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va, Switzerland #05: 스위스 음식
스위스는 음식문화가 그리 발달된 나라는 아닌 듯하다. 스위스 음식이라고 하면 퐁듀와 라클렛 정도가 떠오른다. 제네바에서도 퐁듀 집을 제외하면 유명한 맛집들이 거의 중국 음식, 태국 음식, 이태리 음식점들이다. 퐁듀와 라클렛은 조리법도 복잡하지 않다. 그냥 다 치즈를 녹인 음식들이다. 하지만 조리법만 보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음식 같아도 먹어보면 한국에서 만들면 이 맛이 안 날 것이라는 생각이 금방 든다. 재료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퐁듀는 끓인 치즈에 빵을 찍어먹는 음식이고 라클렛은 녹인 치즈를 감자와 피클과 함께 먹는 요리인데, 아무리 간단해 보이는 음식이라도 치즈와 감자의 맛이 완전히 다르다. 같은 치즈와 같은 감자가 아니면 이 맛이 안 날 것이다. 스위스 감자가 너무 맛있어서 농산물 반입이 금지되지 않는다면 한국에 사가고 싶을 정도였다. 재료가 맛을 좌우한다는 원리를 반대로 뒤집어보면, 바로 이것이 스위스에서 파는 김치찌개가 우리나라보다 가격이 5배나 비싸도 우리나라 백반집의 맛은 따라가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퐁듀(Fondue)를 처음 먹었을 때는 스위스에서 협력사 직원들과 회식을 했을 때였다. 그다음에 먹었을 때는 스위스에 주재원으로 계신 분들과의 회식자리에서였다. 퐁듀 집에 처음 들어갔을 때 냄새 때문에 놀랐다. 꼬리꼬리한 치즈 냄새가 가게에 잔뜩 배어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정말 오래된 순댓국집에서 나는 냄새보다 훨씬 짙었다. 주문한 퐁듀가 나오니 냄새는 더 진해졌다. 여자분들은 먹기 전에 음식 사진을 찍지 않냐며 그날 식사를 주재한 분이 내가 사진을 찍을 때까지 기다려주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다른 사람들도 모두 들었던 포크를 놓고 내가 사진 찍기를 기다렸다. 매너와 배려에 감사하면서도 상사 여러 명의 시선을 받으니 마음이 급해져서 사진 찍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기본 퐁듀는 치즈 퐁듀인데 어떤 치즈를 사용했는지 또는 치즈에 어떤 재료를 넣었는지(버섯 등)에 따라 메뉴 이름이 다르다. 기본 퐁듀 외에 정말 특이하다고 생각한 것은 고기 퐁듀였다. 고기 퐁듀는 끓인 기름에 고기를 튀겨먹는 음식이다. 기름이 끓는 냄비를 식탁 위에 올려주면 손님이 긴 포크로 생고기를 찍어서 기름에 넣어 튀기는데, 맛있기는 했지만 눈앞에 기름이 계속 끓고 있으니 긴장이 됐다.
라클렛(Raclette)은 메뉴가 복잡하지 않다. 녹은 치즈가 담긴 접시를 사람 수대로 하나씩 주고, 찐 감자, 짭조름한 햄, 그리고 피클을 준다. 이 감자와 햄과 피클에 녹인 치즈를 감싸서 먹는다. 굉장히 간단하고 서민적인 음식인데, 조리가 별로 안 된 재료들이 이렇게 맛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퐁듀와 라클렛을 파는 식당에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점은 음료 메뉴였다. 치즈 요리이기 때문에 와인 리스트가 긴 것은 이해가 갔는데, 와인 이외에 음료를 시키려고 보면 대부분 차(茶) 종류였다. 각종 허브차가 메뉴에 있었다. 알고 보니 스위스 사람들은 치즈를 먹을 때 찬물이나 맥주를 마시면 치즈가 몸속에서 굳어서 소화가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퐁듀나 라클렛 같은 치즈 요리는 와인이나 차와 먹는다.
Tips on Geneva
제네바 퐁듀 레스토랑
Café du Soleil
: Place du Petit-Saconnex 6, 1209 Geneva
https://www.cafedusoleil.ch/site/en/
Auberge de Savièse
: 20 rue des Pâquis, 1201 Gene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