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시장을 다녀오는 내 앞을 휙 오토바이가 지나갔다.
마치 혈관의 조영제처럼 느껴졌다.
오토바이는 어둡던 혈관을 선명하게 비춰주고 갔다.
살면서 미처 느끼지 못하는 사이
검은 음영들은 몸 안의 골목골목을 얼마나 지나갔을까.
늘 옆에 붙어있는 그림자를 힐끗 쳐다보며
기쁨과 슬픔도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교차하듯
붙어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으나
어느 한쪽으로 기울면 몰려오는 어지럼증
양팔 저울의 꼭짓점은 예순이 다 되어서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