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동생과 나는 가끔씩 복현동에서 불로동까지 걸어서 시장을 다녀온다.
멀쩡한 도로를 놔두고 운동 삼아 우리는 강둑과 연결된 들길을 선택한다.
그 길에는 200년 된 아름드리나무가 서 있는 마을을 볼 수 있다.
대문만 열면 나무와 마주하는 누군가의 집 앞에서 우리는 말없이 나무를 향해 기도를 올린다.
- 이 집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집 주인은 나무가 신앙일 것 같아
동생과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집주인을 부러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여전히 동생과 함께 고목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행인이 우리를 쓱 쳐다보더니 그도 고목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나무를 향해 두 손을 싹싹 비비며 기도를 올렸다.
나뭇가지는 그에게 무슨 말인가를 속삭이는 듯 흔들렸고
갈라진 표피 밖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나열하기 시작했다.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묻힌 이야기의 진실을
나무는 삐죽삐죽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