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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소소 Jan 28. 2023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겨울철 별미 동치미국수

천연소화제 동치미

역시 먹방 티비 영향은 무시할 수가 없다.

아니 왜 가만있는 사람을 흔들어 놓냐 이 말이지.


모 프로그램에서 동치미국수를 만들어 먹는 걸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입에 침이 고이면서 너무 당기는 거라.

갑자기 당장 어디서 동치미를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밤에 침만 꼴깍거리다가 잠들면서 잊었다.


그리곤 명절이라 부모님 집에 내려왔는데

세상에나 집에 동치미가 있는 것이다.

내가 놀래서

"엄마 이거 언제 한 거야?"

"지난가을에 해놨지. 한통밖에 못했어. 먹어볼래?"

"어!! 무조건이지."

국그릇에 한 그릇 담아서 주셨는데..

와.. 이건 뭐 한입 먹자마자

꿀꺽꿀꺽 한 그릇 그 자리에서 다 마셔버렸다.

김치냉장고에서 갓 꺼낸 거라.. 살얼음까지 끼어서 엄청 차가웠다.

이가 시리도록....

여수갓, 아빠가 농사지은 무, 각종야채들로 만들어진 천연소화제 동치미

엄마는 소면을 재빠르게 삶아내고

찬물에 바락바락 비벼서

찰진 국수면을 그릇에 담아낸 뒤에

고명으로 올릴 갓이랑 무를 썰어서

소복하게 담아낸 하얀 국수 위에 올려준다.

그리고는 차가운 동치미 국물을

한번, 두 번, 세 번 담고 또 담아서

식탁에 예쁘게 세팅해 주셨다.

갓이랑 무채를 고명으로 올리고 동치미국물 부어줌
예쁘게 담아내어 주심

이거는 감탄을 안 할 수가 없다.

먹지도 않았는데 맛있겠다며 온갖 호들갑을 다 떨고 있는 나.

보는데도 침샘이 폭발하는 이유는?

그래도 인증샷은 남기고 싶어서 사진 세장 찍고

잽싸게 젓가락으로 차가운 국물에 흐트러 트린다.

그리고는 무채와 잘게 썰어진 갓을 차가운 국수면과 함께 집어서

먹으려는 순간.. 찰칵하고

바로 입으로 직행이지.

와 진짜 이것은 뭐 말로 표현이 안된다.

엄마한테 엄마 왜 동치미국수를 나는 안 먹었었나?

이거 왜 이렇게 맛있지? 진짜 완전 역대급인데?

"엄마 엄마, 나는 이거 가기 전에 한번 더 먹고 가야겠다. 계속 생각이 날 것 같아."

"먹고 싶을 때 얘기해. 이거 금방 하니깐."

분명 국수가 많았다. 이것은 1인분이 아니었다.

근데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내가 계속 맛있다고 맛있다고

엄지 척 날리고 온갖 오두방정을 다 떨고 있으니 엄마는 이 모습이 웃긴가 보다.

"엄마 근데 이거 좀 많은 것 같다. 1인분 아닌 것 같은데."

"먹다가 남겨 못 먹겠으면."

 배부르다 진짜 많다 타령하더니 나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싹싹 비웠다.

엄마는 그렇게 맛있냐며 그래서 진짜 장난 아니다. 최고다.

근데 진짜 이렇게 먹었으면 분명 과식으로 속이 쓰리거나 할 텐데

신기하게도 속이 편했다.

정말 엄마 말대로 동치미는 천연 소화제인가 보다.

이런게 소확행일까.

며칠뒤 집 떠나기 전날 나는 또 한 번 국수 요청을 했다.

애매하게 점심을 먹은 뒤라 저녁 먹기는 뭐 했는데

그래서 국수 조금만 먹겠다고. 그래서 한 그릇 했는데 진짜 속이 답답한 게 없다.

다시 또 먹어봐도 너무 맛있고 천연소화제인 거 인정한다.

두번째 동치미국수

두 번째 먹은 동치미 국수도 국물까지 아주 싹싹 비웠더니

엄마가 맛있게 잘 먹어 줘서 고맙다고 한다.

"엄마, 엄마가 한 음식이 뭐 나는 다 맛있고 맛없는 게 없는데 진짜 이 동치미국수는

손가락에 꼽을 것 같아."

이런 말이 엄마한테는 감동을 주는가 보다.

자식들 다 내보내고 따로 맘 둘 곳 없어 헛헛한데 이렇게 가끔 와서 해주는 음식

잘 먹고 가는 자식 보는 게 소소한 낙인 것 같다.


'내가 이제 자주 집에 올게.'


돌아갈 때면 매번 맛있는 거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얘기하는데

그렇게 말하면 나는 특별식이야 나가서 더 잘 먹을 수 있다고

근데 엄마 집밥은 어디서도 돈 주고 못 사 먹는 거야.

이렇게 글로 술술 쓰듯이 입밖으로도 내야 하는데..

살갑지 못한 딸은 오늘도 이렇게 글쓰기로 표현을 한다.

언젠가 이걸 엄마한테 보여줄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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