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은행에서 판매하는 ELS에 가입했다가
모든 게 뒤틀리고 어긋나버린 나는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금호강 둑길을 걷는다.
물가의 버드나무에서 예민해진 잎 하나
툭, 떨어지고 보니 물 위 듯이…
은행직원의 말만 믿고 돈 뜯겨 추락하고 보니
나도 똑 같은 물 위이다.
은행에서 이런 종목을 파는 지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 한데
왜 나는 이런 덫에 걸려버린 걸까.
그렇게 무리를 이탈한 죄로
피켓 들고 서울까지 숱하게 집회하러 올라갔지만,
결국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있다고 느껴지는 순간,
해석의 차이가 생겨났다.
피해자가 피의자로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다는 것!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고대 함무라비 법은 아주 단순한 법말일 뿐,
버드나무 아래는 내가 모르는 층층의 계급들이 있어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누군가는 피해를 본다.
물에 뜬 건 분통 터진 한 잎의 너울거림인데…,
왜 다들 나를 한 방울의 기름이라고 말하는 걸까.
오염된 채 뛰고 있는 비대증 심장은 이쯤에서 꺼내 보일 수도 없고…,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은 허울에 지나지 않으니…,
날 밝으면 얼마나 더 나은 세상이 올까.
오기는 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