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다쟁이소소 Feb 04. 2023

식탁의 터줏대감 두부

두부구이 주문했더니 황탯국이 같이왔다.

아마 두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엄마 아빠의 식탁에 올라간 음식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부터 두부가 들어간 다양한 음식을 먹고 자랐다.

우리 집 식탁에서 두부는 절대 빠지지 않는 식재료.

부모님과 같이 사는 동안은 매 끼니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먹었으니.


어린 시절 살던 동네 슈퍼에서도 우리 집 두부 사 가는 건 너무 유명했다.

저녁 준비 전에 엄마는 천 원 주면서 두부 한모 사 오라고 꼭 그렇게 심부름을 보냈었다.

그래도 그 어린 시절 나는 두부가 맛있었나 보다.

음식 투정도 없이 참 맛있게도 잘 먹었다. 지금까지도 안 질리고 먹는 거 보면 참 신기하다.

두부가 찌개류에는 어디에 들어가도 다 참 맛있고 어울리는 식 재료긴 한데

보통 우리 집은 두부를 넓게 썰어서 양념장을 넣고 끓이는 식의 두부 찌개류를 많이 먹었다.

젤 최근에 먹었던 두부 가득 고추장찌개

이마저도 기름 들어간 건 깔끔하지 않아서 조선 간장에 파와 고춧가루로 만든 양념장만 들어간다.

가끔 아주 가끔은 기름 들어가면서 살짝 단맛이 나는 두부찌개도 먹긴 했는데

아마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빠와 먹는 식사에는 그 찌개는 없었던 것 같다.

그 시절 아빠의 취향은 아니었던 것으로


어느 날 집에 왔는데 양념장 바른 두부구이가 너무 먹고 싶었다.

그래서 또 엄마한테 얘기를 미리 얘기를 했다.

엄마는 두부구이와 황탯국을 내어 주셨다.

황탯국 이것 또한 참 많이도 먹었던 음식이다. 내가 어릴 때 업무상 술자리가 잦았던 아빠덕에

엄마는 해장국을 많이 끓인 것 같다.

김칫국, 콩나물국, 황탯국 등등 돌려가면서 연신 끓여내신 듯.

지금도 엄마는 아주 지겹게 끓였다고 우스갯소리로 얘기한다.

시원한 국물 내주는 무를 넣고 끓이는 황탯국

무랑 두부 한입 사이즈로 썰어 넣고 뽀얀 국물과 한입 떠먹음 그렇게 속이 편할 수 없다.

어릴 때는 황태 식감이 싫었다. 이제야 뭐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 되었지만 말이다.


지금의 우리 집은 아빠가 두부를 꼭 새벽시장에서 사 오신다.

아마도 당신이 젤 좋아하는 음식이자 소울푸드라고 해도 될 두부.

아무래도 마트의 대기업 두부보다는 우리 집 입맛은 역시 시장에서 파는 손두부다.

이것은 나도 마찬가지. 집을 떠나면서 대형마트에서 사 먹는 두부는

어린 시절 그 두부맛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간수로 만드는 두부와 맛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겠지.

엄마가 두부 요리를 할 때면 난 그 옆에 쪼르르 달려가서 잘라주는 생두부를 한 조각씩 얻어먹었다.

그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진짜. 대기업 두부들은 그런 맛이 안 난다.

새벽시장에서 사온두부에 양념장만 올려서 먹기

내가 아무리 해도 엄마가 구운 것처럼 노릇하게 잘 안 되는 거라

엄마가 하는 두부는 부서지지 않으면서 단단하게 잘 부쳤던데.

잘 구워진 두부에 양념장을 살살 뿌려주는 식으로 먹는다.

이게 아주 별미 중에 별미다.

나는 따끈한 거보다 식었을 때가 더 맛있더라.

아무래도 양념이 두부에 베어 들어서 그렇겠지.

이게 아주 밥도둑이다. 다른 반찬 없어도 한 그릇 뚝딱

수도 없이 많이 먹었는데도 변하지 않는 그 손맛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언젠가는 양념 비율을  알고 싶은데

하지만 엄마가 요리프로처럼 계량해서 넣는 건 아니라 요리 감이 없는 나는 애매하긴 하겠다.


 


이전 04화 메인은 쑥전 서브는 호박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