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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리스러브 이유미 Aug 22. 2022

키 작은 아이-마음에도 키순서가 있나 보다.

아티스트웨이를 시작했다.

키 작은 아이


초등학교 6학년까지 키가 작았다. 80년대의 초등학교 시절은 키 순서대로 줄을 서고 번호를 달아줬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내 번호는 40명이 넘는 반에서 7번, 8번. 10번을 넘지 못했다. 1번은 아니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도찐개찐이었다. 키 번호를 정할 때 가능성 보이는 뒤까지 가서 까치발을 들고 버티고 있었다. 키가 컸으면 했다. 키가 크면 힘도 세고 강해 보였다. 뒤에 서면 나도 큰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아이들은 앞 뒤를 돌아보며 눈 자로 허공에 줄을 그었다. 그어진 줄 아래 있던 나는 고무줄 넘기를 통과 못하고 앞으로 다시 옮겨가야 했다. 그러면 다시 작고 힘없는 꼬마 아이가 되었다.


모닝 페이지에 줄 선 마음들


마음에도 키순서 줄이 있나 보다. 아티스트 웨이를 시작했다. 마음에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모닝 페이지에 쏟아내란다. 어색하게 하나 둘 꺼내기 시작했다. 마음에는 키도 덩치도 큰 녀석이 앞에 서 있다. 제일 앞에 '질투'라는 녀석이 버티도 있었다. 글로 흘려보내니 '욕심'이가 나타났다. 사람에 대한 욕심, 일에 대한 욕심, 먹을 것에 대한 욕심까지 얼마나 크고 센지 한참을 꺼내기 전까지는 기 뒤에 뭐가 숨었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마음은 '실망'이었다. 나를 찾아왔다 떠나가는 사람, 등을 보이는 사람, 믿었던 사람에 대한 실망스러운 모습까지. 실망은 사람을 공허하게 한다. 마음에 큰 구멍이 난다. 구멍에 바람이 들면 몸이 으슬으슬 떨려와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감싸는 어린아이가 된다.


얼굴을 내미는 키 작은 마음 하나


한참 뒤에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녀석이 있다. 눈앞에 서있는 큰 등을 피해 까치발을 들고 얼굴을 이리저리 기웃대는 놈. '사랑' 그 순진한 얼굴을 외면할 수 없어 소매를 잡아 데리고 와서 맨 앞에 세워줬다. 만족스럽게 나를 보며 씩 웃는다. 나도 따라 웃어볼까.


운영하는 단톡방, 선물방에 아침인사를 건넸다.



"사랑합니다." 
어딘가에는
내 안에 작은 사랑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욕심도 질투도 실망도
가득하지만
그래도 내 안에 숨어있는
사랑이라는 녀석을
앞에 세워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월요일이네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누군가의 마음속에 숨어있던 녀석이 나와 반갑게 맞아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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