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 예상치 못한 고객의 반응
<14화에서 계속>
2006년 미국에서 설립된 글로벌 게임 개발 및 서비스사 라이엇 게임즈. 그들은 2009년 그들의 처녀작이자, 이후 10여 년이 넘도록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으게 될 유명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이하 LoL)를 내놨다. 서비스지역은 미국, 유럽, 중국, 동남아시아, 한국 순으로 늘어나 현재는 베트남, 싱가포르,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총 20여 개 지역 이상이다.
또 라이엇 게임즈는 게임을 너무나 사랑하여 스포츠 같은 무료게임을 만들고 싶던 두 청년, 브랜던 벡, 마크 메릴이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였다. 이들은 E스포츠의 매력과 무한 성장 가능성 또한 확신했고 LoL개발 단계부터 E스포츠 대회도 함께 기획했다. 때문에 LoL E스포츠는 게임의 서비스 직후부터 지역별로 바로 시도될 수 있었고, 라이엇은 대회기획, 규정세팅, 스튜디오설립부터 방송인력, 전문캐스터 양성 등 바닥부터… 무에서 유를 창출하듯, E스포츠 기반 만들기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세계적으로 매해, 한 달여의 기간 동안 진행되는 LoL E스포츠의 최고 권위의 대회 LoL 월드챔피언십도 2011년부터 시작됐다. 첫 해에는 미국/ 유럽 지역의 팀들 간 경합이 이뤄졌고, 그 이듬해인 2012년부터 한국을 포함해 더 많은 지역의 팀들이 참여했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대표팀들은 체계적인 선수 양성과 전문적 합숙, 다양한 전략 구가를 무기로 최상위의 실력을 보여왔다. 역사상 LoL 월드챔피언십 우승팀을
가장 많이 배출한 지역이 바로, 한국인 것. 오늘날 E스포츠계의 메시, 마이클조던이라 불리고 있는 세계적인 E스포츠 스타, 페이커 이상혁 선수도 LoL월드챔피언십을 통해 성장했다.
그리고 바로 이 LoL월드 챔피언십이 일명 “롤드컵"이다. 이는 한국의 E스포츠 팬들이 직접 지어준 별명이다. 마치 세계적인 축제이자, 스포츠의 장인 월드컵과 같이 LoL을 가지고 세계 최고 팀, 선수들의 뜨거운 승부를 벌이는 자리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이름 붙여졌다.
그리고 그간 유럽, 북미에서 진행되어 오던 롤드컵이 한국서 처음 마련된 것은 2014년이었다.
2014 LoL 월드 챔피언십, 즉 2014 롤드컵은 엄청나게 성공적이었다. 결론적으로 한국 대표팀들의 활약이 매우 뛰어났고, 결국 그중 한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전에는 4만 명의 E스포츠 팬이 가득 모였다. 6만 명까지 수용 가능한 해당 경기장에 2002 월드컵 이후 최대 관객이 모인 경우라 했다. 당시의 기술로는 중앙 무대가 아닌 스타디움의 한쪽에 대형 무대와 화면을 설치하는 구조를 택했었는데, 때문에 그 뒤쪽으로의 관객석은 사용되지 못했었다. 오늘날의 진행 방식과 같이 중앙 무대까지 가능했다면 사실 4만 명보다도 더 많은 관객 수를 기록했을 것이다.
그리고 2014 롤드컵은 현재까지의 모든 롤드컵 중, 한국 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꾸지람과 비난을 들었다. 왜였을까?
돌아보면 이 행사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장소에서 진행된 초대형 국제 행사였음에 불구하고... 아직까지 전문화가 경지에 이르지 못했던 면이 많았다. 때문에 당시 120명 남짓이었던 한국 오피스의 전원이 투입되어 몸으로, 손으로 메운 부분이 많았던 행사이기도. 현재는 LoL E스포츠 관련해 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이나 롤드컵과 같이, 각 지역의 최고의 팀들이 모여 경합을 벌이는 국제 대회는 미국 본사, 즉 센트럴 팀에서 별도의 전담 인력과 조직을 편성하고 수개월에서 1년가량의 시간을 들여 체계적으로 준비하지만... 2014년까지는 글로벌 E스포츠 담당 인력과, 경기가 준비되는 해당 지역의 오피스 인력이 열심히 일을 나누어 같이 진행하는 형태였다. 보안이나 티켓 판매 등에 있어 여러 전문적인 파트너를 선발하고, 아웃벤더 리소스를 더해 사용했지만 당해의 롤드컵 결승전을 제대로 자리에 앉아 본 기억을 가진 한국 라이어터(Rioter, 라이엇 게임즈 임직원을 의미)는 1명도 없었을 정도로 미처 준비되지 못한, 또는 예상과 달리 굴러가는 일들을 막아내는 데 투입됐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위의 내용은, 한국 팬들을 가장 화나고 실망하게 했던 이유가 아니다. 어떻게든 많은 스텝들이 잠을 줄이고 일해, 일을 하고 또 해서 경기는 진행이 됐다. 관객 입장이 늦어지고... 때문에 한 순간 상암 월드컵경기장 일대가 개미지옥을 방불케 하게 되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사고 없이 흥행했고, 잘 마무리가 됐다. 내부적으로 레트로를 엄청하고, 이후 국제 대회 진행을 위한 본사의 전략과 투입 리소스가 확실히 큰 규모로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되긴 했지만 말이다.
