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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Nov 10. 2019

인간은 의식을 만들 수 있을까?

마음의 미래 The Future of the mind - 미치오 카쿠

우주보다 더 신비로운 게 인간의 마음이라고 이론 물리학자인 김상욱 교수나 미치오 카쿠는 말한다. 우주가 마치 인간이라는 의식의 탄생을 위해 준비된 거 같고, 진화해 온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는 거다.


이 책은 인간의 마음을 뇌과학 측면에서 텔레파시나 염력 같은 다소 황당하지만 흥미로운 주제를 가지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비 물질적인 영혼이나 정신세계와 같은 유사과학을 다루는 건 아니다. 물리학자의 관점에서 이런 현상들을 다양한 과학적 이론으로 그럴듯하게 설명해 준다.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뇌의 특정 영역이 특정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들이 알려지고 ‘두뇌지도’라는 게 만들어졌다. 또한 MRI가 발명되면서 뇌를 스캔할 수 있게 되었고 꿈 영상이라는 것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기술이 발달하다 보면 진짜 영화처럼 뇌의 모든 걸 스캔해서 인터넷 상에 복사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기서 걸리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인간의 의식이다.


의식이란 무엇인가? 자기 자신을 자기라고 인식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자기 자신이라는 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아마 인공지능과 사람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의식이 있느냐 없느냐일 것이다. 그만큼 의식이라는 걸 정의하기도 어렵고, 아직 밝혀진 것도 많지 않다.


[의식의 기원]에서 ‘줄리언 제인스'는 인간의 의식은 좌뇌, 우뇌로 나뉜 양원적 뇌에서, 언어로 인해 통합적 뇌로 진화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선사시대에는 의식이 없었고 인간이 신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그 이유를 양원적 뇌로 설명하고 있다.



[떨림과 울림]에서 김상욱 교수는 “의식이란 것도 어쩌면 뉴런들이 어떻게 각각 고유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라고 했다.


이 책에서 미치오 카쿠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변수들을, 다중 피드백 회로를 이용하여, 이 세계의 모형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라고 정의한다. 의식의 중요한 기능을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런 정의들은 왜 의식이 진짜 신비롭고 중요한 것인지 감이 안 온다. 인간은 의식 때문에 우주를 탐구하기도 하고 자신의 마음을 탐구할 수도 있다. 아마 이런 생명체는 우주에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지 모른다.


내 생각에 의식이란 ‘내 기억과 선택의 집합’이다.  의식에서 더 중요한 요소는 기억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치매 환자처럼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나를 나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기억이 뇌에 저장되는 메커니즘은 매우 흥미롭다. 해마는 단기 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넘어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 해마가 손상된 사람은 영화 메멘토에 나오는 것처럼 단기 기억만 있고 장기적으로 기억할 수 없다. 기억은 뇌의 여러 곳에 분산되어 저장되어 있고 기억을 불러올 때 재조합된다. 그래서 기억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부정확한 기억에 기반하는 것이 우리의 의식이다. 우리의 뇌는 너무 많은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능동적이고  선택적으로 기억을 지운다. 하지만 이런 의식 때문에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고 상상하고 개척할 수 있다. 우주 탄생도 신비롭고, 생명의 탄생도 신비롭지만, 의식의 탄생도 신비롭다. 인류가 의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새로운 종을 탄생시킨 것과 마찬가지다.


양자역학이 나오면서 예전에는 철학이 했던 역할들을 지금은 과학이 하고 있다. 양자역학은 지금까지의 결정론적인 과학을 확률의 세계로 바꾸어 놓았다. 또한 모든 것이 하나의 상태가 아니라 중첩된 상태에 놓여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과학과 철학을 연결시켜 버렸다. 의식은 마찬가지로 하드웨어 적인 뇌와 소프트웨어적인 정신세계를 연결시킨다. 그리고 그 경계는 불분명하다.


우리가 의식을 정확히 정의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의식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p62

리타 카터는 자신의 저서 <뇌 맵핑마인드>에서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다. “감정은 느낌이 아니라 육체에 기반을 둔 생존 본능으로, 즉각적인 위험을 피하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p71

우리가 현실이라고 느끼는 것은 두뇌가 빠진 틈새를 메우면서 대충 만들어 낸 근사치에 불과하다. 우리 모두는 현실을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바라본다.


p73

일부 철학자들은 의식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기도 했다. 이들은 “하나의 객체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인간의 의식은 ‘의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결코 해답을 찾을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p236

서번트는 좌뇌의 손상을 우뇌로부터 보상받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대체 우뇌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길래 사진 같은 기억력을 갖게 되는 것일까?

‘사진 같은 기억력'은 뇌의 어떤 기능이 뛰어나서 생긴 능력이 아니라, 어떤 기능이 ‘부족해서' 나타난 결과다. 즉 ‘무언가를 망각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기억력이 비정상적으로 좋아진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누군가에게 사진 같은 기억력이 있다 해도 부러워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 사람은 우리보다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가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p511

심리학자 스티븐 핀커는 이렇게 말했다. “의식이 존재하는 모든 순간은 말할 수 없이 값지면서 깨지기 쉬운 선물과 같다. 이 사실을 안다면 삶의 목적을 놓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 커다란 목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p529

1985년 벤저민 리벳 박사는 일련의 실험을 실행한 후 자유의지의 존재에 관하여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예를 들어 당신이 피험자들에게 “시계를 보다가 손가락을 움직이기로 마음먹었을 때 신호를 보내달라"라고 부탁했다고 하자. EEG 스캐너를 사용하면 두뇌가 결정을 내리는 순간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시간을 비교해보면 약간의 차이가 있다. 두뇌가 결정을 내린 시간은 피험자가 마음먹은 시간보다 0.3초 정도 빠르다.


이는 곧 자유의지가 가짜임을 의미한다. 뇌는 의식이 알아차리기 전에 이미 결정을 내렸고, 그 직후에 마치 의식이 결정한 것처럼 전후 상황을 무마한다. 마이클 스위니는 리벳 박사의 실험 결과를 접하고 “뇌는 우리가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무엇을 결정할지 미리 알고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사회의 주춧돌로 여겨졌던 자유의지는 좌뇌가 만들어낸 환상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실행된 실험은 이 점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삶의 주인인가, 아니면 두뇌의 속임수에 놀아나는 꼭두각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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