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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Dec 16. 2024

엉덩이의 직무유기

엉덩이 인지력 높이기

“지금 엉덩이 힘 제대로 들어가나요? 엉덩이 맞나요? 발 뒤꿈치 힘 들어가나요? 시선은 아래쪽 공 보세요.”


온몸의 근육이 경직되고, 오른쪽 등 뒤에 가끔씩 쥐가 나며, 호흡이 불규칙하게 가빠지는 순간. 그냥 빨리 이 시간이 끝났으면 싶을 때, 필라테스 선생님이 내 오른쪽 귀에 대고 소리친다. 아니, 소리친다기보다 외친다고 해야 맞을까. 그리고 그 순간, 선생님은 한 마디를 덧붙인다. 


"이대로 딱 10초만 더 버텨보세요."


10초가 1시간처럼 느껴지는 시간이다.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어서 빨리 이 고통이 끝났으면 좋겠고, 정신이 몸에서 유체이탈하려 한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계속 묻는다. 


"엉덩이 힘 들어가나요?" "여기 맞나요?" 


왜 이렇게 끊임없이 묻는 걸까? 처음에는 단순히 자세를 체크하려는 줄 알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질문에는 더 깊은 의미가 있었다. 바로 나의 '인지 능력'을 깨우기 위한 것이었다.


운동을 하면서, 춤을 추면서, 독서를 하면서, 글을 쓰면서도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인지' 능력이다. 인지 능력은 단순히 무언가를 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분별하고, 생각하고, 배우고, 이해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데 필요한 핵심 능력이다. 그런데 우리는 살면서 너무 익숙해져 버린 동작과 사물들을 더는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않는다. '자동'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라테스 선생님의 질문은 이런 자동화된 나를 깨운다. 매 순간 내가 몸의 어느 부위를 사용하는지 정확히 묻고, 집중하도록 돕는다. 나는 다시 내 몸을 느끼고, 내 힘을 찾는 중이다.


그런데 참 재미있게도, PT 선생님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남자의 힘은 엉덩이에서 나온다고. 우리 몸에서 근육이 가장 많은 부위가 바로 엉덩이라고 했다. 심지어 육회로 먹는 소의 우둔살도 엉덩이살이라는 농담도 함께. 


의자에 오래 앉아 있던 내 엉덩이는 그 기능을 잊은 듯하다. 한마디로 엉덩이가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배운다. 단순한 동작 하나도 인지하고 반복하며 몸에 새기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필라테스선생님은 그 단순한 진리를 몸으로 알게 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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