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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코코 Aug 29. 2017

아빠가 보고 싶어 퇴사 생각



동생이 요즘 아빠가 밥은 안 먹고 라면만 먹는다는 이야길 했다. 엄마는 일하느라 바쁘고 동생은 타지 생활을 하고 있어서인지, 라면을 자주 먹는다고 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밥을 먹는 아빠의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내 기억 속 아빠는 늘 가족을 위해 살았고, 살아왔다. 그런 아빠의 인생은 세월이 갈수록 더 외로워 보이는 이유는 뭘까?


누구보다도 존경하고 사랑하는 우리 아빤데...

20대 후반 젊은 나이에 날 만나서 먹고 사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아빠와의 기억은 모두 사랑이었다. 물론 그 마음 다 표현 못하는 무뚝뚝한 딸이지만.


서울에 올라온 후에 가끔 마음이 허전함과 외로움으로 가득 찰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가족이었다.

집 문제, 회사 등 여러 가지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이 생기니 그리움은 더 심해지고, 다 포기하고선 내려가고 싶은 마음만 들었다.

아빠도 나처럼 외롭겠지? 힘들겠지? 생각하니 집에 가서 아빠랑 맛있는 밥 먹으며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 생각했다.


참.. 차마 모든 걸 정리하고 내려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살면서 내가 어떤 일을 해도 믿어주고 응원해줬던 아빠를 실망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런 계획 없이 무작정 집에 간다는 건 불효라고 생각했다.



"아빠가 라면 좋아하는 것 몰랐니?" 라고 할까봐 겁도 났다


언제 효도하나, 돈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게 해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해봤는데 한숨만 나왔다. 요즘 시대에 뼈 빠지게 돈 벌어도 집 한 채를 못 사는데... 고구마 먹다가 목이 막혔는데 물 대신 건빵 먹는 기분이다.


아-아빠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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