험을 잘 보지 못하고 나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을 자주 들었었다.


원어민도 토익 900점 안 넘는 사람 많데요


토익스피킹은 영어실력이 아니라 시험 스킬로 점수 따는 거라는데요?



이러한 말이 100% 거짓은 아닐 것이다. 일부 그러한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 주위에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영어 원어민들을 보면 영어 시험 점수가 만점에 가깝지 않은 경우는 없다. 심지어 밤새 술을 마신 후 토익시험을 봤는데도 900점 초반대가 나온 원어민 친구도 있었다.(그는 술이 덜 깨서 듣기 때 집중을 잘 못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시험 점수가 잘 나오지 않으면 그것을 시험의 부정확성으로 치부하기보다는 보완할 것이 무엇인지 헤아려 보는 것이 좋다.


나 또한 토익을 만점 받고 영어회화도 전혀 무리 없이 하는데 토익스피킹에서 만점이 안 나오자 초반에는 시험에 문제가 있다고 시험 그 자체를 탓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만점이 안 나오자 내가 부족한 점이 없는지 다시 한번 상기해보면서 보완점을 찾았고 결국 만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나의 찐 영어 실력도 향상되었음은 물론이다. 


모의고사를 보면서 실력을 측정하는 것도 좋지만, 웬만하면 실제 시험을 많이 응시하라고 권유하는 편이다. 실제 시험과 같이 긴장된 상황에서 진짜 나의 취약점을 발견할 수 있고 이것을 개선해야 실제로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영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2. 암기


결론부터 말하면 시험은 암기에 너무나도 도움이 되는 공부법이다.


먼저 시험을 본다는 것은 내가 이전에 공부했던 내용을 상기(recall)하는 활동이다. 그런데 이렇게 일정한 간격을 두고 예전에 공부한 것을 상기하는 것은 암기에 매우 큰 도움이 되는 일종의 SRS(Spaced Repetition System: 간격 반복 시스템)이다. 즉 '공백을 두고' '반복해서 상기'하여 내용을 '머릿속에 각인'하는 좋은 공부법인 것이다.


SRS(Spaced Repetition System: 공백 반복 시스템)는 새로운 단어를 공부하고 그것을 다음날 내가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식으로 공백을 두고 반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단어를 얼마나 잘 기억하고 있는지를 0점(완전히 까먹음)에서 5점(완벽하게 기억함)까지의 척도로 체크하면서 공부를 해나가는 것이다. (...) 만약 완전히 까먹었다면 다시 공부하고 바로 그다음 날 다시 확인해 본다. 그리고 완벽하게 기억한다면 한 달 후에 다시 확인해보는 것이다. 연구 결과 사람이 아닌 동물들도 한 번에 다량의 정보를 배우는 것보다 이처럼 SRS를 통해 배울 때 훨씬 효과적으로 정보를 습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Nikhil Sonnad, 'The scientific, efficient way to learn languages: “spaced repetition”', quartz -
* 본인이 번역



이뿐만이 아니다. 시험에서 안타깝게 틀린 문제와 답은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때 사지선다 문제에서 '지양하다'를 나포함 대부분의 학생들이 '지향하다'의 의미로 받아들여서 틀린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로 우리 학교 친구들은 '지양'과 '지향'을 매우 잘 구분해서 사용한다. 이처럼 어떠한 개념을 암기할 때 아쉬움과 같이 강력한 감정이 개입되면 그 개념은 아주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게 된다. 이처럼 시험은 우리에게 강력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공부법이다.


새로운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감정적이 되면 뇌의 편도체에 자극을 받아 몸에서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러한 두 과정은 기억의 중추인 해마에서 일어나는데 이렇게 감정적으로 변할 때 우리의 기억은 더 선명해진다.

- Lindsay Dodgson, "Emotions and memory: here's the link", world economic forum -
* 본인 번역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가나다라EFG 영어공부법>은 오롯이 나의 경험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시중에 나온 영어공부법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 내용을 나만의 특수하고도 개인적인 경험으로만 보지는 않았으면 한다. 영어 과외를 할 때 이러한 경험을 기초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대부분이 좋은 결과를 보았기 때문이다. 즉 어느 정도 검증된 방법이다. 


이제는 영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을 직접적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쳐줄 수 없었기에 브런치라는 기회를 통해 더 많은 분들께 소소하지만 나만의 꿀팁을 전하고 싶었다. 여러분의 영어 공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새해에는 원하는 영어 실력을 갖추시길 기원한다. All the best to you!



Photo by Nguyen Dang Hoang Nhu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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