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문화유산 환수
앞서 라이엇 게임즈에서 본인이 직접 기획하고 십 여 년간 총괄해 온 <문화재 지킴이> 사회환원사업 이야기를 했다.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을 하는 동시에, 한국 시장에서 다분히 한국 친화적인 이미지를 어필하고 게임 사용자에게는 자부심을, 대중에는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주기 위해 만들었던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가 어떤 배경과 의도, 고민 속에 탄생했는지 또 어떻게 좋은 성과를 많이 남겼는지 말이다.
한데 한 가지, 이야기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바로 국외 문화유산 환수에 대한 부분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국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의 환수를 2013년부터 꾸준히 지원해 왔다. 이는 <문화재 지킴이> 사회환원사업의 가장 큰 축 중 하나이며 이 사업이 게임 사용자와 대중으로부터 그토록 많은 칭찬을 받게 된 주요 이유이자 근거다. 기업의 입장에서 굵직하게 따로 정리를 해보고 싶어 이는 앞서 언급지 않았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자.
결과부터 되짚어 보자면,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12년 간 총 6점의 우리 문화유산 제자리 찾기에 기여했다. 그리고 때마다 엄청난 미디어의 주목과 대중, 사용자들의 칭찬을 받았다.
2014년 첫 인연이 된 대형 불화 <석가삼존도>를 비롯해, 2018년 들여오고 이후 2023년 국가문화유산 '보물' 지정(*2023년, 조선왕조 어보 어책 교명(총 637점)에 포함돼 보물로 지정됨)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하기도 했던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의 환수를 라이엇 게임즈가 도왔다. 또 2019년에는 황금 같은 기회를 연이어 만나 <백자이동궁명사각호>와 <중화궁인>, 또 조선말기 대학자이자 항일의병장이었던 척암 김도화 선생의 <척암선생문집 책판>까지 환수에 성공했다. 코로나19 시기를 버티고 지나, 2022년에는 조선왕실 유물 <보록> 환수를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까지 보면, 좋은 일을 많이 했구나. 외국계 기업인데 한국의 문화유산 제자리 찾기에도 나서고 좋은 회사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이 행보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토록 수년에 거쳐, 국외 문화유산 환수를 지원 사격하는 회사는 국내에서 라이엇 게임즈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과거 단발성으로 해당 분야에 지원했던 기업 사례도 있고, 최근에는 몇몇 게임사가 라이엇 게임즈의 행보를 따라 국외 문화유산 환수분야에 지원금을 내놓은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라이엇 게임즈처럼 매 년 수억 원의 예산을 미리 내놓고, 문화유산 환수의 기회를 찾아 매일을 기다리고 응원하고 있는 기업은 없다.
때문에 라이엇 게임즈가 국외 문화유산 환수 성공의 소식을 전할 때마다 수 백 건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지상파 3사를 비롯해 조중동과 종편과 케이블 TV뉴스 등 레거시 미디어에서도 관심을 기울였다. 국민 모두에 도움 되는 좋은 일을 하는 회사. 국외 문화유산 환수를 지원하는 멋진 회사로서의 이미지도 확실하게 선점했다.
왜? 라이엇만? 싶지만, 사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타 기업들이 앞서 또는 지금까지도 이 분야에 팔 걷고 나서지 않는 이유가 꽤나 명확하다.
우리 문화유산 중 굉장히 많은 수가 해외에 있다. 해당 분야 전문기관인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따르면 2024년 1월 1일 기준, 세계 29개국 803개 처에 24만 6304점의 문화유산이 존재한다 한다.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를 비롯해 스페인, 이스라엘에 이르기까지 파악하고 있는 국외 문화유산만 해도 그렇게나 많다. 그리고 이런 국외 문화유산은 해당 지역의 소장 유물이기도 한 바, 무조건 우리 것이니 돌려달라 주장해 환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갤러리나 뮤지엄에 소장된 유물도 있지만 개인이 소장하거나, 어느 날 경매 예보를 통해 발견되는 경우 등 마주치는 방식도 다양하다.
