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선생 Dec 07. 2022

커피를 끊고 알게 된 커피


며칠 전부터 커피를 서서히 끊고 있다. 정확히는 카페인이 든 커피를 평일에는 웬만하면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직장인이 커피를 끊는 것은 자동차가 기름을 끊는 것과 비슷하다(전기차라면 전기를 끊는 것). 직장인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라기보다는 연료에 가깝기 때문이다. 피로를 없애주고, 동료들과 잠시 수다를 떠는 명분을 만들어주며, 점심 후에 심심한 입을 달래주는 팔방미인 같은 음료다. 그렇기 때문에 커피를 끊는다는 것은 엄청난 결심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이러한 엄청난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커피에 너무나도 의존적인 나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1년 365일 하루도 빼먹지 않고 커피를 마시고 때로는 하루에 세 잔 넘게 커피를 마셔야만 하루를 온전히 보낼 수 있는 나의 모습을 보았다. 자유를 누구보다 갈망하는 내가 스스로 만든 새장 속에 들어가 있는 새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평일에는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디카페인 커피로 대체하고 있다. 


그런데 커피를 줄이자마자 역설적으로 커피를 알게 되었다. 단순히 피로를 없애주고 입가심을 해주는 음료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느낀 커피, 더 정확히는 카페인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1. 집중력 향상


나는 아침에 유독 집중이 잘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요한 일은 오후보다는 오전에 했다. 또한 처리한 업무의 양만 보더라도 오전이 훨씬 많았다. 효율과 효과 측면에서 모두 오전이 나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것의 이유가 오전이라서가 아니라 오전에 커피를 마셨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커피를 끊자마자.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고부터는 오전보다는 오후가 더 집중이 잘되었다. 오전에는 괜히 일하기도 싫고 집중도 잘되지 않았다. 단순히 피곤해서라기에는 잠을 푹 자고 개운한 날도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라면 오전에 처리할 일들 중 상당수를 오후로 미루게 되었고, 전체적으로 오후가 더 바빠지게 되었다. 카페인은 피로를 없애주는 것뿐만 아니라(정확히는 피로를 미루어준다) 집중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확실하게 체감하게 되었다. 

 

2. 기분 전환


카페인을 줄이고 나서 무기력하고 다소 우울해졌다. 카페인과 기분 간에 상관관계가 없다고 믿었던 나였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그런데 나와 비슷한 시기에 카페인을 끊은 지인도 똑같은 증상을 호소했다. 무기력하고 우울하다고.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카페인과 감정의 상관관계를. 

연구결과 200에서 250mg의 카페인은 기분을 고양시키고 그 효과는 3시간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Lieberman et al., 1987b; Swift and Tiplady, 1988 중 -
* 본인 번역


다양한 연구결과를 통해 카페인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결과가 없었더라도 나는 그것을 알았을 것이다. 주말에 오랜만에 커피를 마시고 기분이 확연히 좋아졌기 때문이다.


3. 컨디션 회복


커피를 마시면 피로가 줄어드는 느낌은 대부분 경험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커피가 단순히 피로 해소뿐만 아니라 컨디션까지 회복시킨다는 것은 커피를 끊었다 마셔본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평일에 몸살 기운이 있어서 병원을 갈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토요일에 카페인이 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나서 컨디션이 급 좋아졌다. 몸살 기운이 사라진 것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몇 달 후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그리고 이는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커피의 카페인은 집중력, 기억력, 사고의 명료성을 증진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면역력 증진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Benedette Cuffari, "How Does Coffee Affect the Immune System?", News-Medical.net, 20220908 중 -
* 본인 번역


컨디션이 회복된다고 느낀 것은 연구결과처럼 카페인이 면역력을 향상했기 때문이었다. 마치 몸살일 때 비타민C가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도움이 되듯이 말이다. 



이처럼 커피를 끊고 나서 커피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내가 다양한 부분에서 카페인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렇게 카페인의 효과를 크게 체감한 것은 매일 마시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했다. 약을 오랫동안 혹은 많이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듯 카페인도 그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말이다. 


그래서 지나침도 그리고 부족함도 없는 상태를 유지하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Golden Mean)을 커피에도 적용해보고자 한다. 매일 마시지는 않되 필요할 때는 적절하게 마시는 것으로.


역시 직장인에게 커피는 없어서는 안 되는 음료인가 보다. 자동차에게 기름이 그러하듯.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Photo by Jakub Dziubak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를 이기며 시작하는 아침 루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