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파는 남자
#행운을 파는 남자.
행운을 파는 남자,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불렀다.
남자는 어떤 날은 해랑역 1번 출구 앞에 나타났고, 어떤 날은 호수공원 근처에 나타났고, 어떤 날은 초등학교 앞에 나타났다. 시간도 멋대로였다. 어느 날은 오후 3시에, 어느 날은 아침 8시에 나타났다.
그렇게 나타나면 그는 일단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을 찾았다. 마음에 드는 곳을 찾으면 그 자리에 철푸덕, 하고 앉아서는 등에 맨 낡고 커다란 가방에서 하얀 천을 꺼냈다. 흰색 천을 먼저 곱게 깔고, 그 위에 반짝 반짝 코팅된 것들을 하나씩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마지막으로 투박한 글씨가 써진 박스종이까지 내려놓으면 그의 준비는 끝이었다.
[하나에 1천원, 행운을 사세요]
남자가 파는 것은 네잎클로버였다. 어느 날은 흰 천이 꽉 찰 정도로 네잎클로버를 늘어놓기도 하고, 어느 날은 듬성 듬성 몇 개만 내어놓기도 했다. 그가 흰 천 위에 네잎클로버를 늘어놓으면 바쁘게 길을 오가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보았다. 그의 네잎클로버들은 삐죽빼죽 하기도 하고, 크기도 제각각이었지만 하나같이 정성스럽게 코팅되어있었다. 사람들은 한참동안 제각각의 네잎클로버들을 바라보다가 눈에 들어온 하나를 소중히 들었다. 그러면 그는 투명한 봉투에 그 네잎클로버를 담아주며 사람들에게 행운을 빌어주었다.
“작은 행운이 찾아갈 거예요.”
그에게서 네잎클로버를 산 사람들은 작거나 큰 행운을 정말로 경험했다. 어떤 사람은 카페에서 긁은 쿠폰이 당첨되어 무료 커피를 받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시험에서 찍었던 10문제 중 8문제나 맞는 행운을 겪기도 했다. 누군가는 짝사랑하던 여자의 소개팅이 망했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고, 누군가는 비가 오기 직전에 버스 정류장에 버려진 우산을 줍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것이 네잎클로버가 가져다 준 행운이라고 믿기도 했고, 잊어버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잊어버리지만 남자는 사람들의 행운을 다 듣고 있었다. 바람은 네잎클로버를 사간 사람들의 아주 작은 행운까지도 모두 남자에게 들려주었다. 사람들이 기뻐하는 소리를 들으면 남자 역시 행복했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으로도 행복해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며 남자는 행복을 느꼈다.
#불행을 사는 여자
어느 날 남자는 해랑 호수공원 앞에 나타났다. 그 날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은 길가 한편에 흰 천을 펼치고 앉았고, 유독 많은 네잎클로버를 펼쳐놓았다. 사람이 다섯명, 강아지가 여섯마리 들렸다가 갔을 때 한 여자가 나타났다. 운동복 차림의 여자는 호수공원을 뛰다가 그를 발견하고는 멈춰섰다. 그리고는 천천히 네잎클로버와 [행운을 사세요] 라는 글씨를 번갈아 보았다. 한참을 바라보던 여자는 남자를 향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입을 열었다.
“커플이에요?”
“네?”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질문에 남자가 당황하자 여자는 고개를 몇 번 더 갸우뚱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
“호수공원 위쪽으로 쭉 올라가면 심정동이라고 있거든요? 거기 알아요?”
앞뒤가 하나도 이어지지 않는 질문이잖아, 남자는 생각했다. 하지만 여자는 남자의 반응은 신경쓰지도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
“사람들이 자주 가는 동네는 아니니까 모를 수도 있죠. 거기가 완전 가파른 산골동네라서 사는 사람 아니면 잘 안가거든요. 근데 그 산골동네 올라가는 입구에 ‘불행을 사는 여자’가 있어요.”
“네?”
여자의 말을 반쯤 흘려 듣던 남자는 여자의 마지막 말에 여자를 향해 몸을 돌리며 되물었다.
“불행을 사는 여자?”
“네,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불행을 사는 여자.”
여자의 말에 남자가 눈을 꿈뻑거렸다. 불행을 사는 여자라니, 대체 무슨 말인지 어떻게 불행을 산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자는 여전히 남자의 반응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손가락으로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는 행운을 파는 남자, 거기는 불행을 사는 여자. 커플 같지 않아요?”
전혀 아닌데. 남자가 그제야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여자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머쓱해했다.
“아니라면 미안해요. “
“행운과 불행은 완전 정반대인데, 뭐가 커플같아요?”
“사람에게 행운을 주는 것도 행복을 위한 거고, 사람에게서 불행을 가져가주는 것도 행복을 위한 거니까 똑같은 거 아닌가?”
네잎클로버들을 가리키며 한 여자의 말에 남자가 입을 다물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남자는 ‘불행을 사는 여자’가 궁금해졌다. ‘불행을 사는 여자’는 자신처럼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그런 존재인걸까.
“그 여자 어디에 있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