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는 여행을 다녀왔고, 지난주는 친정에 다녀와야 해서 주말마다 매주 스케줄이 꽉 차 있어서 시간이 나지 않았는데 마침 이번 주는 특별한 계획이 없었기에 토요일 10시 티켓을 예매해 놓고 박물관 오픈런을 하고 왔다. 방학이라 그런 건지는 몰라도 토요일 박물관 오픈 시간부터 본관에도 사람이 무척 많았다.
이번 전시는 앞서 진행했던 합스부르크전이나 내셔널 갤러리전에 비해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서 예매도 수월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오후 시간을 피해 오전에 여유롭게 관람하기 위해 토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서둘러 준비해서 국립 중앙 박물관으로 향했다.
스투파는 불교에서 부처나 훌륭한 승려의 사리를 모신 탑을 뜻하는 인도의 옛말이다. 인도의 스투파는 우리나라의 탑과 달리 둥근언덕이나 거대한 왕릉처럼 생겼다. 인도에서도 이 스투파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무너져 원래 모습을 잃어버려 장식 조각만 남아 있는데, 이번 전시는 2천여 년 전 스투파를 이루었던 조각과 장식품들을 국립중앙 박물관에서 선보이는 전시이다.
미국 메트로 폴리탄 박물관과 함께 준비한 이번 전시는 인도, 영국, 독일, 미국 4개국의 18개 기관의 소장품을 선보이는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남인도 불교미술품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인도 불교의 미술품들이 힌두교 신화와 신비로운 조합을 이뤄 이국적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출산과 풍요로움을 나타내는 락슈미
스투파로 들어가는 문을 장식하던 조각의 일부로 전설 속 동물 마키라가 새겨져 있다. 인도의 전설 속 동물인 마키라가 스투파 입구를 지키는 모습이다.
나무에 깃들어 풍요를 가져오는 자연의 정령을 남성형은 약샤, 여성형은 약시라 불렀다. 이 정령들이 새로운 종교인 불교와 융합해 석가모니를 보필하는 자신만의 역할을 찾아갔다고 한다.
유럽에서 인도로 넘어간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
인도의 그리핀은 귀여운 눈매에 뭔가 살짝 억울해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다.
무른돌을 돌려 깎아 만든 사리 단지.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애쓴 기원전 3세기 승려의 유골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석가모니를 화장하고 남은 사리를 스투파에 묻었는데, 150년 뒤 아소카왕이 인도 전역에 불교를 전하고자 스투파에서 사리를 꺼내 나눈 후 8만 4천 개의 스투파에 나눠 모셨다고 한다. 이 많은 스투파에 묻은 사리 단지 안에는 유골과 사리 그리고 보석을 함께 섞어서 보관했다.
가운데의 불타는 모양의 기둥은 남인도에서만 보이는 상징이다.
전시에는 스투파 건축에 쓰인 각종 건축물과 장식품이 전시되어 있고 불교에 대해 잘 몰라도 관람에 무리가 없을 만큼 석가모니의 출가부터 열반 과정까지 아이들을 위해서 곳곳에 영상과 QR코드를 활용해 설명이 잘 되어 있었다.
주말 오전에 일찍 가서 조금 덜 붐비기도 했고, 인도 불교 미술이라는 상징성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전의 전시에 비하면 표를 구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은 편이어서 오히려 더 좋았다.
사람이 너무 많으면 작품 보는 것도 피곤하고 지치는데 줄 서서 기다렸다가 관람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었다.
우리는 이미 수차례 방문해서 박물관 2층에 있는 한국의 불교 미술품을 관람했기에 토요일에는 스투파의 숲 만 보고 왔는데 시간 여유가 된다면 기획 전시실에서 전시 중인 인도 불교 미술품과 박물관 2층의 한국 불교 미술품들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하면서 관람하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