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추억

서로의 우산이 되어 주길

by 우아옹

아이들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날 나는 일터로 나간다.

3월부터 가기 싫다는 아이들을 돌봄 교실에 밀어넣었다.

한동안 울면서 전화가 왔다.

"엄마 집에 있는데 왜 돌봄을 가야 해~으앙 안 갈 거야"

마음은 복직하면서 보내고 싶지만 중간에 돌봄을 들어갈 수 없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받아들이기까지 두여달이 걸렸다.

어느 정도 적응된 둥이들에게 이번주부터는 돌봄 교실에서 2시 20분에 나와 2시 50분까지 둘이서 학원에 가는 미션을 추가했다.

평일 아이들 픽업하는 일이 이젠 몇 번 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아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한다.

아쉬움에 이번주는 2시 20분에 학원 앞에서 만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떡을 먹이고 들여보내는 중이다.


추척추척 비가 내린다.

장맛비라고 하지만 장대 같은 비가 쏟아진다.

아침에 학원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내 발걸음은 학교로 향했다.

돌봄 교실에 다다랐을 때쯤 '비 오는 날 엄마 없이 오는 경험도 해 봐야지'라는 생각에 멈칫했다.

10분 먼저 도착했지만 학교 벽뒤에 숨어서 아이들을 기다렸다.

정확히 20분이 되니 쫑알쫑알 낯익은 소리가 들린다.

하나. 둘. 셋.

"와~!"

깜짝 놀란 둥이들은 두 눈을 깜빡거리더니 금세 입을 헤벌쭉하며 웃는다.

꼭꼭 숨어라


차에 탑승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들이밀며 20분 뒤에 끝나는 첫째를 기다리자고 제안했다.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엄마, 비 많이 오는데 형아는 우산 안 가져갔으니깐 우리가 형아 교실 가서 데리고 올게"

"괜찮겠어? 비 오니깐 끝나면 통화하고 엄마가 데리고 올게~"

"아니야~ 우리 형아 교실도 알아~"

자기들끼리 작전 아닌 작전을 짜면서 낄낄거리며 우산을 펴고 나갔다.

라디오에서 노래 하나가 채 끝나기도 전에 저 멀리 삼 남매의 모습이 보인다.

우산 하나에 옹기종기 쓰고 오는 삼 남매.

"엄마, 형아네 반 형아, 누나들이 우리 귀엽대~"라고 말하며 막둥이가 웃는다.

"난 못 봤는데 친구들이 동생 왔다고 알려줬어요~"라며 첫째가 머쓱하게 말한다.

"부럽다. 동생이 둘이나 있어서 비 올 때 챙겨도 주고" 말하며 첫째의 표정을 살폈다.

평소 학교에서 동생들이 아는 척하는 걸 싫어하던 첫째도 히죽히죽 웃는 걸 보니 좋았나 보다.


아이들이 커 갈수록 또 다른 행복이 찾아온다.

과거의 후회도, 미래의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현재의 아이들 모습을 보며 웃음지으면 그것이 행복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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