2014 롤드컵이 최악의 위기관리 상황에 놓인 건 실제 대회 일정이 시작되기도 전이었다. 욕을 먹었다. 역대급으로 게임 사용자 및 E스포츠팬들이 실망감을 드러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팬들과의 교감의 문제… 또는 기대치 관리(Expectation Level Mnagement)에 철저히 실패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2014 롤드컵에 대한 사전 발표부터였다. 정확한 일자를 되짚어보자면 2013년 11월 12일이었다. 서울 용산의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LoL E스포츠 관련 미디어데이. 표면적으로 해당 간담회는 LoL 한국 정규리그(당시 명칭 롤챔스, LoL Champions Korea)의 차기시즌 개막을 축하하는 미디어데이였다. 프로리그가 도입되기 전, 한국 정규리그는 윈터시즌-스프링시즌-서머시즌의 3차례에 걸친 사이클로 진행이 됐고 그 첫 타인 윈터시즌 돌입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통상적으로는 새로운 정규리그 시즌 스타트를 앞두고, 주요 팀/ 선수들의 각오를 듣고, 라이엇 게임즈 측의 새 시즌 리그 운영 계획이나 변동 사항 등을 묻고 답하는 자리이지만... 이 날은 평시와 달리 "LoL과 LoL E스포츠 팬들께 기쁜 소식을 일찌감치 알리겠다는" 의욕이 함께 했다. 하여 주요 연사로 참여한 전병한 당시 한국 e스포츠 협회장 및 라이엇 게임즈 오진호 아시아총괄(한국대표 겸임)이 맞손을 잡고... 아래와 같이 밝혔다.
2014 롤드컵 결승전이 한국에서 진행됩니다
사실 실제 2014 롤드컵 진행까지 아직 1년이라는 일자가 꼬박 남은 상태였고, 각 스테이지의 정확한 진행 일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룹스테이지부터 8강, 4강 등 결승 외 경기들의 진행 장소도 정해진 바가 없었다. 롤드컵 결승을 한국에서 하려... 상암 월드컵 경기장 등 여러 장소를 서치 하고, 확인하고, 협의하는 딱 그 정도의 시기였다.
하지만 <롤드컵 한국 유치>를 공약으로 걸었던 한국 e스포츠 협회장의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우리 팬들께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은 니즈가 있었고... 회사 입장에서도 전례 없이 빠른 고지이긴 하나... 게임과 E스포츠에 진심인 팬들께 롤드컵 결승이 한국에서 마련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드리면 얼마나 좋아하실까,라는 긍정적 해석과 기대가 앞섰다. 또 현실적으로 협회장의 바람을 만류하거나 외면하기 쉽지 않았다.
폭탄급 소식에 당연하게도, 이 날 미디어데이는 온통 2014 롤드컵 결승이 한국에서 열릴 것이라는 발표에 쏠려버렸다. 현장에 참석한 미디어들을 비롯해, 기사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 소식을 접한 E스포츠 팬들도 열광했고, 함께 기뻐했다. 전병헌 e스포츠 협회장은 현장에 마련된 롤드컵 우승 트로피를 부여잡고 "한국 유치 성공!!!"을 거듭 외치시기도 했다.
이 날 모두가 너무 흥분했다. 하여 너무 크게 발표됐다. 같은 날 공식적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오른 공지 및 미디어에 전달된 보도자료에는 명확히 "2014년 롤드컵 결승, 한국서 마련된다"는 내용이 밝혀져 있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롤드컵, 한국 유치 성공"이라는 표현이 각인되어 버렸다.
2013년 11월의 때 이른 발표 뒤, 내부적으로 쉴 새 없이 LoL E스포츠에 있어 가장 큰 행사인 롤드컵을 준비했다. 차곡차곡 사전 준비의 궤가 맞춰지며 궁금해할 팬들을 위해 2014년 6월… 2014 롤드컵의 전체 확정 일정과 장소, 진행 방식 등을 고지했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뭐?! 이게 왜 이래? 였다
<16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