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확실히 알겠다.
애증이었어.
퇴사를 하고 그쪽 동네는 발도 들이기 싫어서 쳐다도 안 본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는데 그리되네?
근데 며칠 전 밤에 같이 퇴사했던 동료에게 카톡이 왔다.
잘 지내냐는 연락과 함께
이런 간단한 안부 정도는 묻고 살자며 ㅋㅋㅋ
어쩔 수 없이 나온 지난 회사의 얘기와
또 다른 누구누구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오랜만에 그의 어투에서 옛날 같이 일했던 때가 생각이 났고 여전하구나 싶었다.
딱히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는 않아서
짧게 소식만 전하고 잘 지내시라는 인사와 함께 마무리했다.
요즘 일 어떠냐고 물었더니
상황이 더더욱 안 좋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뭐랄까. 내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싶은 마음?
더 험한 꼴로 마무리하지 않고 그때 그렇게 정리한 게 잘한 거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 마음이 참 그래...
너무 일이 안 구해져서 다시 본업으로 가야 하나 생각을 한 적이 있고 구인공고 찾아본 적도 있다.
이력서 메일로 보낼까 말까도 고민을 많이 했다.
고연차의 경력자를 뽑지도 않는데
눈 딱 감고 질러 볼까도 생각했었다.
분명 다시 돌아가도 나는 또 지옥을 경험할 테지..
결국은 맘이 가지 않은 거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지만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일...
근데 오늘 기사를 봤는데 진짜 업계상황이 더 안 좋구나라는 말을 확실히 실감하게 되고 나니
이상하게 맘이 편해지는 거 같았다.
한가닥의 그 놓지 못했든 무슨 마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껄쩍찌근한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는 다 내려놓고 확실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글로 적어 보니
죽을 만큼 힘들게 일하고 욕하고 못해먹겠다는 둥
난리 쳐가면서 버텼던 그 시간들이 이제는 굳이 나쁜 기억들로만이 아니라 그 또한 추억으로 마무리되는 거 같은 기분이다.
예전엔 절대 인정 안 했는데
이제 확실히 느꼈다. 애증이었어 정말...
새롭게 개척하자!
나는 할 수 있지! 할 수 있다!
오늘도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