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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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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n Jan 22. 2024

Non, Je Ne Rigrette Rien.

회복기

사흘 동안 감기로 많이 아팠다. 감기로 아팠던 것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이니 꽤나 오래간만에 감기로 아팠던 것이다. 감기가 시작되고 곧장 쉬었다. 잘 먹고, 길게 잤다. 그 덕에 오래 아프지 않았다. 월요일인 오늘 아침 현관문을 나서며 짧게 아프고, 금세 털어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회복할 수 있는 건강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오늘이 얼마나 감사한 시간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예상치 못한 감기가 몸을 갑자기 아프게 하는 것처럼 삶에서도 아주 우연히, 그리고 갑자기 닥친 일들이 마음을 할퀴고 회복하지 못할 것 같은, 진한 통증을 남긴다. 마음의 통증이 짓누르는 무게에 무력감을 느끼며 좌절하기도 하지만, 백방으로 통증을 낫게 할 방법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마저가 무용한 경우가 없지 않다. 그럴 때면 도무지 살 맛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오래 아프게 할까 주말 내내 걱정하던 감기의 기운이 잠잠해지고, 일과를 하며 일상을 살아가기 위하여 문밖으로 나설 수 있는 힘이 새로운 아침에 몸을 채울 수 있으면 살 맛이 나지 않던 시간도 금세 과거의 기억 속에 남게 된다. 아주 갑자기 그 순간은 찾아오고,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기도 한다. 그 순간이 찾아오면 통증이 남긴 것이 상처일지, 아니면 다른 통증을 불러올 무언가 일지 알 수는 없지만, 손끝에 힘이 느껴지고,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있게 되면 그것으로 다행이라고 여길 수 있게 된다.


아팠지만, 회복되어 괜찮은 상태가 된 것만으로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병의 기운이 몸을 잠식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도록 자신에 대해서 살펴보고 또 보살필 수 있었던 자신에 대한 주의력에서, 크게 손을 쓰지 않고 휴식하는 것만으로도 회복할 수 있는 내 몸을 주신 부모님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를 수 있는 습관을 갖게 해 주신 그분들의 가르침에서 어제 아팠어도 아프지 않았던 것처럼 오늘을 살 수 있는 힘이 내게 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난히 추운 날이 될 거라는 일기예보만큼이나 문을 나서며 마주한 바깥의 공기는 차가웠다. 이번 겨울 가장 추운 날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유난히 차가운 공기라서 몸속으로 지날 때 특별히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감기로 아픈 동안에는 더, 그리고 길게 아파지게 할까 겁냈을 찬 공기였지만, 회복한 후에는 살아있음을 상쾌한 마음으로 자각하게 만드는 공기가 되어 한기마저 반가웠다.


내게는 결코 삶을 긍정하기 쉽지 않아 보였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노래한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의 Non Je Ne Regrette Rien을 길게 들으며 한참을 걸었다. 그 노래의 가사처럼 다짐하면서.


사람들이 주었고 내가 만들어냈던 것이 불행인지, 행복인지 어제의 것이라면 오늘의 나와는 상관없다. 

나는 어제의 내가 했던 것들과 내가 마주해야 했던 것들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오늘의 삶, 기쁨은 어제가 아니라 오직 오늘 시작되기 때문이다.



삶이 행복한 여정인지, 혹은 행복을 향한 고행의 길인지 알 수는 없다. 이번에 그리 어렵지 않게 털어낸 감기조차 다음번에는 쉬이 털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보다 더 크고 아프게 하는 일이 너무나 갑자기 쉽게 찾아오고, 결코 회복할 수 없는 자국을 남길는지 알 수 없다. 희망을 품을 수 없고, 좌절과 포기 말고 선택지가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도 성실히 버티며 삶을 이어갈 수 있다면, 감사하는 마음을 품을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오고 오늘에 감사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여정임은 분명한 것 같다.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품을 수 있다면 어느 순간 행복해지는 일이 생기는 여정이 될 수 있는 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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