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저질러야 시작된다.
푸꾸옥 해외 공연단 공개 모집 공고가 올라온 건 6월 27일이었다. 베트남 푸꾸옥으로 여행도 가고 공연도 하면서 함께 추억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프로젝트였다. 모집 공고를 보고 그냥 흘려버렸다. 아직 해외 공연을 갈 만큼 춤 실력도 안되고 마음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주 뒤, 유튜브에 푸꾸옥 해외 공연단 인트로 안무 영상이 공개됐다. 그냥 한번 보기나 하자는 마음으로 영상을 시청했다.
'고요한 바다 위로 내 노래가 떠 간다.
소리도 부끄러워 숨죽이고 떠 간다.
달빛에 젖은 몸을 내놓고서 떠 간다.
한낮이 비쳐 오를 때까지.'
<호랑수월가>는 마음이 요동치기에 충분했다. 안무는 그다음이었다. 사랑하는 이를 그저 흘려 보내야 하는 아픔을 노래하는 목소리와 여전히 난 당신을 기다리고 그리워하고 있다고 표현하기 가사는 차가운 내 마음을 천천히 녹이고 있었다. 그렇게 영상에 넋이 나간채 한참을 보고 또 봤다. 은행앱을 켜고 송금 버튼을 누르려고 하는데 머릿속 에고가 속삭였다.
'25만 원은 너무 비싼 거 아니야?'
'너처럼 순간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조금만 더 고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아직 실력도 충분하지 않은데 너무 성급한 거 아냐?'
에고의 속삭임과 반대로 나는 송금 버튼을 꾹 누르고 말았다. 과연 이 판단이 옳은지 틀린 지는 결국 해보면 알게 될 것이므로. 수습은 나중 문제였다.
약 한 달 뒤, 7월 21일, 첫날 수업이 갔다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공연 참가 신정자는 무려 30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라는 말을 타미쌤으로부터 들었다. 여수에서, 제주에서 공연단에 합류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오늘은 3주 차 수업이 있는 날이다. 아침부터 2주 차 진도까지 나간 <호랑수월가> 공연 안무 영상을 보고 있다. 10번쯤 같은 영상을 보는데 뮤지컬리티와 안무가 너무 아름다워 가슴이 뭉클해졌다. 눈에서 눈물이 찔끔 났다.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경이로운 풍광을 봤을 때의 기쁨의 눈물이었다.
나 혼자만의 반응이 아니었다. 공연반의 다른 멤버들도 노래와 안무가 너무 좋다면서 수시로 단톡방에 비슷한 소감을 올렸으니까.
해외공연단 수업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두 달 전 한참을 망설였던 지난날이 조금 부끄럽게 느껴졌다.
때론 저질러야 시작되는 것이 있다. 그리고 난 참 잘 저지르는 사람이라 다행이다. 감정에 치우친 결정이 안 좋은 선택을 할 때도 분명 있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칼군무 수업이 무척 기대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