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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향 Karen Koo Aug 03. 2024

의외라서 더 궁금해할 것이라 생각했다

문화재 지킴이 라이엇 게임즈

<3화에서 계속>

근데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전통문화가 진짜 다양하고 세계적인 수준으로 뛰어나지 않아요?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한국의 구미호 전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 아리(Ahri)**. 글로벌 PC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이하 LoL)>에 들어갈 그 캐릭터의 게임 속 비주얼을 만드는 주축은 미국에 있는 스킨 팀과 챔피언 디자인 팀 등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한국의 모습과, 한국의 느낌을 그대로 잘 담아내기 위해 한국 오피스에 있는 직원들도 부지런히 노력했다. 옛 문헌을 찾아보고, 참고할 수 있는 이미지와 사진 자료도 수도 없이 개발진에 공유하고 설명했다.

**캐릭터 아리(Ahri)는 라이엇 게임즈가 자사의 대표작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한국 서비스 진출을 기념해서 수개월에 거쳐 개발한 여성 챔피언이다. 2011년 12월 LoL한국 서비스 시작과 함께 해당 챔피언은 전 세계 LoL 내 공개됐고, 그녀의 의상인 스킨 중에는 ‘한복’도 존재한다.


그러다 한국 오피스의 직원들끼리 모여 앉아 스몰 토크를 즐기던 중이었는데... 한복의 다채로운 색감 등을 이야기하다 한 직원이 뱉은 저 말에 머릿속 느낌표가 떴다. 며칠 전 새벽에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며 잠에서 막 깨어난 내게 남편이 했던 이야기도 다시금 떠올랐다. 어, 이거 뭔가 스토리가 되는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본인은 2012년 2월 라이엇 게임즈 한국 오피스에 조인을 했고, 홍보 조직을 구성하고, 플랜과 전략을 잡아가는 동시에 이 회사의 진정성을 드러낼 사회환원사업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4개월 만인 6월 26일 라이엇 게임즈는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의 사회환원 사업, 다시 말해 문화재 지킴이 사회환원 사업을 발표한다.


사실 이는 본인이 기획하고 리드한 사회환원사업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본 프로젝트를 통해 본인은 문화재청장(현재의 국가유산청장에 해당)표창을, 라이엇 게임즈는 사회공헌우수기업상, 대한민국 봉사대상 및 한복사랑감사장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상장, 그리고 문화유산 분야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또 이 사업은 해당 기업의 콘텐츠 사용자들에게는 자부심을, 게임업계와 일반 대중에는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환기시키고 국외 문화재 환수에 기업이 일역 할 수 있다는 관심과 인지까지 만들어 냈다.

라이엇 게임즈는 2012년과 2016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외국계기업으로서 최초로 사회공헌우수기업상을 2번 수상했다. (사진제공 라이엇 게임즈)
또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의 공을 인정받아 2017년 ‘문화유산보호 유공자 포상 시상식’에서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다 (사진제공 라이엇 게임즈)


생각의 시작

문화재, 이런 거는 기업이 나서서 돕기가 쉽지 않겠지?


남편이 처음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만 해도, 음 게임 사용자뿐 아니라 모두가, 전 국민이 혜택 대상자가 된다는 포인트는 매우 좋지만… 문화재라니, 민간기업이 나설 일이 맞나? 우리 회사다운 일이라 보기도 애매하고 좀 너무 거대한 영역인데… 라 생각했다.

그러다 한 직원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사고가 뒤집어졌다. 아! 오히려 라이엇이라서 할 수 있고, 라이엇이라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네, 싶었다.


라이엇 게임즈는 오늘날의 가장 현대적인 놀이 문화를 만드는 기업 아니던가. 그런 라이엇 게임즈가 문화의 뿌리인 문화유산 보호에 앞장선다는 것은 의외라는 첫인상 뒤에 은근한 당위성을 가질 수 있다 봤다. 당시 라이엇의 프로덕트 사용자는 10대부터 30대에 이르는 젊은 층이 주축이었다. 그들은 우리 역사를 과거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가 아닌, 암기과목, 따분한 이야기로 생각했다. 하지만 게임 클라이언트, 홈페이지 내 안내메시지는 친숙하게 클릭했다. 그러니, 라이엇 만한 화자가 없겠다 싶었다.


생각의 물꼬가 트자, 본격적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스토리, 논리 셋업

우리 회사이기에 할 수 있는 일


우선 내부를 설득코자 논리와 메시지 내러티브를 구체화했다.

게임은 오늘날의 즐거운 놀이문화인 바, 그 문화의 뿌리인 한국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지원한다는 것은 당위성과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해당 사업의 의도를 설명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게임은 문화다>라는 메시지를 전파할 수 있다

전 국민을 혜택 대상자로 두는 이 사업을 통해 그 어떤 사회환원사업보다 명료하게 한국 친화적인 이미지를 전파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게임 사용자들에 대한 존중과 진심을 전하기도 좋다

본 사업을 통해 우리 게임의 주 사용자들에게 한국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관심을 환기시키는 선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존에 어느 게임사나 외국계 기업이 진행한 바 없는 사회환원사업으로 차별성이 있으며, 기업 브랜딩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이러한 발상과 논리는 한국 오피스 임원들은 물론 미국 본사에서도 흔쾌히 지지를 얻었다.


특히 라이엇이 문화재를? 한국에서 외국계 게임회사를 문화유산 보호를? 이라 의문 부호가 뜨는 아이디어란 점이 오히려 잘 먹혔다. <우리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 라는 부분의 논리를 명쾌히 세웠기에, 의외성에 기인한 의아함과 궁금증이 짧은 시간 안에 공감과 동의로 바뀐 것. 어느새 모두가 남들은 하지 않는, <우리 회사이기에 할 수 있는> 문화재 지킴이 사회환원사업 제안에 빠져 들었다.


