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띠리 띠디
띠리띠리 띠디
연애시절 우리는 버스정류장 앞 오락실을 방앗간 마냥 들락거렸다.
둘이 앉아 숨은 그림 찾기를 시작하면 "여기, 여기"를 외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하지만 거의 시작하자마자 game over 되는 테트리스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20년이 흘러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외면할 수 없는 현실 테트리스가 시작되었다.
삼 남매가 모두 초딩이 되면서 진정한 학원 테트리스가 시작된 것이다.
오락실 테트리스는 테트리스도 아니었다.
얼마나 견고하게 잘 맞추는지에 따라 나의 휴식시간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고심을 해야 했다.
그나마 첫째 아이는 혼자서 학원을 다닐 수 있어 중간에 간식만 챙겨주면 되었지만 그마저도 둥이들과 시간차가 얼마 나지 않으면 동동거리며 전화기를 들고뛰어야 했다.
마치 무전기를 들고 지령을 전달하는 사람처럼
"어 롯데리아 건물인데 이쪽으로 10분까지 올래?"
"엄마가 지금 가고 있으니깐 조금만 기다려봐"
테트리스 2년 차에 들어서면서 나름 노하우가 생겼다.
학원 선택 시 고려사항 1순위는 동선이다.
엄마입장에서 같은 학원으로 밀어 넣고 싶어 첫째가 다니던 학원에 둥이들도 보내 보았다.
그런데 첫째가 좋아하는 학원을 이상하게도 동생들은 금방 포기하고 흥미를 잃었다.
피아노학원 선생님의 조언에 따르자면 보통 형이나 누나가 다니다가 동생들이 오는 경우 동생들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미 먼저 시작한 형이나 누나를 보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칭찬받을 기회가 적은 동생들은 금방 흥미를 잃는다는 말에 아이들을 이해해 보기로 했다.
그렇다면 둥이들이라도 같은 학원으로 어찌어찌 엮어볼까 했으나 발레, 합기도 등 각각 다른 선택을 하는 아이들이다.
성별이 다르니 뭐 그럴 수 있지, 각자 좋아하는 게 다르니 인정하자라는 마음으로 수용하는 수밖에 없다.
단, 가능한 동선은 같은 건물 또는 옆건물로 한정된다.
무한 선택지가 아니어서 둥이들이 안쓰럽긴 하지만 엄마도 살아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건 엄마의 기동력이다.
등에 첫째의 학원가방을 둘러메고, 양쪽 어깨에 둥이들 학원가방을 둘러메고 출동한다.
집에서 출발해서 2개의 아파트 단지를 지나야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나온다.
간식을 먹이고 첫째와 가방을 체인지하고, 둥이들을 각각 학원에 입장시키면 내 등엔 첫째 학교가방이, 양쪽 어깨엔 둥이들 학교가방이, 두 손엔 아이들이 먹었던 흔적들(지저분한 물티슈, 과자껍데기 봉지)이 남아있다.
그렇게 1년 넘게 하루에 만보 넘게 걸었더니 어깨가 남아나질 않았다.
내 사랑 카트그래서 야침 차게 준비한 카트.
역시 인간은 도구를 쓸 줄 알아야 한다.
드르륵드르륵 요란스러운 소리에 혼자 걸어갈 때 조금 부끄럽고(아이들과 있을 땐 아이들 소리에 이 요란한 카트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 민폐 느낌이지만 이 두 가지만 참으면 그나마 내 어깨에 휴식을 줄 수 있다.
내 어깨를 위해 부끄럼과 민폐를 감수하기로 했다.
보통 학원은 정각이나 30분 단위로 시작을 한다.
가까운 동선으로 한다 해도 아이들이 끝나는 시간이 동일하고 7층인 건물을 오고 가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거기에 문제는 둥이들은 각자 자기가 다니는 학원으로 먼저 오길 바란다는 것이다.
처음엔 한 번은 딸내미, 한 번은 막둥이, 그리고 중간중간 첫째 픽업으로 순간이동 초능력이 간절했었다.
엄마의 체력은 체력대로 바닥을 치고, 누구 하나 만족스럽지 않은 픽업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중간지점인 1층에서 만나는 게 익숙해져서 편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무섭다고 자기한테 먼저 와달라는 딸내미의 민원 접수가 수시로 들어온다.
이제 곧 복직이다.
아이들도 제법 커서 스스로 학원을 간다며 쿨하게 가기도 하지만 시시때때로 엄마를 찾기도 한다.
왜 아직도 엄마를 찾는 건지, 혼자 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에 버럭 할 때도 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의 평일 일상을 지켜볼 기회가 이제 많지 않다는 생각에 울컥할 때도 있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일관성 없는 엄마 덕분에 좌충우돌인 육아지만 이렇게 아이들도 엄마도 성장하는 것이라고 믿어본다.
이 또한 추억으로 웃으며 이야기할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