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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혼자가 될 수 있어.

by 알펜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반바지, 티셔츠, 무릎 보호대, 모자, 생수, 이어폰까지 미리 거실에 가져다 두었다. 반드시 밖이 어둑할 때 러닝을 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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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새벽 5시 근처는 아주 밝다. 폭염을 예고하듯 붉게 타오르는 지평선을 바라보며 달리기를 했다. 가을의 5시 어둑하다. 곧 밝아올 하늘도 아직은 잠을 자는 것만 같이 캄캄하고, 길에는 두어 명만이 눈에 띈다.



황갈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잎사귀들의 마른 냄새, 밤새 지저귀는 것처럼 소곤소곤 울리는 풀벌레 소리. 맞다. 풀벌레 소리. 음악보다 훨씬 아름다운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달리기를 하려고 엊저녁부터 바지런을 떨어댔다.



MBTI로 굳이 따지자면 ISFJ 형인 나는 회사 생활을 그럭저럭 유지한다. 꽤 친절하고, 어느 정도 계획적이며, 상당히 현실적이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을 꽤나 싫어하지만, 막상 맞닥뜨리게 되면 웃음을 잃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대충 맞추는 게 가능하다. 딱히 기복이 크지 않달까. 피곤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고 재미있기도 하다. 꽤 진심이기도 하고. 사람을 좋아하기도 하고.



대신 개인적인 시간을 소중하게 여긴다. 그런 면은 아마도 운동으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함께, 다 같이 하는 운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축구 등등. 멤버가 있어야 하고 짝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운동은 지양한다. 서로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시간을 맞춰서 약속을 잡는 일이 상당히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든다. 이유를 굳이 대자면, 결국은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내 시간을 조정할 확률이 85% 정도 되니까.



대외적으로 타인들을 맞추면서 사는데, 개인적인 시간까지 그렇게 살기에는 스스로에게 민망하다고나 할까. 그래서 철저히 개인 운동을 좋아한다. 혼자 할 수 있는 자유 수영,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을 러닝, 예약하지 않을 수 있는 요가센터. 철저히 개인 시간을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데 중점을 둔다.



그러니, I 유형들은 러닝을 하자. 한쪽 귀에는 풀벌레 소리, 다른 귀에는 상쾌한 음악을, 사람과 떨어져서 “혼자” 즐길 수 있다. 가끔은 예상치 못하게도 도심에 사는 오소리를 만나기도 하는 운이 생기기도 하니까.



Therefore, Get UP And Run!




#런데이

#morningrunner

#가을달리기

#풀벌레소리

#주말아침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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