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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소소 Jun 30. 2023

여름의 시작은 감자전

구황작물 사랑 햇감자와 햇옥수수

출생이 시골 아니랄까 구황작물 사랑이 엄청나다.

왜이렇게 물리지도 않고 맛있는지 모르겠다.

어릴때 엄마가 감자를 한솥을 쪄놓곤 했는데

그러면 들락날락 거림서 찐감자를 집어 먹곤 했던 기억이 난다.

소금도 찍어먹고 고추장도 찍어먹고 감자 샐러드도 해먹고.

옥수수 나올땐 옥수수를 먹고. 고구마철엔 고구마를 어려서 부터 먹음 질릴법도 한데 

안 질리고 지금도 참 좋아하는 식재료들이다.

과자가 한참 좋을 나이였는데 과자를 안먹은건 아니지만 구황작물도 참 좋아했다.


내가 여름에 꼭 먹는 음식중 하나가 햇감자로 만든 감자전과 햇옥수수다.

어린시절엔 딱히 그런 생각 안하고 주는데로 잘 먹었는데 커서 보니 그런것이었다.

내가 진짜 옥수수를 참 좋아하고

주변 친구들은 내 옥수수 사랑을 다 알고 있다.

하물며 부모님도 그렇게 맛잇냐면서 묻곤 하신다.


아빠가 농사를 시작하고는 옥수수도 꼭 심는다.

아빠의 농사 첫해에 옥수수가 잘 됬는데 그래서 그 해여름부터 해서 겨울까지 

원없이 먹었다. 근데 옥수수도 냉동실에 들어갔다가 나오니 확실히 수분감이 빠져서

맛이 덜하다. 역시 괜히 제철 음식을 먹으라는 얘기가 있는게 아닌가보다.

아빠는 해마다 옥수수를 하는데 아빠도 테스트 하는거라 품종도 바꿔가면서 했다. 

품종까진 기억 못하겠지만 작년에 먹었던 옥수수가 제일 맛있게 먹었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여름이 시작되면 아빠한테 전화를 걸어

"아빠, 옥수수 언제따? 잘 여물었어?"

아빠의 농사에 도움은 1도 안 주면서 장마오면 작물 괜찮은지 걱정은 겁나게 한다.

작년에도 태풍 때문에 어찌나 걱정이 되었던지 그리고 아빠 혼자 하는거라 힘이 많이 드실것같아

걱정이 두배였다. 아빠도 이 농사에 애착이 많이 있으셔서 이변이 없는한 매일매일 가서 

관리하신다. 이러게 정성이 많이 들어가서 농작물들이 안 되면 너무 속상하실것같다. 


옥수수도 옥수수지만 진정 여름의 시작은 감자전이지 그러고 말고

여름감자가 참 맛있다. 특히나 분이 많이 나는 수미감자를 갈아서 감자전으로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우리집은 수고가 많이 들어가는 감자전을 부쳐먹는다.

감자 깎아서 강판에 직접 다 갈아서 녹말빼고 야채 넣고 만드는 감자전이다.

이건 진짜 수고로움 그 노동력에 비해 너무 순삭되는 음식이라 참 아쉽고 아쉽다.

감자전 한장을 먹으려면 감자 두세개는 갈아야하는데

감자전 한장으로 절대 배가 안차고 가족 여럿이 먹으려면 적어도 10개는 갈아야한다.

진짜 강판에 가는 작업이 보통일이 아니다. 

"너가 먹을꺼니깐 너가 감자 갈아. 엄마는 손목이 아파서 못하겠어."

"알겠어. 내가 갈께. 몇개 갈면되?"

이렇게 시작한 대화로 나는 감자 8개를 갈기 시작했고.

두개쯤 갈았을까 진짜 손목이 불편하기 시작하는데.

감자를 어떻게 잡고 갈아도 불편하다. 

엄마는 힘든데 그 옛날엔 다 갈아서 해줬다. 그 생각하니 맘이 짠해.


믹서에 갈면 편하고 너무 쉽지만 그게 너무 곱게 갈려서 쫀득한 맛과 감자의 결이 사라져서 식감과 맛이 다르다. 엄마는 그래서 강판을 고집하신다. 나도 매한가지고.

다 갈아논 감자는 물빼기 작업을 통해서 녹말을 분리하고 

그 물빠진 감자에 야채랑 청양고추 팍팍 넣어서 기름 두른 팬에 부쳐낸다.

이거는 뭐 맛이 없을수 없는 음식.


한여름에 감자 갈고 나면 땀이 뻘뻘 나는데 그러면 아 걍 해먹지말자며 사먹자고 말 뱉어 놓고

또 맛있게 먹고 나면 잊고 나는 또 감자를 갈고 있다.

여름 한철에만 먹을 수 있으니깐. 잠깐의 수고로움을 들여서 맛있는 음식을 가족들과 먹는 

그 행복이지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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