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의 기록
입춘이 지나고 내리는 첫비. 봄비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겨울의 흔적이 아직 남아서 봄의 기운이 묻은만큼 겨울 냉기가 묻었다. 변화의 지점에 설 때마다 감지되는 애매함이 잔뜩 이 비에 묻어있다.
애매함이 한껏 묻은 자리에는 기대와 설렘만큼이나 지난 날에 대한 후회와 미련이 남는다. 무엇을, 왜, 어떻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 선택을 추궁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틈을 주지않고 공허로, 공허가 고독으로, 고독이 공포로 다가와 섬뻑 놀라게 한다.
공허와 고독과 공포를 넘고 싶다. 안전과 안정의 세계로 가고 싶다. 그러나 공포가 드리운 나의 세계에서 공포를 탈피하기 위한 몸짓은 허사가 될 운명의 그물망을 피할 수 없다.
더욱이 나는 그물의 끄트머리에 있다. 그것은 더할 수 없는 공포이다. 그물의 끄트머리에 서서 피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공포를 더욱 겁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공포와 공포를 피할 수 없지만 피할 수 있으리란 헛된 기대의 경계선 위에 섰다.
그래서 당신을 목놓아 부른다. 구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