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길을 가다가 툭, 떨어지는 낙엽에도
이웃여자는 자기를 버리고 떠난 옛 애인을 떠올리는데
나는 이웃 여자와는 달리 왜 늘 살아있는 자가 아닌
할머니, 아버지, 엄마와 같은 죽은 자를 내 사랑이라 떠올릴까.
생과 사로 갈리는 이웃 여자와 나의 사랑이
엇박자로 떨어진 낙엽을 주워 들고
각자의 애틋함을 고백한다.
나는 벌레에게 파 먹힌 상처의 크기를 재어보는데
그녀는 벌레의 식탐이 궁금하다 말한다.
어긋난 사랑의 실패는 그녀나 나나 다를 게 없지만
마치 나와 관계없이 이뤄지는 쓰디쓴 경험을
우리는 현재의 입맛대로
다르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