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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Dec 20. 2024

겸손을 온몸으로 배우는 중입니다

배울 준비가 되면 스승이 나타난다 2

돌이켜보면, 오른쪽 무릎을 다친 날은 겸손을 배우기 딱 좋은 날이었다. 그날은 내가 그동안 무엇을 편하게 누리며 살았는지 돌아보게 해 주었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해 주었다. 그러면서 또 많은 것을 다시 시작할 기회를 나에게 주었다. 예전처럼 회복할 수 있다면, 이제부터는 내 몸을 더 소중히 여기며 아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무릎을 다치고 나서야 ‘반복’이 일상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어렵게 몸의 중심을 다시 분산하는 법을 배웠고, PT와 필라테스를 통해 엉덩이 근육을 사용하는 법을 익혔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조심스럽게 걸어야 했고, 책상에 앉을 때 허리를 곧게 펴야 했다. 의자에서 일어날 때도 다리 근육 전체를 써야 했으며, 걸을 때는 어깨를 펴고 걸으려 노력했다. 이 모든 건 한 순간에 되질 않았다. 무수히 반복하고 잊어버리고 다시 반복함을 통해 내 몸에 다시 이식하는 과정을 거쳤다.


예전엔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했던 동작들이었다. 그러나 무릎을 다친 순간 내 뇌에서 그 회로가 사라졌다. 아니 지워졌다. 때문에 다시 반복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무릎의 통증은 피할 수 없었다. 한숨이 터져 나왔고, 이유 모를 짜증이 밀려오기도 했다.


그때 밀란 쿤데라의 말이 떠올랐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인간적인 것이다.”


무릎을 다치지 않았다면, 나는 과연 두 발로 편하게 걷던, 사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돌아볼 수 있었을까? 아닐 것이다. 무릎 건강을 잃은 뒤에야 그것이 내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달았다. 이제는 이 경험을 통해 나 자신을 더 잘 돌보고, 일상의 경이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이 모든 것도 내게 주어진 또 다른 선물이었을지 모른다.




배울 준비가 되면 스승이 나타남을 알려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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