문화유산 환수를 위한 정밀 조사를 비롯해, 경매 참여나 협상/ 논의 등 전문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수개월, 수년의 시간을 들이는 그 과정 또한 성공적 결론에 이를 것이라는 보장이 딱히 없다.
그러다 보니 기업의 입장에서 국외 문화유산 환수를 돕는다는 것은, 적게는 수 천만 원의... 많게는 수 억 원 이상의 예산을 해당 분야에 편성/ 지원하된 당해 또는 그 이듬해에 어떤 유물을 언제쯤 만날 수 있을지... 즉 편성된 예산에 대한 성과가 언제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난해하다. 해당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실무자나 책임장 입장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이 사업을 내부 임원이나 최고 의사 결정자에게 셀링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아직까지 어느 기업도 국외 문화유산 환수 지원에 오랜 시간과 수 억 원 이상의 예산을 편성치 않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를 제하고 말이다.
그럼 라이엇 게임즈는 어떻게 국외 문화유산 환수 지원사업을 계속하고 있을까? 애당초 본인은 이 사업을 어떻게 내부에 어필하고 설득할 수 있었을까?
사실 누가 봐도 국외 문화유산 환수 지원은 가치 있는 일이다. 때문에 <문화재 지킴이> 사업의 파트너인 문화재청(현재 기관명: 국가유산청) 장영기 사무관께서 다소 조심스럽게 이런 영역도 민간 기업의 지원 사격이 필요하다, 고 제안을 주셨을 때 매우 솔깃했다. 다른 기업들은 왜 여태껏 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가를 더 들은 뒤에는 어떻게 하면 이 기약 없는 사업이 인연을 만나고, 성과를 낼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즉 리스크를 안고 가는 방법을 찾고자 한 것이다. 그만큼 누구도 가지 않은, 또 누가 봐도 가치 있는 매력적인 길이었다.
하여 그 매력적이지만 닫혀 있는 길을 아래와 같이 열었다.
[1] 우선 사업의 구상과 론칭 시점부터 회사 측도 동의한 바, 라이엇의 <문화재 지킴이> 사업을 수년 이상의 긴 호흡을 갖고 있단 점을 전제했다. 사실 기업 차원서 이 전제가 없으면 국외 문화유산 환수는 아예 고려할 수 없다.
[2] 그리고 그 긴 호흡 속에서도 사업의 진행 현황이 한눈에 보일 수 있도록 예산과 운영 사이클을 명확히 했다. 연 단위 구조를 택한 것. 매 해 기부금을 전달하는 후원약정식을 통해 향후 1년 또는 그 이상의 햇수 동안 목표하고 진행할 지원 프로젝트들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이후 실제 프로젝트별 완료 시점에 이를 또 한 번 외부에 고지하는 식이었다. 물론 왕실 유물에 대한 보존/ 복원 작업 등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프로젝트도 있었지만 모든 세부 프로젝트는 기부금 전달 및 프로젝트 시작과 종료의 시점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세부적으로 관리했다.
[3]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항상 라이엇과 문화유산청, 문화유산국민신탁 등의 파트너사 간에 사전 논의를 통해 모든 프로젝트를 선 기획했고, 그 기획과 개발에 모두 본인이 직접 참여했다. 즉, 언제부터 언제까지 진행할 어느 어느 세부 프로젝트에 기부금을 어떻게 분배할지를 모두 계획해 둔 뒤 기부를 진행했다.
[4] 세부 프로젝트 개발은 아래 3개의 분야로 나눠 이들이 함께 굴러가는 복합 구조가 되도록 했다.
첫째는 청소년과 게임 사용자를 대상해 오프라인에서 전문 교사진과 함께 진행하는 문화유산분야 역사교육 등 해가 바뀌어도 꾸준히 반복적으로 유지/ 진행하는 분야다.
