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들이 구호로는 고객제일 또는 고객중심을 외치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기업은 드물다. 기업중심의 사고가 만연한 조직에서는 공급자 중심의 착각속에서 경영층을 기쁘게 하는데 몰입한다. 반면 고객중심의 사고를 실천하는 조직에서는 고객이 지갑을 기꺼이 여는 혁신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한다. 지구의 중심을 태양이 움직인다고 믿었던 천동설에서 벗어나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움직인다는 지동설을 믿기 어려웠듯이 기업중심의 기업이 고객중심의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힘들다
[표. 기업중심의 사고와 고객중심의 사고, <The age of agile,2018>]
고객중심의 사고를 실천하는 조직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돈을 벌기보다 고객가치 창출에 집중한다.
고객을 기쁘게 하기 위해 출시하는 상품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고 돈을 벌기 위해 출시하는 상품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돈을 벌기 위한 상품기획은 복잡한 분석으로 가득하고 마음은 움직이지 않는다. 반면 고객가치에 집중하는 상품기획은 아마추어 같을 수 있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기업들이 돈을 벌기 위해 집중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경영층이 주주가치 극대화를 최우선 목표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영층이 주주가치 극대화에 집중하는 이유는 본인에게 부여된 스톡옵션이 있기 때문에 주주가치 상승이 본인의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상장회사는 분기별로 재무성과를 발표해야 하고 그 성과가 주가에 반영된다. 따라서 경영층은 단기 재무성과에 집착한다. 장기적인 주주가치는 고객가치와 동일하지만 단기적인 주주가치는 고객가치와 상충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콜센터 상담원 수를 줄이기 위해 고객당 응답시간이 짧은 상담원을 시상하면 콜센터 비용은 줄어들지 몰라도 그 기업에서 이탈하는 고객은 늘어날 것이다.
[가치착취의 악순환, <The age of agile,2018>]
주주가치 극대화가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고객가치를 훼손하면서 단기 주주가치에 집중하는 것은 장기적인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출시한 상품에 대해 기뻐하는 고객이 늘면 자연스럽게 주주가치를 상승한다. 경영층도 모르는 바 아니다. 실천이 어려운 이유는 결과가 불확실하고, 불안할 뿐 아니라 비효율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객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는데 시간과 돈을 들여 고객검증을 하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테일러 이후 추구해왔던 익숙한 경영과 결별하지 않으면 기업생존과 결별해야 하는 시기이다.
[장기적 가치창출의 선순환 <The age of agile,2018>]
- 모든 부서가 고객가치 창출에 집중한다.
고객을 중시하는 기업은 상품개발과 관련된 모든 부서들이 ‘내가 하는 활동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가?’를 질문하고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지 않는 활동은 중단한다. 특히 재무부서가 단기이익에 집중하면 고객가치 창출을 위한 상품기획이 어려워 진다.
재무부서에서도 ‘고객가치 현황’을 분석하고 전통적인 손익계산서 만큼의 비중을 두어야 한다. 고객가치 현황에 포함될 수 있는 지표는 다음과 같다.
• 고객 수 (신규고객, 기존고객)
• 신규고객 증가 수
• 고객생애 가치(CLV Customer Lifecycle Value) : 특정고객이 최초상품 구매후 이탈까지 발생한 총 매출
• 고객당 매출 (기존고객, 신규고객)
• 고객 코흐트당 매출추이 : 동일한 경험(예:특정시기에 가입)을 한 고객들의 매출추이
베인앤드 컴퍼니에서 개발한 고객가치 평가방법은 아래 그림과 같다.
[그림. 고객가치 측정법,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2020 1~2월>
- 수평적 의사결정을 장려한다.
기업중심으로 사고하는 기업에서는 수직적으로 의사결정하고, 고객중심으로 실천하는 기업에서는 수평적 의사결정을 장려한다. 고객가치에 대한 정보는 경영층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다가가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으로부터 파악한 정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개발할지, 무엇부터 개발할지를 교차기능팀이 결정한다. 하향적인 혁신은 질서정연하지만 어리석고, 상향적인 혁신은 혼란스럽지만 현명하다.
수평적 의사결정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내부조직을 고객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 전통적인 사일로(silo) 기능조직하에서 수평적 의사결정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이로 조직에서는 관리자의 관심에 집중하며 고객의 관심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 결과 기업내부 기능부서들은 목표를 달성하지만 고객들은 나쁜 경험을 한다. 고객중심의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통제권을 포기해야 하는 관리자들의 저항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두렵기 때문이다.
상품개발시 고객중심의 조직(예:전담 기능교차팀) 운영은 쉽다. 상품개발 후 해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상품운영을 고객중심으로 설계하는 것은 조직의 지속성을 전제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서비스 기업에서 고객중심으로 조직을 설계하는 것은 제조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해외의 경우 은행, 보험과 같은 금융업에서 고객중심의 조직운영에 성공한 사례가 더러 있다. 고객중심의 조직구조을 가진 기업들은 고객에게 끊김 없이 매끄럽고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 작게 개발하고 빨리 검증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행착오가 필수적이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작게 개발하고 빨리 검증하고 수정해야 한다. 마치 여러 대의 쾌속정이 난관을 피해가며 목표지점에 빨리 도착하는 것과 같다. 반면 기업중심으로 사고하는 기업의 상품개발은 큰 함정과 같아서 속도도 느리고 방향전환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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