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브랜딩
나를 채우는 만큼 뱉어낼 수 있었다. 나의 삶은 늘 그래왔다. 내 안을 채우지 않았을 때 나의 밖으로 나오는 말과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머리와 가슴에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정교하게 만들어내기 위해 지식과 기술을 연마하는 시간들이 필요했다. 불안함을 줄이기 위해서 내가 불안해하고 있는 그것을 해야만 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고 조금은 귀찮아했던, 어려워서 하기 싫은 것들도 이제는 하나씩 직접 부딪혀가며 겪어내는 시간을 가지는 중이다. 조금씩 다듬어지기 위해 나를 더 채우고 집중할 수 있는 작업들을 해나가고 있다.
어릴 적 놀이터에서 동네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다가 어수룩한 저녁이 되면 KBS에서 시작하는 세일러문을 보기 위해 집으로 들어갔다. 오프닝 전주가 흘러나오는 순간이 설레었고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악의 무리를 물리쳐나가는 세일러문과 친구들을 종합장에 하나씩 그리곤 했다. 어떻게 하면 세일러문과 가장 닮은 모습으로 똑같이 그릴 수 있을까가 내 인생 최대의 고민이었던 것 같다. 인형옷 입히기 종이 시리즈를 오리고 놀다가 본을 떠서 다른 디자인으로 수정해 색칠하고 놀던 시절, 친구들과 모여 각자 학습지를 만들고 역할 놀이를 하던 기억들,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립다.
디자인 design
나의 어린 시절 꿈은 디자이너였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무언갈 기획하고 만들어나가는 것, 희미하게 떠오르는 심상과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명확하게 구현해 내는 것에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디자인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목적을 조형적으로 실체화하는 것이다. 참 신기한 건, 그 성정이 변하지 않아 내재된 감각들이 지금도 내 일상 속에 떠다니며 나의 삶을 디자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 년 동안 교실을 꾸려나가는 것, 하나하나의 수업을 계획하고 활동하며 피드백하는 것,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지도안을 만들고 활동에 활용할 구체적인 교육자료를 만드는 것 등 직장 속 나의 일들은 디자인과 매우 닮아있다. 내가 글을 써 나가는 과정, 음악을 즐기고 연주하는 과정, 수업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모두 디자인의 그 결을 담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나의 생각과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고 싶은 것에 관심이 있다. (사람 참 안 변한다.^^)
다시 돌아와서, 브랜딩
이 연재 이야기는 사실 철학과 미학에 관심이 많은 한 사람이 브랜딩을 공부하며 남기는 기록이다. 미학(aesthetic)은 자연이나 인생 및 예술 따위에 담긴 미의 본질과 구조를 해명하는 학문으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정식으로 배우고 적용해보고 싶은 분야이다. 나는 일상에서 감각적으로 매력적인 스타일이나 분위기를 직감적으로 잘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다가와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과정을 잘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사용되는 신조어로 ‘추구미’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 표현이 미학과 브랜딩을 의미하는 찰떡같은 용어로 다가왔다. 나만이 가지고 있는 개성과 스타일을 추구하고 이를 표현하는, 내가 원하는 이미지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브랜딩은 탐구 주제를 ‘나’로 설정한 프로젝트와 유사하다. 나의 ‘추구미’를 찾는 것이다.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누군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지, 나의 방향성은 무엇인지 등등. 이런 목표로 살고 싶다와 같은 나의 방향성과 나의 경험을 일치시켜 나가는 과정을 기록하는 중이고 이를 브랜드, 브랜딩 관점으로 보면 ‘라이프 브랜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잘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나는 앞으로 남은 인생을
내가 더 잘하고 싶은 것들에 집중하기로 했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가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전달해야 하는가
내가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나의 지향점이자 미션은 꾸준함의 힘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나의 경험과 생각을 여러 매체에 조금씩 기록으로 남겨놓는 중이다. 쌓여가는 뿌듯함도 있지만 그 기록을 통해 나의 초심을 되돌아본다. 생각했던 대로 진짜 내가 살아가고 있느냐를 체크할 수 있어 좋다. 그리고 이렇게 다듬어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경험과 인사이트와 같은 선한 기운을 나누어 주고 싶다는 마음이다. 노력은 하는데 머물러있는 것 같은,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나 조금씩 성장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는 중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좀 더 정돈되어 추구하는 방향성과 결을 같이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삶이 준 경험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이런 공간이 있음에 감사하다.
나와 나의 일상을 브랜딩 하는
내 삶을 디자인하는 디렉터
디자인 디렉터가 하나의 브랜드 가치를 기획하고 표현하는 것처럼, 나는 나, 나의 일상, 더 나아가 나의 삶을 디자인하는 디렉터가 될 수 있다. 여기서의 브랜드는 상품이 아닌 내가 되고 브랜드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나를 이루는 삶의 전반적인 발자취와 연결될 것이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고 브랜드를 잘 드러내기 위한 장치들을 추가해 나가며 나의 오늘을 조금 더 ‘아(我)’름답게 다듬어 본다.
작가의 조금 더 개인적인 공간
#katen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