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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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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n Oct 17. 2022

맞설 수 없는 시간

쉽지 않은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하루를 채웠던 거의 모든 일들이 멈춰있다. 생물학적 삶만을 살고 있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밥을 먹고, 누워있다가 졸리면 자고 그렇지 않으면 멍하게 텔레비전 화면을 응시할 뿐이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래서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이 상황을 끝내버리고 싶다.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나를 얽매는 고난을 끝내지 않으면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만 같았다. 답답한 마음에 평소 친한 형에게 연락을 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형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이런 말을 했다.


네 노력으로 마칠 수 있는 일이 있지만, 시간이 흘러야만 끝나 버리는 일도 있다. 참기 어려워도 시간을 보낸 후에만 이룰 수 있는 일이 있는 거다. 시간에 맞서지 말고, 몸과 마음을 다독이면서 할 것을 하며 때를 기다리려야 한다. 



상황을 끝낼 생각에만 빠져 그동안 내 호흡을 잃고, 내 다리를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그간 내 모습은 그저 시간을 버리는 것에 불과했다. 내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야만 원하는 상황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그간의 내 모습으로는 결국 허송세월 하는 시간만 무리하게 늘리며 나를 좀먹게 내버려 두는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흘러가야만 하는 시간을 흘러가게 두고, 살아야 하는 시간을 부지런히 살아야겠다. 내게, 내 삶에 시간을 쏟으면서 다시 애정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시, 해 보자. 다행히 다시 내게 해야 할 일들이 돌아오고 있다. 생활은 계속되고 생활이 삶을 이루며, 다시 나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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