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더 소중한 게 있다는 걸, 너에게서 배운다
“엄마, 이건 ‘엄마사랑 편지’ 두 장이야.
이건 한 장이면 돼.
엄마가 편지를 주면, 내가 이거 줄게.”
마켓놀이를 좋아했던 막내는 종종 재미있는 마켓을 연다.
마켓은 마을 돌며 열리는 5일장처럼
방에서도 열리고,
베란다에서도 열리고,
거실에서도 열린다.
종이돈을 만들어서 갖고 가기도 하고,
동전을 들고 가기도 하고,
물물교환할 간식을 들고 가기도 하는데
이 날은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엄마 사랑 편지 1장
엄마 사랑 편지 2장
나는 나도 모르게
물건의 가치는 돈으로만 측정할 수 있다고
말해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기준은 달랐다.
놀이는 아이에게 그냥 지나가는 시간이 아니다.
놀이는 아이가 세상을 설계하고, 관계를 구성하며,
가치를 선택하고, 감정을 주고받는
삶의 첫 번째 ‘실험실’이다.
아이에게는 그 안에
가치, 사랑, 교환, 관계, 표현, 기획, 기준…
이 모든 철학이 들어 있었다.
아이에게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세상을 움직이는 진짜 힘이었다.
그것으로 사고 싶고, 그것으로 받고 싶고,
그것으로 연결되고 싶은 마음.
그 순수하고 단단한 가치관이
아이의 세계를 만드는 중이었다.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그만큼 소중한 것으로 맞바꾸고 싶다는 생각.
그건 곧 자기 가치를 알고,
그 가치를 존중해 달라고 요청하는 감정이다.
그리고 그것을 ‘놀이’라는 자유롭고 안전한 공간 안에서
마음껏 시도하고, 표현하고, 실현해 보는 것.
아이의 놀이는 늘 ‘현재’를 사는 연습이고,
동시에 ‘미래’를 살아갈 감각을 키우는 훈련이다.
그날 나는 아이의 놀이를 보며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내가 가르치려는 것이 하찮게 느껴졌다.
마음속에 굳어있던 벽을 두드려 흔드는 것처럼
내 안이 요동치고 있었다.
견고한 가치관이 순간에 뒤흔들리는
대단한 배움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내 생각을 가르치는 대신
아이의 생각을 읽고
관찰하고
배우기로 했다.
내가 사는 세상보다 아이가 사는 세상이
더 행복해 보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가치가 되고 화폐가 되는 세상.
그건 어쩌면 우리 모두가 돌아가야 할 본래의 세계가 아닐까.
아이에게 편지 2장을 썼다.
"사랑해"
"정말 사랑해"
아이의 놀이는 때때로
어른의 삶보다 더 진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