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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Feb 09. 2020

세대를 보지말고 시대를 보자

임홍택 '90년생이 온다'

80년대생이 관찰한 90년대생 얘기다. 비교로 70년대생 얘기도 나오니 70년대 생부터 90년대 생을 아우른다고 할 수 있겠다.


임홍택 작가는 82년생으로 cj그룹에 입사해서 12년간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했고, 지금은 정부와 기업체를 대상으로 신세대 마케팅 방법을 강연하고 있다.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 ‘9급 공무원 세대'라는 제목으로 글을 연재하다,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서 은상을 받고 2018년에 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우리나라에서 세대 얘기의 시작은 '386세대', 'X세대' 등이 있다. 최근에는 '88만 원 세대', 'n포 세대' 등 경제 현실에 빗댄 세대론들이 대세였다. 이 책이 의미가 있는 것은 세대 구분을 다른 조건 없이 10년 단위로 함으로써 명확하고, 90년 대생들의 특징들을 잘 정리하고 일반화시켜 다른 세대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는 점이다.


읽으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90년 대생들 뿐만이 아니라 '초등학생들'의 꿈이 공무원이라는 거다. 나 때는 과학자나 대통령이라고 말했던 거 같은데 아마 부모의 영향인 거 같다. 다음은 ‘꿈이 꼭 있어야 하나요'하고 되묻는 거다. ‘놀고먹는 백수가 꿈이에요'하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게 90년대생이라는 거다. 꿈이 있어도 문제고 없어도 문제다.


두 번 째는 ‘책 읽는 게 구식'이라고 표현된 점이다. 이건 나이 많은 사람에게 무조건 ‘당신은 꼰대야'하는 느낌이다. 물론 유튜브 같은 영상매체가 많은 정보와 재미를 짧은 시간에 주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영화 매트릭스에서 처럼 지식을 바로 뇌에 업로드할 수도 있다.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에 보면 '책읽기'는 인간 유전자에 내재되어 있는 본능이 아니라, 문자가 개발된 후 불과 몇 천년이 안된 후천적인 능력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이 능력으로 인간 문명 발전을 이루었는데 이런 추세면 '책읽기' 능력은 쇠퇴할 수도 있다.


이 책에서 90년 대생들의 특성을 간단함, 병맛, 솔직함 등으로 일반화시켜 그 사례들을 잘 설명하고 있고, 어르신들의 궁금증을 잘 해소해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그들의 특성이었어’ 하고 머리로 이해하면 마음은 편할지 몰라도, 세대 간의 갈등을 본질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된다. 나와 그들을 구분 짓고 그들을 이해해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개인주의자 선언]을 쓴 문유석 판사는 ‘세대가 변하는 게 아니라 시대가 변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 말에 정말 공감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90년 대생들의 특성들은 세대가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따른 반영이다.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에 가장 안정적이라고 보는 공무원이 꿈인 것이고, 해도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꿈을 포기한 걸 수도 있다. 또 책 읽는 것보다 유튜브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인간 본능에 더 어울리는 걸 수 있다.


물론 시대의 변화가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만 할 수 없다. '변하는 것보다 변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도시, 과학과 대화를 시작하다]라는 세미나에서 김상욱 교수는 그랬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고 예전 방식을 고집할 수도 없다


세대로 구분해서 일반화하면 가장 좋은 곳이 정치권이나 마케팅 쪽이다. 세대별로 타겟팅해서 그에 맞는 전략을 짜야 표를 얻고 물건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가 보기에 마케팅 관점에서 바라본 90년 대생들의 특성을 다루고 있다. 사장님들이나 마케터에게 유용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보좌관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했던 점도 이해가 간다.


90년 대생들의 솔직함이나 자유로움을 외면하거나 부러워하지 말자. 시대가 그렇게 변한 것이다. 내가 그런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꼰대가 되는 것이고, 적응하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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