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록]1946년, 한국이 일본을 점령했다

8화 - 만두가게

by 팬터피

**통화시의 작은 숙소**

형원은 화를 내며 접시에 수북이 있던 만두들을 다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런 그를 진이 말렸다.


“굳이 음식까지 버릴 필요는 없잖아.”


“나라를 팔아먹은 놈이 만든 만두는 먹고 싶지 않아.”


“야, 좀 침착해 봐. 지금 통화한 저 사람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데?”


“그래, 생각을 해보자. 만약 저 사람이 우리를 속이려는 거면, 우리가 대련에서 온 걸 다 아는 사람이 굳이 이렇게 전화를 했겠어? 그냥 경찰에 넘겼겠지.”


“그 말에 나도 동의해. 근데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다른 게 있을 수도 있지.”


“어쨌든 확실한 건, 그 달수라는 사람,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뭘 했는지 다 아는 사람이야. 만약 의심이 된다면 지금이라도 우리는 여기서 도망쳐야 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형원은 언성을 높였다.


“우선 조용히 해. 누가 엿들을 수도 있잖아.”


“아니, 너 말대로 생각을 해봐.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가 우리를 속일 이유가 없어.”


“그래도 항상 조심해야 해. 그 자가 우리를 떠봤을 수도 있는 거잖아. 우리가 여기서 도망치거나 어떤 행동을 취하는 걸 보려고 덫을 놓은 걸 수도 있어.”


“음··· 그럼 네 생각은 뭔데?”


형원은 진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진은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방안을 서서히 걸으며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가 찾던 기회일 수도 있어. 하지만 위험한 함정일 가능성도 크잖아.”


“그건 내 생각도 마찬가지야. 그럼 뭐 어쩌자고?”


“우선 섣불리 판단하고 움직이지는 말자. 백야 장군님을 두 눈으로 뵐 때까지는 만두집 사장님을 한번 잘 살펴보는 게 좋을 듯해.”


“그래. 아까 날짜가 언제라 했지?”


“7월 25일”


형원이 손가락으로 수를 세어가며 얼마나 남았는지를 되짚었다.


“이제 한 달도 안 남은 거네. 알았어. 그때까지만 누구도 믿지 말고 좀 지켜보자.”




**통화 시내**


늦은 밤, 보름달이 떠 가뜩이나 밝은 도시의 시내에는 술집과 도박장의 화려한 불빛들로 더욱 찬란했다. 그 시간을 채우고 있는 건 대부분 돈 많은 중국인들과 일본인들이었다.


“개놈의 새끼들아, 이 잡것들아!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속임수를 쓰느냐! 내가 너희를 잡아서 족을 칠 것이다.”


“아이고, 경감님. 누가 속임수를 썼다고 그러십니까~ 오늘 많이 취하셨으니 멀쩡할 때 다시 오셔서 많이 따가십쇼~”


파친코에서 직원들은 관동군 정복을 입은 한 일본인을 살살 달래 밖으로 내보내고 냉큼 문을 걸어 잠갔다. 그는 낮에 만두 가게에서 돈을 뜯어낸 그 남자였다.


“누가 취했다고 그러느냐! 난 독한 술을 아무리 들이부어도 취하질 않는 사람이다. 이 거짓말쟁이들아! 이 사기꾼들아! 냉큼 문을 열고 다시 한판 붙자!”


문을 발로 차고 힘으로 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꿈쩍하지 않자 그는 언제 다시 들어가려고 애썼냐는 듯이 발길을 돌려 비틀거리며 시내의 거리를 걸었다.


“내가 다음에는 술 한 모금도 안 하고 다시 와서 다 싹쓸이할 것이다. 각오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렇게 걸어가다가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 담벼락에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두운 골목 쪽에서 기척이 느껴져 그쪽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고 한 남자가 어둠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이 놈! 놀라지 않았느냐! 봤으면 바로 인사를 해야지! 아주 혼이 나봐야 정신 차리겠느냐!”


그러나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쓰러졌고, 의문의 그 남자는 그 일본 순사를 들쳐 매고 어둠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챠샤오빠오**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분주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 이 만두 가게는 언제나처럼 활기찼다. 진은 원래 나오기로 한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벌써 나오셨네요?”


