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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향 Karen Koo Aug 17. 2024

사람 엄청 가려 뽑으신다고…

외국계 기업 채용과 면접

라이엇 게임즈를 다닌 십여 년의 기간 중, 본인이 회사의 인재 채용을 위해 면접 심사관으로서 후보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횟수는 총 몇 번이나 될까. 어림잡아 생각해도 수 백 회를 훌쩍 넘어... 오백 회 이상 (어쩌면 더 많이) 면접과 평가의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전체 조직 인원이 백여 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회사이고 본인이 총괄한 홍보 및 사회환원사업을 담당했던 인원 또한 매우 집약적으로 선발했었던 걸 감안하면 놀라운 숫자다.


그리고 이는 조직 내 채용 포지션이 오픈될 때마다 한 명, 한 명 면접을 굉장히 많이 그리고 촘촘히 봤기 때문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인재 욕심이 크고, 조건이 매우 선명했으며 채용 과정이 까다로웠다. 오죽하면 한국 게임업계에서는 ‘라이엇은 사람을 엄청 가려 뽑는다더라’는 이야기도 종종 들렸다. 이는 맞기도 하고 맞지 않기도 한 이야기였다. 무조건 고학력자나 해외 유명 컨설팅 출신 등의 자격 요건을 강하게 따져 묻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만의 기준이 있었고, 이에 따라 신중하게 사람을 찾고 또 살피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시간과 노력은 많이 들었지만, 그러하기에 돌아보면 내부에 좋은 인재가 많았다.


이에 오늘은 인재채용과 그를 위한 면접 과정을 회상해보고자 한다. 누군가에게는 참고가 될 정보일 수 있다 싶기 때문.


회사의 기본 특성

먼저 라이엇 게임즈라는 회사의 특성부터 살펴보자면, 해당 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해외 20여 개 지역에 지역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게임 개발 및 서비스 사다.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발로란트 등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나 전 세계 직원이 총 5천 명이 채 되지 않는다. 특히 한국 오피스는 2011년 6월 직원 수 한 자릿수로 작게 시작해 현재도 총직원이 150명이 채 되지 않는다.


해당 사는 정기적인 신입 사원 채용 등은 진행치 않고 수시채용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인재 채용이 필요한 포지션에 대해 상시로 모집 공고를 내고, 면접과 채용 절차를 진행하는 식이기에 라이엇에 입사 지원을 희망한다면  인재 채용 모집 공고를 수시확인하는 게 좋다.

 

이 사이트에는 라이엇 게임즈 전 지역 오피스의 직군, 부서별 모집 공고가 오르기에 한국 오피스는 물론 LA, 싱가포르, 상하이, 베를린 등등 타 지역 포지션 지원도 가능하다.

라이엇 게임즈 채용 공고 페이지 이미지 [이미지 출처 : 라이엇 게임즈]


포지션별 상세 JOB DESCRIPTION

수시 채용을 통해 구체적 포지션에 적합한 인재를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각 포지션에 대한 상세 설명을 정확히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통상 라이엇 게임즈는 채용 공고에는 어느 오피스에서 어떤 직무로 일할 0년 차 이상의 경력자를 찾는다는 내용이 서두에 선다. 그리고 그 하단에 Requirments, 즉 해당 포지션에 대한 요구사항, 자격요건이 상세 기술되고 외에 추가적으로 선호되는 조건 등의 설명이 덧붙는다. 또 해당 포지션에 지원하고 합류함으로써 맡을 역할과 기대치에 대한 내용까지도 매우 구체적으로 포함이 된다. 그야말로 Job Description을 통해 많은 정보를 사전에 확인이 가능하다.

실제로 새로운 인재 발굴 및 채용을 위해 각 포지션을 오픈할 때,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와 고민을 하고 본사에 TO승인을 받은 뒤 조직장이 신중을 기해 Job Description을 작성하고 인사 부서 담당자가 이를 마무리한다.


때로 오픈된 포지션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후보자들도 지원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런 후보자들이 서류 검토에서부터 무조건적으로 면접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채용 공고 중 자격요건(Requirements)은 해당 포지션에 가장 적합한 후보자를 찾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조건이기에 이와 많은 부분 맞아떨어지지 않는 후보가 지원을 할 시 그에게 우선적으로 면접의 기회가 가기는 쉽지 않다. 면접과 인재 채용이 과정 또한 인사 부서를 비롯해 각 부서장, 임원, 한국 대표이사 등 수많은 면접 심사관들의 시간과 노력이, 리소스가 쓰여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오픈된 채용 공고의 요구사항을 자세히 살피고, 본인이 강점과 맞아떨어지는 적정 포지션에 지원하는 것이 입사 가능성의 문을 여는 첫 관문이 되겠다.

