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y Sep 23. 2024

아홉 번째: 필연적 이별, 미완의 행복

심장병 강아지와 함께 살아내기

아침에 일어나 거실에 나오자마자 경쾌한 재즈 음악을 틀었다. 좋아하는 더치커피 한 잔과 어제 새로 산 소설책을 안고 소파에 앉았다. 맑은 햇살이 반투명한 커튼을 뚫고 들어온다. 한참 책을 읽다가 옆을 보니 새벽이가 곤하게 자고 있다. 아주 전형적이고 완벽한 행복의 순간이다.


나는 종종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 불확실한 일보다는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들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나이가 든 나의 모습, 환경 문제가 더 악화된 지구, 그리고 내 가족과의 이별 같은.


건강하게 나이가 들어갈 내 모습은 긍정적인 상상에 속하지만, 대부분의 ‘필연적 미래’는 비극의 모습을 띠고 있다. 그건 아마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별이 발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 이별을 슬프다고 받아들이는 건 내 자의적인 해석이지만, 사회 통념 상 이별이 눈물과 연결되지 않는 경우는 드무니 말이다.


슬플 수밖에 없는 필연적 미래를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이 더 간절해진다. 심장병 말기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내 곁에서 웃고, 조르고, 뛰는 새벽이가 있는 현재에 가슴이 벅차서 감당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러나 점점 커지는 행복은 내 손아귀에 전부 잡히지 않는다. 나는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감사하고 싶은데 뭔가 계속해서 미끄러진다.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계속해서 그걸 쓸어 담는 상상을 한다. 대체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다 담아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래도 결국엔 모든 걸 담는 데 실패한다. 가슴 벅차도록 행복하지만 무언가 결핍된, 미완의 행복이다.


자꾸만 부서지는 빈자리에는 아마 필연의 이별이 앉아야 하는가 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렇게나 행복한데도 가득 채워지지 않는다. 행복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빈자리의 공허함이 도드라진다.


이전 08화 여덟 번째: 天使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