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8. Strength - 사자와 함께 걷는 법

억누르지 않고 다스리는 힘에 대하여

by Karel Jo


숫자 8을 거꾸로 기울이면 무한대 기호가 된다. 기울이지 않고 본다면, 8은 위와 아래의 원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서 있는 상태다. 그런 상징에서 미루어볼 때, 타로에서 8번째 카드인 Strength 카드는 전통적으로 ‘용기, 인내, 자제력, 내적 힘’을 의미한다.


카드에는 한 여인과 사자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짐승의 왕인 사자를 본능에 빗댄다면, 사람의 상징인 여인은 이성을 나타낸다고도 볼 수 있다. 카드의 이름이 '힘'인 것에 비해, 카드 속 여인은 단순한 물리적인 힘만으로 사자를 굴복시키지 않는다.


그녀는 팔에 힘줄을 세우거나 거친 표정을 짓지 않는다. 오히려 태연하다. 그녀의 손길은 가볍고, 미소는 온화하다. 사자는 맹수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본능, 욕망, 분노, 두려움 같은 인간 내면의 야수이기도 하다. 이 장면은 곧 이렇게 묻는다.


“진짜 힘이란 무엇인가? 상대를 제압하는 것인가, 아니면 나 자신을 다스리는 것인가?”




나는 이 카드를 처음 바라보았을 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타로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나는 전차(Chariot) 카드에 더 가까웠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저돌적이었고, 강한 믿음에서 움직이는 거침없는 전진, 정해진 방향으로 속도를 내고, 더 큰 목소리로 주장해야만 살아남는다고 믿었다.


회사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나의 전차에는 후진이 없었고 언제나 스스로를 강하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차에 올라서 있다는 것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우위에 있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조금이라도 지면 바로 잡아먹힐 것 같은 불안감을 가리기 위해 꾸며진 방어막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 시절의 나는 항상 긴장했고, 늘 경계했다. 내 안의 사자를 억지로 짓누르려 했지만, 사실은 그 사자에게 끌려 다니는 것과 다름없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특별히 실패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내 안에 있는 사자의 본성을 충분히 다스릴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물론, 그 사자가 가끔씩 튀어나올 때가 있었다.


때로 과도한 피곤함에 이성의 끈을 금세 물어뜯고 나와버린 본능의 고함이라든지, 술을 마셨을 때 차마 막지 못한 실수라든지. 그러나, 잘 가려진 나의 장막은 그 그림자가 결코 어둡게 보이게 두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불안한 질주를 계속해서 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처음으로 회사에서 팀장이 된 무렵, 그때 나는 알았다. 팀장이 되기 전과 되고 난 후의 가장 큰 차이는, 불려 들어가는 회의의 개수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셀 수 없는 회의석상에서 오가는 대화를 겪으며 나는 비로소 Strength 카드의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주먹을 움켜쥐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는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종종 회의 중 내 의견이 묵살될 때거나, 다른 부서에서 불필요한 이유를 대며 자기 자신의 보신만 신경 쓰는 태도로 업무에 임하면, 예전 같았으면 목소리를 높여 반박했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냐고 일갈하며 더 강한 태도로 몰아세우며 나 자신의 이름과 강함을 알리려는 데만 힘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잠시 입을 다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차분히 근거를 모아 다시 말한다. 놀랍게도 그 방식이 더 멀리 간다. 강하게 부딪힐 때보다, 조용히 그러나 흔들림 없이 밀어붙일 때 더 큰 신뢰를 얻는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울며 떼를 쓸 때, 나도 모르게 짜증이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하지만 목소리를 높이는 순간, 상황은 악화된다. 소리를 지르면 지를수록, 사자의 고함 앞에 아이들의 울음과 두려움은 점점 더 커져간다. 오히려 숨을 한 번 고르고,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추면 아이는 금세 울음을 멈춘다. 그것은 힘으로 제압한 승리가 아니라, 다정으로 길들인 평화다.




Strength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너의 사자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닌, 바로 네 안에 있다.”


그 사자는 불안일 때도 있고, 분노일 때도 있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일 때도 있다. 내가 진짜 싸워야 할 대상은 그 사자다. 세상은 언제나 시끄럽다. 회사의 압박, 가족의 기대, 내 안의 불안. 하지만 그것을 잠재우는 방식은 전차처럼 돌진하는 것이 아니다. 차분히 숨 고르며, 묵묵히 견디며, 사자의 갈기를 쓰다듬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나는 사자와 싸우지 않는다. 대신, 그와 함께 걷는다. 때로는 내 안의 분노가 앞서 달리려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갈기를 살짝 잡아주며 속도를 맞춘다.


때로는 두려움이 웅크리고 울 때도 있다. 그때 나는 등을 두드리며 함께 기다린다. 지키기 쉽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언제나 마음속의 이성의 부드러운 웃음을 지닌 여인을 떠올리며, 나는 그렇게 나의 본능을 참아낸다.


삶은 매번 새로운 사자를 보내온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내 마음의 그림자 속에서.


그래서 이제 나는 안다. 힘이란 밖으로 외치는 것이 아닌 안에서 참아내며 버틸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고요한 힘이야말로, 나를 더 강하게 미래로 보내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는 것을. 그렇기에 나는 앞으로도 내 안의 사자와 함께 걷는다. 이기려는 마음에 사자에 올라타지 않고, 사자의 옆에서 그 사자의 보살핌에 감사하며, 같이 배워가는 마음으로 천천히.

keyword
이전 09화7. The Chariot - 멈추지 않는 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