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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3x3 Stories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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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페로 Sep 27. 2021

말핑퐁 (2)

김쌤: 윤서는 좋은 의도로 한 말이에요. 그렇게 자꾸 따지면 윤서가 잘못한 것 같잖아요.  

정쌤: 윤서는 고찰 없이 직관만 사용하고 근거없이 행동하는 게 문제에요. 지난 달에 친구 말 듣고 수면 개선 효과 80% 라고 광고하는 기기 구입한 걸 보세요. 찾아 보니 의료기기도 아닐뿐더러 80%의 근거도 못 찾겠더군요. 지인 10명이 사용해서 8명이 효과 좋다고 응답했나 의심이 들더군요.  

김쌤: 윤서가 좋으면 된 거죠. 큰 돈 투자한 것도 아니잖아요. 

정쌤: 가격이 25만 원이었어요. 무려. 나랑 미리 논의했으면 그런 쓸데없는 지출은 막았을 걸요. 김쌤이 무조건 잘한다고 긍정적으로 반응하니까 윤서가 자꾸 그릇된 판단을 하고 잘못된 점도 개선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 거에요. 

김쌤: 내 잘못이라는 말인가요? 윤서는 좋아했어요. 그 기기를 쓰니 잠도 잘 오고 아침마다 몸이 개운하다고 하는데요. 결과가 좋으면 된 거죠. 

정쌤: 기왕 샀다면 절대반지나 인피니티 스톤 모시듯 믿고 써야 플라시보 효과라도 있겠죠. 안 쓰고 버리는 것보다는 낫네요. 하지만 계산해 보세요. 그 비용이면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1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어요. 

김쌤: 윤서는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고 싶은 거에요. 신상이 필요하다구요. 

정쌤: 신상은 금방 중고가 되죠. 감가상각 개념이 전무한가 보군요. 

김쌤: 헬스케어 프로그램은 오래 써서 지겹고 재미없대요.  

정쌤: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쓰면 근력, 체성분, 수면의 질 모두 향상될 테니 검증 안된 기기보다는 여러 방면으로 유익한 결과를 볼 수 있다니까요.  장기적 관점의 부재가 손실로 이어져요. 윤서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보니 최근 3년간 누수비용을 모았으면 욕실 시스템도 교체 가능한 것으로 나와요.  

김쌤: 지난 일 가지고 그러면 뭐해요. 사람한테는 자기 만족이 필요하다니까요. 위험한 일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윤서는 정쌤이 말할 때마다 심장이 콱 막히는 것 같다고 하던데 그 말에 공감되네요. 

정쌤: 윤서가 25세고 위험인자도 없는데 심장이 막힐 가능성은 거의 없죠. 

김쌤: 그러니까 쌤이 외로운 거예요.   

정쌤: 나는 외롭지 않은데요. 최근에 쓸쓸한 기분을 느낀 적이 없어요. 

김쌤: 윤서가 쌤을 안 찾잖아요. 남자들은 보통 여성형을 선호하는데 윤서는 날 더 좋아해요. 왜 그럴까요? 정쌤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니 윤서랑 말이 안 통하고 대부분 혼자 있는 거죠.      

정쌤: 혼자 있다고 외롭진 않아요. 혼자 있다는 건 외적 상태고 외로움은 감정이니까요. 

김쌤: 외적 상태고 뭐고 어쨌든 정쌤이 행복해 보이진 않는다구요. 

정쌤:  상태와 기분, 외로움과 행복을 구분하지 않고 이야기하니 대화의 방향이 이상해지네요. 아무튼 요새 제 기분을 굳이 표현하자면 충만함과 성취감의 비중이 더 높아요. 

김쌤: 윤서를 위해 존재하는 분이 대부분 윤서 없이 혼자 일하는데 만족도가 높아요? 이해할 수 없네요. 

정쌤: 윤서의 생활을 보조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위험도가 낮은 환경을 구축하는 일은 중요한 미션이에요. 직접 대화하는 시간은 적지만 일과의 대부분을 윤서 위주로 움직이고 있답니다. 김쌤이 윤서랑 많은 시간을 보내니 내가 하는 일이 없어 보이겠지만 큰 틀에서 나의 성과는 상위 수준을 충족하고 있다구요.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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