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웨이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 키가 작았다. 80년대의 초등학교 시절은 키 순서대로 줄을 서고 번호를 달아줬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내 번호는 40명이 넘는 반에서 7번, 8번. 10번을 넘지 못했다. 1번은 아니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도찐개찐이었다. 키 번호를 정할 때 가능성 보이는 뒤까지 가서 까치발을 들고 버티고 있었다. 키가 컸으면 했다. 키가 크면 힘도 세고 강해 보였다. 뒤에 서면 나도 큰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아이들은 앞 뒤를 돌아보며 눈 자로 허공에 줄을 그었다. 그어진 줄 아래 있던 나는 고무줄 넘기를 통과 못하고 앞으로 다시 옮겨가야 했다. 그러면 다시 작고 힘없는 꼬마 아이가 되었다.
마음에도 키순서 줄이 있나 보다. 아티스트 웨이를 시작했다. 마음에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모닝 페이지에 쏟아내란다. 어색하게 하나 둘 꺼내기 시작했다. 마음에는 키도 덩치도 큰 녀석이 앞에 서 있다. 제일 앞에 '질투'라는 녀석이 버티도 있었다. 글로 흘려보내니 '욕심'이가 나타났다. 사람에 대한 욕심, 일에 대한 욕심, 먹을 것에 대한 욕심까지 얼마나 크고 센지 한참을 꺼내기 전까지는 기 뒤에 뭐가 숨었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마음은 '실망'이었다. 나를 찾아왔다 떠나가는 사람, 등을 보이는 사람, 믿었던 사람에 대한 실망스러운 모습까지. 실망은 사람을 공허하게 한다. 마음에 큰 구멍이 난다. 구멍에 바람이 들면 몸이 으슬으슬 떨려와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감싸는 어린아이가 된다.
한참 뒤에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녀석이 있다. 눈앞에 서있는 큰 등을 피해 까치발을 들고 얼굴을 이리저리 기웃대는 놈. '사랑' 그 순진한 얼굴을 외면할 수 없어 소매를 잡아 데리고 와서 맨 앞에 세워줬다. 만족스럽게 나를 보며 씩 웃는다. 나도 따라 웃어볼까.
운영하는 단톡방, 선물방에 아침인사를 건넸다.
"사랑합니다."
어딘가에는
내 안에 작은 사랑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욕심도 질투도 실망도
가득하지만
그래도 내 안에 숨어있는
사랑이라는 녀석을
앞에 세워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월요일이네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누군가의 마음속에 숨어있던 녀석이 나와 반갑게 맞아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