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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ul 10. 2022

독서모임 책은 어떻게 고를까?

다회차 모임 책 선정


독서모임에서 '어떤 책을 선정하느냐'는 흥행 및 참여자 만족도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다. '독서'모임이니까 말이다. 자유도서 모임처럼 각자 본인이 소개하고자 하는 책을 갖고 오는 경우와 참여자들이 투표를 통해서 책을 선정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 모임장이 직접 책을 선정하는 경우라면 이 부분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물론 모임장이 이미 에토스를 갖춘 사람이라면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아니다. 장강명 작가는 트레바리라는 독서모임에서 흉기로도 쓸 수 있을법한 엄청난 분량의 벽돌책만을 선정하여 모임을 진행하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모임은 늘 매진이고 참여자의 만족도 또한 높다. 그러나 에토스가 없는 모임장이 장강명 작가와 동일한 책을 선정한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흥행에 실패할 것이다. 10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매달 읽고 독후감을 내야 하는 모임에 참여 의향이 있는(혹은 참여 가능한) 사람은 극소수일 테니 말이다.

사진 출처: 트레바리 홈페이지


그렇기 때문에 책을 선정할 때는 예상되는 참여자에 따른 적절한 분량과 난이도를 고려하여야 한다. 추가적으로 "지금 대다수가 무엇에 관심이 있지?"와 같은 시대적 맥락을 살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2021년 초 주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하늘을 찌를 때 주식 관련 책 독서모임은 대부분 매진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반다. 


지금까지 말한 것들은 대다수의 독서모임 운영자들과 모임장들이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고자 한다. 바로 시퀀스(sequence)이다.


시퀀스(Sequence)
: 서로 연관된 작은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만들어지는 하나의 서사, 즉 흐름이 있는 이야기

- tvN, <알쓸신잡 2> 중 -


음악을 예로 들어보자. 아티스트가 단 한곡 만을 발표할 때는 그 곡 자체의 완성도만 신경을 쓰면 된다. 그러나 그(녀)가 앨범을 발표한다면 한 가지를 더 고려해야 한다. 바로 곡의 순서다. 앨범을 구성하는 곡의 순서에 따라 젼혀 다른 시퀀스 즉 서사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빠른 댄스 - 발라드 - 빠른 댄스 순으로 듣는 것과 빠른 댄스 - 빠른 댄스 - 발라드 순으로 듣는 것은 다르지 않겠는가? 동일한 곡으로 채운 앨범도 곡의 순서에 따라 듣는 사람에게 전혀 다른 이미지와 감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음악과 마찬가지로 다회차 독서모임에서는 선정한 책뿐만 아니라 순서도 매우 중요하다. 참여자의 수준, 모임의 특성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순서가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 맞는 정답은 없을 것이다. 다만 참고를 위해 내가 진행했던 모임에서는 어떻게 책을 선정하고 순서를 고려했는지 이야기해볼까 한다. 트레바리에서 진행한 독서모임 <마케팅-뷰자데>다. 


사진 출처: 트레바리 홈페이지


<마케팅-뷰자데>를 기획하면서 생각한 타깃은  '마케팅에 익숙하지 않은 그러나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하는 열정 가득한 사람'이었다. 일부러 시간대도 누구나 참여하기 용이한 주말 오후 3시가 아닌 굳은 의지가 있어야 참여가능한 주말 아침 10시로 잡았다.


책은 마케팅 입문자에게 적절한 난이도이면서 지루하지 않을 수 있도록 4권이 모두 다른 느낌이면서 다른 역할을 했으면 했다. 그래서 4권의 책을 '개론서', '잡지', '논설', '에세이'로 느껴지는 책들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사진 출처: 트레바리 홈페이지



책 선정에 이어 앞서 말한 대로 내가 의도한 시퀀스를 만들어낼 수 있게 순서를 고려했다. 1 회차 모임에서는 모두가 머릿속에 마케팅에 대한 공통 프레임을 그렸으면 했다.  <나의 첫 마케팅 수업>이 마케팅 입문서 역할을 잘하리라 생각했다. 2 회차는 머릿속에 그린 프레임을 실제 브랜드에 적용해 보면 좋을 것 같았다. 모두가 알만한 그리고 트렌디한 브랜드를 다룬 <매거진 B - Blue Bottle Coffee>이 적합했다. 3회 차는 조금 더 다양한 브랜드로 확장했으면 했다. 서로 다른 브랜딩/마케팅을 상호 비교해 볼 수 있는 <브랜드의 브랜드>가 딱이었다. 마지막 4 회차는 지금까지 배운 것을 바탕으로 나만의 브랜드를 구상해 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리 워커스>로 마무리했다.


<마케팅-뷰자데>를 통해 참여자가 느꼈으면 했던 시퀀스는 마케팅 입문자도 쉽게 마케팅/브랜딩에 대해 이해하고 더 나아가 본인의 브랜드(혹은 퍼스널 브랜드)를 만들어볼 수 있는 지혜라는 서사였다. 단순 독서를 넘어 상호 간의 대화를 통해 지식을 확장하고 또한 그것을 실제로 실행해 보는 지혜 말이다.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모임을 마무리하면서 만족을 표했다. 이후로도 <마케팅-뷰자데>는 1년 넘게 3 시즌이나 지속했고 2 시즌 넘게 참여한 분은 6분이 넘었다. 책의 선정과 시퀀스를 잘 고민하면 만족도 높은 모임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Photo by Studio Medi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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