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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원 Oct 15. 2021

지구를 위한 소비

가학적 소비 3

2017년 말까지 갤럭시 S3라는 휴대폰을 썼다. 카드 등을 넣는 휴대폰 케이스가 많이 갈라져서 너덜너덜했다. 힘을 좀 주면 두 조각이 날 상태였지만 그 상태로도 1년 이상을 더 썼다. 그때 친구가 말했다. ‘야, 돈도 많으면서 너무한 거 아니냐. 물건을 소비도 해 줘야 경제가 돌아가지’라고 말이다. 틀렸다. ‘그렇다면 너도 휴대폰 회사 등을 위해 매주 휴대폰을 새것으로 사라. 그럼 대한민국 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거다.’라고 나는 대답해줬다.


사실 8000원 정도면 사는 폰 케이스를 꼭 돈을 아끼기 위해서 안 산 것이 아니다. 물론 돈을 아끼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원과 환경’이다. 우린 너무 쉽게 쓰고 버리고 쓰고 버리고를 반복한다. 이건 잘못된 것이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최근 200여 년간 우리는 너무나도 환경을 파괴했다. 계속 파괴해서 이제 지구가 병들자 지구 옆에 있는 화성으로 이주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화성으로 이주한들 그곳 역시 머지않아 파괴할 것이 분명하지 않겠는가.


어벤저스라는 영화에 타노스라는 악당이 나와서 인류의 절반을 죽인다. 그 이유가 인류와 우주, 지구를 위해서란다. ‘인간들은 쓰고 버리고’만 반복한다면서 말이다. 악당이지만 너무나 옳은 말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에게 다시 말해줬다. ‘폰 케이스를 오래 써서 당장은 폰 케이스를 만드는 회사가 타격을 받는 것처럼 보이거나 혹은 그 회사가 망하더라도, 아껴쓰는 사람이 많아지면 오히려 산업의 생태계가 더 가치 있고 아름답게 재편될 거야’라고 말이다.


‘포스트잇’이라는 종이를 다들 알 것이다. 나는 금융업무와 영업의 특성상 18년 동안 포스트잇을 거의 매일 썼다. 특히 엄지손가락만 한 작은 포스트잇을 자주 썼는데 두 달에 한 장 정도 썼다. 볼펜으로 안 쓰고 ‘샤프’를 주로 썼기에 가능했다. 매일 밤 지우개로 지우고 재활용을 했다. 점점 어두운 색으로 종이는 변해갔지만 매일 쓰면서도 두 달 정도는 쓸 수가 있었다. 즉 1000원짜리 포스트잇 하나를 사서 매일 썼는데도 10년은 썼다. 과연 내가 몇십 원 아끼자고 그랬겠는가? 아니다.


어릴 적 만화영화를 보며 악당들로부터 ‘지구를 지키자’라며 친구들과 놀고는 했다. 살아 보니 지구를 파괴하는 악당들은 우리들 자신이 아니던가. 우리부터, 지구를 구하는데 아주 작은 힘이라도 보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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