미국 캘리포니아 LA에 위치한 라이엇 게임즈 본사 이미지 [이미지 출처 : 라이엇 게임즈]

1차 면접

후보자의 지원 내용, 이력서나 자기소개서(Cover Letter 등 포함) 등에 기초해 1차 면접을 진행코자 할 시 인사부서 또는 헤드헌터 등을 통해 해당 후보자에게 개별 연락이 취해진다. 그리고 1차 면접은 해당 포지션의 리포트 라인이 되는 부서장이 맞는다. 또 이 1차 면접의 직전이나 직후에 인사 부서와의 면접이 묶음 형태로 함께 진행되기도 한다. 각 면접은 1:1 대면 또는 화상 면접으로 진행되며 대면 면접일 시, 기업 내 회의실 등에서 진행된다.


1차 면접은 인재를 선발하고자 하는 이 포지션에 적합한 후보자인가,를 집중적으로 판단하는 자리로 업무 경험이나 자격 요건 외에도 업무/ 팀워크 스타일, 문제에 대한 해결법, 해당사의 해당 포지션에 지원을 하게 된 연유 등 서류 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 다양한 내용의 문답이 이뤄진다.


후보자 입장에서도 이 과정을 통해 지원 포지션에 대한 기대역할이나, 기업의 분위기, 협업 스타일이나 자격 요건 중 보다 무게를 두는 부분 등을 이 문답의 기회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구체적 과제

이후 과정은 포지션에 따라 소폭의 차이가 있긴 하나, 대체로 구체적 과제를 통한 검증 단계로 이어진다. 아마도 이 과정이 일반적인 기업의 채용 단계보다 긴 채용 과정을 만들어 내는 데 한 몫하고 있는 듯.


하지만 이는 빠른 업무 투입이 필요한 경력직 수시 채용이기에 또 정말 가장 훌륭한 인재를 찾고 싶은 욕심이 크기에 포기하기 쉽지 않은 단계이기도 하다. 본 단계를 통해서는 해당 후보자가 이 회사와 조직에 합류해 더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현재 그가 갖고 있는 업무 경험과 자질을 판단하기 위한 것인 동시에 입사 후 성장하고, 팀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잠재력까지 보다 상세하게 본다.


과제는 포지션에 따라 각기 다르게 주어지기도 하고, 후보자에 따라 좀 더 검증하고 싶은 측면에 무게를 두어 변형되기도 한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과거 라이엇에서 홍보/커뮤니케이션 전문가를 선발하고자 할 시 5년 내외의 경력자를 선발하는 과정 중 <보도자료 작성> 및 이에 대한 의도 설명 등의 과제가 제시된 적 있다. 또 7년 내외의 홍보 전문가를 선발하기 위해 특정 논제에 대한 <제안과 이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의 과제가 제시된 적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프레젠테이션 작성을 영어로 작성토록 가이드해 해당 후보자의 언어 능력까지 함께 검증하거나, 제언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의 면접 심사관으로 해당 조직장과 인사부서 담당자 외 팀 전체가 참여해 두루 평가 의견을 모으기도 한다.


사실 이런 과제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정답을 맞혀야 통과되는 테스트가 아니라 그 과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과정, 나름의 답을 제시하는 방식을 보고자 하기 때문이다.

특정 이슈에 대해 고민하여 정리한 제언 내용과 이를 전달하는 프레젠테이션, 문답 시간을 겪어 보면 꽤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후보자가 기존에 게임업계나 E스포츠 등에 대해 또는 문화/ 스포츠 산업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도를 갖는지 보인다. 또 익숙지 않은 사안이라 할지라도 어떠한 노력과 시간을 들여 조사하고 고민하여 자신 만의 답을 찾았는지를 통해 일하는 방식,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방식을 볼 수 있다. 또 전체적인 제언의 내용이 얼마나 논리적인지와 각 내용에 대해 발표 뒤 이어지는 문답에 있어 어떻게 아는 만큼의 답을 잘 풀어놓는지 등을 통해 향후의 발전 가능성도 볼 수 있다. 때문에 이 단계에 임할 때는, 정답이 무얼까보다는 왜 이런 과제를 제시했을까를 생각하며 진행하는 것이 좋다. 당연히 기업 외부에 있는 이가 내부의 직원들만큼의 정보를 모두 알 수는 없다. 공개된 정보나 그간의 기업의 히스토리, 최근의 방향성 및 업계 트렌드 등을 여러 가지로 찾아보며 하면 된다.


과제의 의도를 파악해, 성심성의껏 그리고 논리적으로 자신만의 답을 풀어놓는 것. 이는 꼭 라이엇 게임즈가 아니라도 이렇게 실무적이고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하는 기업에 지원한 경우 꼭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다면적 임원 면접