사업구조, 파트너 협업 셋업

같이해서 더 빛나는 일


내부 설득을 마친 뒤에는 곧바로 민관 협력을 통해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에 나설 수 있는 다양한 경로와 선례들을 서치 했다. 그리고 이를 기반해 문화재청(현재의 국가유산청)을 비롯해 서울시, 한국유네스코 위원회 등 각종 기관에 연락을 취했다. 자본과 의지 외 문화유산 분야에서는 문외한인 민간 기업에게 있어 전문적이고 신뢰 높은 파트너는 필수적이었다. 수개월의 설득을 거쳐, 문화재청 협약을 맺었다. 이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문화유산국민신탁, 국립고궁박물관, 문화희망 우인 등 해당 분야의 수많은 파트너들로부터 도움을 끌어냈다.


사실 문화재청 담당자 입장에서 라이엇 게임즈는 회사이름도, 프로덕트 명도 낯설고 미국에 본사를 둔 외국계 게임사라는 점에서… 내 첫 연락부터 그저 당황스러웠다 한다. 하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열변을 토해낸 끝에 진심은 결국 전해졌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렇게 믿음직스러운 파트너사들, 공기관과의 협업은 라이엇 게임즈 사용자들은 물론, 라이엇을 잘 모르는 일반 대중에게까지도 이 회사가 무슨 사회환원사업을 하는 것인지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무게를 더했다.

또 누구보다 해당 분야서 높은 내공과 전문성을 가진 이들과 함께 논하고 사업을 행함으로써 투명하고 가치 있는 사회환원사업 전개가 가능했고 사업 자체의 신뢰도 또한 높아졌다.


고객과 함께,라는 의미 더하기

당신도 함께 주체가 되는 일

파트너사와 머리를 모아 매년 어느 정도 규모의 기부금을 전달할 것인지, 또 그 기부금을 연 단위의 어떤 세부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는 데 어떻게 사용할지 등 사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촘촘하게 만들어 갔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매해 이렇게 세부 프로젝트를 기획, 준비하고 나면 <라이엇 게임즈>와 <문화재청> 간 후원약정식을 열어 언론 및 대중에 계획한 내용을 공표했다. 또 각 프로젝트별로 실질 사업 진행이 완료되는 시점마다, 그 내용을 팔로업하여 한번 더 외부 고지했다. 투명하게, 또 누가 봐도 알아보기 쉽게 사업을 진행하고 외부에 보여드리려 했다. 이는 무엇보다 이 사업의 또 하나의 주체인 사용자들께 사업의 내용을 잘 알리고, 또 그런 동시에 외부에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이 하는 사회환원사업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이뤄가고 있는 사업임을 꾸준히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기업뿐 아니라 그 기업의 사용자이자 고객인 게임 플레이어들도 사회환원사업의 주체라는 구조는 꽤 흥미롭지 않은가. 사실 이는 사업 기획 초기부터 다분히 의도된 부분이었다. <문화재 지킴이> 사회환원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매년 기부하는 기부금 자체를, 고객 즉 게임 플레이어들이 구매한 특정 캐릭터(챔피언)나 캐릭터의 특정 의상(스킨)에 근거해 조성하는 형태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구미호 전설을 담아낸 가장 한국적인 캐릭터 '아리'부터, 하회탈을 쓰고 초롱불을 든 '신바람 탈 샤코' 스킨 등 한국 시장과 한국 플레이어들을 위해 제작된 콘텐츠들의 일정 시기 판매금 전액이 초반 사회환원사업 기부금의 기반이 됐다. 때문에 사용자들은 그 기부금의 조성부터 문화재청에 대한 기부, 해당 예산을 갖고 이뤄지는 역사 교육이나 여러 문화유적지 지원 사업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나도 기여를 했다"는 느낌을 직관적으로 받았다. 수년 뒤에는 특정 콘텐츠의 판매금이 아닌, 기업의 예산 차원서 일정 예산을 <사회환원기금>으로 조성하는 형태로 변화했지만 여전히 플레이어들은 "라이엇 게임즈가 나와 함께" 매해 문화유산 보호와 지원을 이어간다 생각했다.


또 사회에 기여하는 사업의 내용 자체도 고객 스스로를 더 움직이게 했다. 게임 기업과 게임 플레이어들이 우리 문화유산 보호와 지원을 이어가 한국 사회 전체에 도움을 주는 것 아니던가. 의미 있는 일의 주체라는 자부심에 게임 플레이어들이 스스로 이 사업을 대변했고, 전파했다.


사실 라이엇 게임즈의 문화재 지킴이 사회환원사업은 13년째 계속되어 오고 있는, 현재도 진행 중인 내용이 있는 살아있는 사업이다. 또 매해 끝없이 뒤지고 찾아 새로운 도전을 얹어 왔기에 이뤄낸 내용 또한 매우 방대하다. 단적으로 라이엇 게임즈가 문화유산 보호 분야에 기부한 누적 기부금만 지난해 12월을 기준해 이미 84억 원이 넘는다. 국내 민간기업 중 유일하게 국외의 우리 문화유산을 환수하는 데 지속적으로 후원을 이어가, 이미 6차례의 인연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하나하나를 열거하기 보다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사업을 개발했는지. 성공적으로 런칭하고 10여 년을 이어온 데에는 어떤 핵심 포인트가 있었는지를 잠시 돌아봤다. 그 중 굵직한 뒷 이야기들은 후일 또 한 번 다뤄보기로.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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