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은 쑥전 서브는 호박전
엄마 식탁에 쑥전이 올라왔다.
울 엄마의 식탁에 봄이 왔다.
봄이라고 쓰기엔 조금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글 쓰는 이 시점은 장마시작....
엄마랑 통화하면서 쑥을 잔뜩 캐 왔다고 하셨다.
나는 또 퉁명스럽게 힘들게 쪼그리고 앉아서
그걸 캤냐며 괜히 틱틱거렸다.
나중엔 후회할 거면서...
머리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입이 가만있지를 못해.
으이그 철딱서니..
얼마뒤 집에 갔더니 엄마는 쑥전을 부쳤다..
이건 내가 주방옆을 오며 가며 집어먹은 결과물
엄마의 쑥전은 반죽물보다 쑥이 더더더 많이 들어가서
그냥 입에 넣고 씹기도 전에 그냥 쑥향이 난리가 났다.
표현이 좀 그런지 몰라도 아주 쑥탕에서 느껴지는 그 향이 입안 가득 채워진다.
그렇게 엄마한테 머라 머라 잔소리 늘어놓고는
먹을 땐 좋다고 신나서 먹고 있네.
이런 철딱서니.. 언제 철들어.. 나는..
쑥전을 한바탕 그렇게 신나게 좀 물리도록 먹었다.
어차피 이 쑥전도 딱 이때뿐이라서 지금 이 시간이 지나면
끝이다 끝. 이렇게 먹고 가면 내년에나 또 먹을 수 있겠지.
아마도 길어야 이 삼일 머무는 동안 쑥전을 한소쿠리는 먹었나 보다.
귀찮을 법도 한데 또 엄마는 호박전을 부친다.
엄마는 동그란 모양 말고 납작하게 썰어 내서 밀가루 묻히고 계란물 담갔다 구워내는 호박전을 부쳤다.
이렇게 먹으니 부드러운 속살이 더 많이 씹혀서 단맛이 더 많이 나는 것 같았다.
노릇노릇하게 부쳐지니깐 참 맛있다.
번외로 같이 구워주는 크래미는 별 미지 아주.
엄마 밥상에 앉으면 이상하게 밥보다 반찬으로 배 채우는 신기한 마법이 부려진다.
매번 먹을 때마다 "엄마 나 밥 조금만! 조금만 줘!"
밥공기에 밥이 반도 안 채워서 주는데 식사를 마치고 나면 정말 배가 터질 것 같은 이건 참...
솔직히 똑같은 쌀로 밥을 해도 엄마네 집에서 먹는 밥은 더 맛있다.
밥도 먹고 싶고 반찬도 다 맛있어서 배부른데 자꾸 집어 먹게 되는 이상한 마법.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는 또 이날의 밥상.
한동안 이런저런 이유들로 부모님 집에 다녀오지 못했는데
조만간 엄마집밥으로 힐링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