둘째는 경복궁 내 소주방, 생과방 등에 대한 재현 및 활용사업 지원을 비롯해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대한제국공사관에 대한 복원사업 지원, 서촌에 위치한 이상의 집 리뉴얼 지원 등 때마다 시의성 및 국가적 필요성 등을 감안해 새롭게 기획하고 진행하는 단발성 기획 프로젝트*들.
외 세 번째 분야로 국외 문화유산 환수 지원 프로젝트를 배치했다. 성과 시점이 예측되지 않는 환수 프로젝트의 불안정성을 외 철저히 계획하고 관리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분야의 프로젝트들이 상쇄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단발성 기획 프로젝트는 그야말로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는 기획력과 매우 많은 리소스를 필요로 했다. 하지만 파트너사에 기부금만 전하고 먼 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끝없이 공부하고, 고민해서 매 해 새로운 시도를 주도했기 때문에 무형 문화유산 선생님들과 협업한 '아리따운 우리 한복 전'의 작품과 패션 화보가 탄생할 수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 된 전국 우리 서원들에 대한 3D 정밀 측량 프로젝트도 진행할 수 있었다. 외에도 정말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수십 가지의 기획성 프로젝트가 직접 기획 하에 진행됐다)
[5] 기부금 전달 및 후원약정을 맺음에 있어 프로젝트별 예산을 지정 기탁하는 것도 중요 포인트였다. 연평균 8억 원가량의 사회환원기금을 기부함에 있어 이 중 국외 문화유산 환수 지원의 용처로 지정기탁한 기부금은 환수 추진을 위한 전문가 파견 등의 비용이나, 실제 환수 성공에 따른 예산 지출 외에는 모두 차곡차곡 누적되어 다음 기회를 기다렸다. 이런 투명하고 철저한 예산 관리에, 기업 내부에서는 <문화재 지킴이> 사회환원사업과 환수 지원 프로젝트를 더 믿고 지지했다.
결국 이 모든 부분은 하나로 요약된다. 예측불가이지만 욕심나는 도전을 위해, 그 불안정성과 생각보다 긴 기다림의 시간을 버텨내기 위해 안정성의 영역을 최대한 덧붙였다. 리스크를 피하기보단 적극적으로 껴안아 위험을 줄이고 기회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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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갤러리 창고에 매달려있던 대형 불화 <석가삼존도>를 발견하고, 환수를 지원했던 그 시기 이후 2018년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이라는 두 번째 인연을 만나기까지 수년간... 노력만 있을 뿐, 성과를 맺지 못했던 시간이 있었다. 또 2019년 이후 2022년 여름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로 인해 비행길이 막히고 각종 오프라인 경매가 취소되어 인연 찾기가 난항을 거듭했던 시간도 있었다.
사실 라이엇 게임즈는 같이 듣고, 판단하며 지원하는 든든한 후원사일 뿐 협상이나 문화유산 검증/ 경매의 주체는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및 문화재청임에도 그 시간들은 사업을 벌이고, 성과를 보고하는 담당자 입장서 참 길었다. 하지만 늘 파트너사들을 믿고, 대화하였기에 내부의 불안도 줄일 수 있었다. 또 그런 인내의 시간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또 한 번!! 국외 문화유산 환수에 성공했습니다!! 하고 언론을 통해 공개회를 할 때마다 모두가 더 기뻐하고 지지해 주었다.
항상 남들이 안 가는 길을 택하긴 쉽지 않다. 괜한 도전이 될 위험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정말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거나, 긍정적인 임팩트를 얻을 수 있겠다 싶은 미개척 영역이라면 한 번쯤 더 고민해 보자. 리스크를 어떻게 잘 안을 방법은 없는지. 내가 눈 쌓인 하얀 들판에 첫 번째 발자국을 찍을 방법은 없을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