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
모든 현상은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
나는 불자는 아니지만 내 상황에 비춰보면
참 이처럼 잘 들어맞는 말도 없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상황의 시작에서도 내가 입으로 뱉어 냈던 그 말이 딱 시절인연이었다.
이렇게 될 일이었다.
모든 게 다 이렇게 되려고 그랬었나 보다.
정신없이 지내던 몇 달,
자책하고 땅속으로 그냥 조용히
숨어서 지내고만 싶었던 몇 달
괜찮지 않지만 괜찮은 것처럼 살았다.
근데 역시나 그건 아니지...
나쁘게 생각하면 하염없이 나쁘고 안 좋고 다 내 잘못인 것만 같고 내가 잘 못 살아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난 것만 같고 그렇다.
근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토록 원하고 바랬던
휴식기를 갖는 건데
왜 부정적으로만 생각했을까.
세상이 무너진 것도 아닌데
끝없이 부정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다들 이렇게 저렇게 살고
인상사 안 힘든 사람 없고
다들 하기 싫은 거 하면서 산다면서
나를 엄청 쪼였다.
이러니 내가 파놓은 동굴 속으로만 한없이 들어갈 수밖에..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안 쓴다면서 신경 쓰고
근데 봐봐. 남들 누구? 누가 나한테 뭐라 하는데?
그냥 특정한 대상도 없는데 너 막연하게 왜 이렇게 있냐고 앞으로 뭐 할 거냐 무슨 생각 가지고 있냐 오만가지 생각들이 계속 나를 숨 막히게 했다...
아무도 나에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없고. 그리고 어느 누구도 내 인생에 대해서
그렇게 말할 수 없는데 말이다.
근데 그냥 이렇게 지내고 있는 스스로 모습이 싫으니까
나는 실패했고 내 인생 망했다는 생각만 드니까
자꾸 남 탓만 하고..
내 인생 아무도 관심 없는데 혼자 끙끙.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참...
이렇게 지내면서 인간관계도 정리가 많이 되었는데
정리를 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되었다가 맞는 표현인 거 같다.
사람대 사람의 관계도 다 그렇더라 내 맘대로 되는 게 없고 다 뜻과 같지 않으며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지내는 게 제일이다.
서운할 것도 없고 섭섭해하지도 말아야지.
일방적인 건 없다. 단지 그때 서로 필요충분조건이었을 뿐. 인연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
내 마음만 다친다.
시절인연
모든 일엔 다 그때가 있고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그 관계는 딱 거기 까지였던 거다.
인생 다 그렇다..
얼마 전 티비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봤다.
한창 활동할 땐 만나면 즐겁고 자주 보고 그랬는데
활동을 안 하니 자연스레 다 끊어지더라며
내심 놀래기도 했고 또 한 번 다들 비슷하게 사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뭐 다 그런 거지..
인간관계 다 부질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