이후엔 임원 면접이 이어진다. 라이엇에서는 한국 오피스의 모든 임원이 채용 포지션의 후보자를 한 차례씩 만나는 형태로 다면 평가를 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한 번에 모든 임원들과의 면접을 이어가거나, 한꺼번에 여러 명의 심사관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해당 포지션의 리포트 라인에 해당되는 임원과의 면접이 우선이다. 이는 부서장과의 면접과 마찬가지로 1:1로 진행되며 대면 또는 화상으로 마련된다. 포지션의 필수 요건에 맞아 떨어지는 후보자인가, 특강점은 무엇이며 향후 잠재 가능성은 무엇인가. 또 기존 내부 인원들과 팀과의 시너지는 어떻게 기대할 수 있는가 등의 전반적 평가를 위한 문답이 이뤄지고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태로의 챌린지를 일부러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 직속 임원 면접까지 통과하게 된다면, 이후에는 여타 직무를 총괄하는 임원들 그리고 한국 대표이사와의 1:1 면접이 잡힌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까지도 라이엇에서는 이런 다면 임원 면접을 통해서는 30분에서 1시간가량의 각각의 시간을 통해 해당 후보자의 논리성부터, 업무 전문성, 기업 문화와의 컬처 핏 등을 나눠 살폈다. 이후 최종적으로 부서장, 직속 임원 및 여타 직무 임원들과 한국 대표, 인사부서 담당자 등이 모두 모여 이 후보자의 최종 합격 여부를 논한다. (앞선 단계마다 면접, 또는 과제 평가를 참여한 심사관들은 모두 시스템을 통해 상세하게 후보자에 대한 평가 의견을 기록하여 모은다)


단, 포지션의 특성에 따라 한국 임원 및 한국 대표이사와의 면접 과정 이후 해외 오피스나 본사에 근무하고 있는 임원이나 조직 리더가 영어로 화상 면접을 추가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본인의 경우는 입사 당시, LA에서 근무 중이었던 니콜로 러렌트 사장(Nicolo Laurent, 당시 해외사업 총괄 사장. 이후 글로벌 CEO까지 역임한 그는 2023년 현재의 라이엇 CEO 딜런 자데자에게 바통을 넘겼다)과 1시간 30분가량 화상 면접을 진행했다. 이런 글로벌 임원 면접을 단순히 우리도 사람 한 번 보자, 정도의 마지막 코스로 여기면 안 된다. 이 자리에서도 정말 이 포지션에, 또 우리 회사에 맞는 사람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따져내기 위해 굉장히 상세하고 구체적인 질문이 오고 또 오간다.



프로세스에 기준해 얘기하면 위의 과정이 전부다. 길다면 길 수 있고, 그럼에도 꼭 필요한 과정이라 보면 동의가 되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 참고사항이 더 있다. 회사에 따라 중점적으로 보는 사항이 각기 다를 것인데... 라이엇 게임즈의 경우는 문화적인 어우러짐. 그리고 업무적으로 요구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기본적인 요구사항으로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Culture Fit

라이엇 게임즈는 철학이 뚜렷한 회사다. 게임과 E스포츠가 주는 즐거움을 믿고, 사용자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Philosophy가 모든 업무에 맞닿아 있다. 이에 해당사의 리그 오브 레전드 또는 발로란트 실력이 어느 정도 이상이어야 한다는 잣대는 결코 아니지만,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직원들의 공통점으로 존재한다. 본인이 전혀 게임을, 또 E스포츠를 모르고 즐기지 않지만 산업적으로 비전이 있어 보여 지원한다면 사용자를 위한 최선의 답을 찾아야 하는 각 직군의 역할이 공감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이 회사는 모든 채용 과정서 컬처 핏을 계속 살핀다. 아이비리그를 나와 세계 굴지의 회사들에서 경력을 쌓은 후보자라 해도, 이렇게 하면 훨씬 매출이 극대화될 텐데 왜 안 하죠? 이게 제일 중요한데… 라 반문하는 후보자라면 아마도 우리가 몰라서 가지 않는 길이 아닙니다. 라며 해당 후보자는 선택지 않을 수 있다.

라이엇 게임즈 본사, 즉 LA오피스 내 위치한 라이엇 PC방 모습 [이미지 출처: 라이엇 게임즈]

영어를 어느 정도 잘해야 되나요

또 면접 후보자들께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영어 능력에 대한 부분이었다. 토익 점수나 토플 점수는 중요치 않다. 그리고 업무 포지션에 따라 영어 커뮤니케이션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허나 해당 사는 글로벌리 본사 및 각지의 여러 오피스 담당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사용자를 위한 답을 찾는 조직이다. 때로는 한국 오피스의 생각을 단단히 벼려내어 설명하고 모두를 설득하는 화자로 나서야 할 일도 많다. 때문에 영어 커뮤니케이션이 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입사가 확정될 순 없지만, 비즈니스 이메일을 쓰고 읽고 홀로 컨퍼런스콜에 참여해 상호 의견을 나누는 정도의 언어 능력은 직무에 따라 요구될 수 있다. 이 또한 채용공고를 자세히 살피면 각 포지션별로 요구되는 언어 레벨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의 기억 더듬기는 여기까지. 기업의 채용 포커스나 트렌드는 변화하기 마련이기에 사실 말을 뱉기 조심스러운 영역이나 경험을 토대로 정리했다.

이 내용들이 라이엇 게임즈 입사를 꿈꾸는 누군가나, 유사 게임사, 또는 어느 글로벌 기업에 입사를 지원하고 싶은 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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