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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공작 Oct 17. 2019

퍼스트 클래스의 추억

또 타 볼 수 있을까? 타고 말테야.

한창 출장을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출장지는 주로 제네바였는데 직항이 없던 관계로 일정을 주면 여행사에서 몇 개의 옵션을 보내주었다.

프랑크프루트를, 런던을, 파리 등을 경유할 수 있는 경로다.

이 때, 비행기 요금이 같이 왔는데..


같이 출장을 가는 박사님 일정까지 일괄적으로 받다보니, 비즈니스 클래스의 가격을 알게 되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가격..

제네바행 국적기의 비즈니스 클래스는 보통 750~800만원 선이었다.

(일정 변경등이 쉬운 최상위 클래스 표를 사서 이코노미도 250~280 정도 했다.)

이 때만 해도 어차피 이 돈 내고 탄다고 더 멀리 데려다 주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돈을 쓰는 것은 낭비라고만 생각했다. 이 돈 모아 여행을 더 가던가, 더 여유있게 여행을 하던가.. 그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제네바에서 서울로 돌아오던 길.. 환승지였더 파리에서 비행기에 탑승하려는 찰나, 내 표를 기계에 대니 찍 소리가 난다. 직원은 내 표를 찢고 출력이 되는 새표를 주면서 'You're upgraded, Congratulation'이라 했는데..

이 때까지만 해도, 업그레이드라는 것이 뭔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것은 애초에 티켓을 발권하는 창구에서만 있는 일이라고만 알았다. 그리고 업그레이드라는 것은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일인줄로만 알았다. (이런 운이 거의 없는 편이기에)

그러기에, 대체 직원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통 이해 불가였다. 너무 피곤해서 빨리 비행기에 타고 싶기만 했다. 비행기에 발을 딛고서야.. 그제서야.. 내게 일어난 일의 실체를 알 수 있었다.

진심으로 축하해주던 직원에게, 영문을 몰라 무표정하게 표를 받아들었다니.. 꽤 미안했다.

진짜.. 이 날 난 너무 피곤했고, 빨리 비행기에 타서 그냥 잠이 들어버리길 바랬을 뿐이다.

다시 한 번 그 날의 그 직원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비즈니스석 탑승은 정말 신세계였다.

24시간 정도는 가뿐하게 비행을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돈을 모아 비즈니스석을 타야겠다는 욕망이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당시, 내가 쓰는 신용카드는 일년에 2만마일까지 항공마일을 구매할 수 있었는데(그 전까지는 이 구매할 수 있는 마일이 제한이 없었다고 한다.), 나는 왜 마일을 돈 내고 사야 하는가. 하면서 아무런 관심이 없었는데..

비로소 깨달았다. 2만 마일을 300,000원에 사야 하는 이유를...

차곡차곡 마일을 사고, 또 신용카드 이용에 따른 마일을 적립하고, 또 출장을 다녔던 마일들이 있고..

그러다 보니 비행기마일을 꽤 모았다.


2년 전, 시드니를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일단 마일리지로 대기 예약을 했다.

비즈니스는 62,500이고 퍼스트는 80,000인데.. 흠.. 까지껏.. 퍼스트 한 번 타봐?. 언제 타보겠어.. 라며 호기를 부려봤다. 뭐, 차이도 얼마 안나네. 했지만.. (차이 꽤 나는데요?)


서울 - 시드니는 비즈니스로, 시드니-서울은 퍼스트로..

일단 항공권을 잡고 시드니 숙소를 알아보니 숙박비가 어마어마 했다.

그리고 중저가 호텔의 경우, 참 이상한게 방만 독립이고 샤워실이 공용시설이었다. 이 조차 10만원이 넘는..


비즈니스와 퍼스트를 타는데. 흠.. 샹그리아나 힐튼 같은데서 오페라 하우스를 바라보며 자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난 고뇌에 빠졌다. 어찌 어찌 저렴한 숙소를 잡았는데, 뭔가 언행불일치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예 가지 말까란 고민을 다시.


결국, 난 시드니를 갔고, 돌아오는 편을 퍼스트 클래스를 타게 된다.

원래 국적기의 퍼스트란, 인천 출발이 제일 좋다고 한다.


시드니 공항에선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가 따로 없었다. 공용라운지에 잠시 있다가 퍼스트 클래스 탑승.

비행기 기종마다 퍼스트 클래스 좌석이 다른데..

사진들에서 본 퍼스트 클래스 좌석보다 내가 탄 비행기 좌석이 좋아보이니 좋은 기종을 탔나보다.

(후에 삿포로행 퍼스트 클래스를 탔는데,, 하하하... 이건 비행기가 작기도 했지만 고속버스 좌석인 줄 알았다.)

완벽히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내 창문이 무려 4개, 크기를 자랑하는 TV..

그리고 넘쳐나는 짐 보관할 장소.

우와와와왓..



식사도 하고, 라면도 먹고,


매트리스에 누워 잠도 자고, 영화도 보고


짐도 랩핑해주고


정말 좋았던 탑승이었다.

솔직히, 이 날 타고 나선.. 뭐 굳이 퍼스트 클래스까지 탈 필요 있나, 비즈니스 정도만 충분해.. 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달콤함이 자꾸 생각나네.. 퍼스트 클래스, 우리 친하게 지내자! 니가 참 좋아.


이 시드니편하고 연결해서 인천 -삿포로를 퍼스트 클래스를 탈 수 있었는데..

인천공항에서 타니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에 가서 이런 영롱한 네임택도 만들고.



라운지에서 있으니, 조금 뒤 식사 메뉴를 주문 받는다.

아니, 퍼스트클래스 라운지 이런 곳이었어??

아침이라, 메뉴가 미역국과 오믈렛 정도였는데..

점심, 저녁엔 막 스테이크도 있고 그렇다고 한다.



삿포로까지는 비행시간도 짧았고,

좌석도 뭐..

그냥 인천공항에서 라운지 경험해 본 것으로..


아.. 퍼스트 클래스 또 탈 일이 있을까? 있게 할테다. 이글,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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