“어이구~ 일찍 나왔구만! 첫날이라 많이 피곤할 텐데 왜 이리 일찍 왔어~”


“걱정 마세요. 몸 쓰는 일이라면 오랫동안 해와서 걱정 없습니다. 사장님이야말로 늦게까지 계셨을 텐데 이렇게 일찍부터 대단하시네요.”


“난 사장이라 남의 눈치 안 보고 설렁설렁 일하잖나. 하하. 8시부터 손님 받으려면 재료 준비를 먼저 해야 해서."


“와... 진짜 대단하시네요.”


진은 어제 수화기 너머로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지만 애써 무시했다. 이렇게 사람 좋고 성실한 분이 절대 그럴 리가 없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은 누구도 믿을 수 없다. 긴장하고 잘 살펴봐야 한다. 자세히 보면 뭐라도 보일 것이다.’라고 마음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손님 받고 하려면 시간이 좀 있으니 쪄놓은 만두 좀 먹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사장님은 안 드세요?”


“난 벌써 먹었지~”


그는 식탁에 놓여있는 만두를 보고 군침을 삼켰다. 어제 정말 맛있게 만두를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형원이 그 귀한 음식을 다 버리는 바람에 짜증이 났었다. 친구만 아니었으면 진짜 한 대 쥐어박았을 것이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사장님!”


“네네. 편하게 원 없이 드셔. 뭐 얼마 하지도 않는 거니까~ 그나저나 어제 경황이 없어서 이름도 못 물어봤네.”


그는 이름을 말하려다 순간 멈칫했다. 이 사람을 정말 믿을 수 있을까?


“제 이름은 종수입니다. 최가고요. 혹시 사장님은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응, 내 조선 이름은···”


그가 대답을 하려는 그때 일본 순사 열 명 남짓이 식당에 우르르 쳐들어왔다. 그리고 갑자기 사장에게 다가가더니 그를 포박했다. 진은 당황해서 한입 물고 있던 왕만두를 떨어뜨리고 그 경찰을 제지하러 달려갔다.


“어, 종수 씨. 가만히 있어요. 일 더 크게 만들지 마시고. 나으리, 혹시 무슨 일이시길래 이렇게 일찍부터 찾아오셨습니까?”


그때 츠즈키 경감이 경찰들 무리를 뚫고 들어와 대답했다.


“어젯밤 켄타 경감이 실종되었네. 근데 조사를 해보니 그가 어제 여기에 들렀다더군. 자네가 돈을 조금 건넸다고 들었네만, 맞나?”


“네, 돈을 요구하셔서 내어 드린 것은 사실입니다.”


그때였다. 진의 뒤에서 누군가 조용히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귀에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래 놓고 이따 금방 나올 겁니다. 왜냐면 저 사장이 밀정이거든요.”


진은 그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달수라고 합니다.”





[독립운동가 인물사전]


김좌진 (金佐鎭, 1889~1930)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군의 지도자로, 1920년 청산리 대첩에서 일본군을 대파한 영웅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무예와 학문을 익히며 애국심을 키웠으며, 1910년 국권 피탈 이후 본격적으로 항일운동에 뛰어들었다. 만주로 망명한 후 대한독립군을 조직해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고, 북로군정서군 총사령관으로 활약하며 독립군의 전력을 강화했다.


이후 그는 신민부를 조직해 독립운동의 체계적인 기반을 마련했으며, 한인사회당에도 참여하며 항일투쟁을 이어갔다. 하지만 1930년, 만주의 공산주의 계열 단체와의 갈등 속에서 암살당했다. 그의 죽음은 독립운동 진영에 큰 타격을 주었지만, 그의 정신은 한국 독립운동사에 영원히 남아 있다.


‘백야(白冶)’라는 호는 ‘흰 대야’라는 뜻으로, 잡티 없이 깨끗하고 단단한 강철처럼 자신을 단련하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출처: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 『청산리 전투와 김좌진』(이원규, 2015), 『한국독립운동과 김좌진』(조동걸,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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