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수프》,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 왜 중요한가》
삶을 구원하는 다정함에 대해 생각하는 며칠이다. 인류애 상실과 Why me, 무력감 속 한 줄기 빛 같은 크고 작은 고마운 마음들.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오십에 읽는 주역》 저자의 인터뷰를 들었다. 인간에 세 부류가 있는데 대인, 소인, 비인이라고. 나를 넘어 주변을 살필 줄 아는 사람이 대인, 나의 안위만 생각하면 소인, 비인(非人)은 인간이 아닌 집단으로 이들과는 말을 섞지 말아야 한다는 것.
집과 일터를 오가는 좁은 일상에서 비인 부류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데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공간이 또 인스타그램 아니겠나. 방치한 오래된 이메일 덕분에 내 계정을 차지한 튀르키예 해커 잡범은 여전히 활동 중이다. 계정을 빌미로 최근까지 돈을 요구했고, 덕분에 애먼 이슬람 문화에 비호감도 생겼다.
세상에 믿을 게 없네. 불신으로 냉담해진 와중 인간 군상의 명쾌한 분류를 들으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나이만 헛먹지 말고 사람 보는 안목도 좀 키우자.
“이 책은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보내드리고 싶어서”
출근길에 책 배송을 받았다. 정갈한 손편지와 함께. 《다음으로 가는 마음》 《재생의 부엌》 《잘 돼가 무엇이든》 등 서평단 모집을 함께했던 결이 좋은 출판사 유선사 대표님으로부터. 책 한 권을 만들어 내놓는 일이 얼마나 정성이 많이 드는 일인지 짐작한다. 영향력이 없어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 아쉬울 뿐. 세상에는 이상한 인간도 많지만 좋은 사람이 더 많지. 상실된 인류애가 살아났던 순간.
몸과 마음, 생활이 정돈되는 48가지 인생 수프 레시피, 《라이프 수프》
부제도 제목도 아름답다. 어떤 단어는 읽기만 해도 좋은데 ‘정돈’도 그중 하나다. 보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은 레시피. 먹고 마시고 보고 듣는 모든 게 명상이라더니, 이참에 명상하듯 사는 삶을 지향해 보면 어떨까.
마침 최근 명상에 관한 좋은 책을 읽었다. 독일 심리학자 페터 베르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 왜 중요한가》. 내용을 드러내기에는 원제가 더 좋다. 《Meditation》. 친절한 명상 입문서다.
감정에 관한 문장들이 도움이 됐다.
사람들은 대부분 두 가지 이유로 무언가를 하거나 하지 않는다.
“긍정적 감정을 경험하고 싶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피하고 싶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인간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저자는 덧붙인다.
“늘 좋은 감정만 느껴야 한다는 생각은 망상이다. 건강한 방식으로 힘든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운다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자유의 의미다.”
남은 과제는 명확해졌다. 어떻게 하면 힘든 감정을 건강한 방식으로 다룰까.
저자는 사랑, 기쁨, 삶 자체는 언제나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우리는 행복을 그림자처럼 배우자, 연인, 자녀, 돈, 커리어 같은 바깥 영사막에 투사한다. 이를테면 ‘저 사람에게 사랑받으니 너무 행복해.’
그러나 행복의 원천은 그가 아니라 당신이다. 경험과 그리움의 원천은 늘 당신이었고 지금도 당신이다.
‘이래야만 하는’ 인생은 없다. 고정된 ‘나’라는 허상과 삶이 일치하지 않을 때마다 투쟁하지만, 당신은 당신의 생각이 아니다. 생각, 역할, 몸, 재산과의 동일시를 멈추라는 것. (하 어렵..)
명상은 마음 ‘수행’이고, ‘수행자’의 길이 쉬울 리 없다. ‘맑고 안정되고 평온한’ 마음을 위한 훈련. 다행인 건 ‘시간과 반복’으로 안 되는 일은 없다는 것. 반복하고 반복하면 집중력 근육도 몸 근육처럼 튼튼해진다.
감사 일기 쓰기, 품위 있는 자세로 의식적으로 호흡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규칙이 있다면, ‘생각하지 말 것.’ 다만 날뛰는 감정의 흐름을 알아차리고 관찰한다.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저자의 조언은 충분히 희망적이다. 꾸준히 사랑하는 일에는 자신 있으니까. 어쩌면 인류애 상실의 튀르키예 해킹 사건은 마음이 힘든 이들을 이해하고 명상하듯 살라는 의미였을까.
하아..주말에는 마음이 정돈되는 셀러리 완자 수프를 해봐야겠다.
@luv_miny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