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 음모
**통화시 경찰서 내부**
막상 사장을 급히 체포해서 데려왔으나 뭐부터 어찌 물어야 하나 츠즈키는 고민 중이었다. 제대로 하면 큰걸 얻을 수 있겠지만, 자칫 잘못 물어봤다간 지금보다 더 조심히 움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고민 중 때마침 그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츠즈키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경감님. 김달수입니다.”
“그래, 이 시간에 무슨 일로?”
“곧 그쪽으로 대련 사건 용의자가 갈 것입니다. 혹시 문제가 없다면 지금 사장 놈을 풀어주시는 건 어떠실까요?”
“여기는 왜?”
“다른 종업원이랑 사장 면회를 가는 것 같습니다.”
경감은 자꾸 조센징 주제에 자기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 건방진 녀석. 짜증 나는 놈···
“그럼 온 김에 그냥 잡아버리는 건 어떤가?”
“그럼 다른 한 놈이 도망갈 수도 있습니다. 윗선을 파악하기도 힘들고요.”
“고문하다 보면 다 나올 텐데··· 아무튼 알았네. 네 뜻대로 해 줄 테니 잘 진행해 보게.”
“네, 감사합니다. 남녀 둘이 보따리 하나 들고 인력거를 타고 가고 있습니다. 참고해 주십시오.”
전화를 끊고 츠즈키는 만두가게 사장을 풀어주라고 지시했다. 다른 사람들은 의아해했지만, 최근 그의 독립군 관련 업적이 눈에 띄게 좋았기에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장이 나오는 동안 대련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네, 안녕하십니까. 통화시의 츠즈키 경감입니다.”
“네, 무슨 일이십니까?”
“그쪽에서 벌어진 총독님 테러범을 찾은 것 같은데, 한번 오셔서 확인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둘 다 거기 있나요?”
“지금은 한 놈만 발견한 상황입니다.”
“그럼 최대한 빨리 꾸려서 가겠습니다.”
통화가 끝날 즈음, 순사 한 명이 만두가게 사장을 유치장에서 데려왔고, 츠즈키는 그의 손에 있는 수갑을 직접 풀어줬다.
“이 선생, 오늘은 실례가 많았소.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벌써 조사가 다 끝난 겁니까? 사라지신 그분은 돌아오셨습니까?”
“우선 나가면서 이야기하시죠.”
둘은 그렇게 밖으로 나갔고, 츠즈키는 주변을 살피며 그들이 오는지를 확인했다.
“굳이 이렇게까지 배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뭐 나도 산책 겸, 물어볼 것도 있고.”
“어떤···?”
“아, 근데 혹시 여기 오기 전엔 어디서 뭘 하셨습니까?”
갑자기 딴소리를 하는 츠즈키를 사장은 의아한 듯 바라봤다.
“개성 쪽에서 인삼 농장을 좀 했습니다.”
“아, 근데 왜 그만두셨소?”
“농사라는 게 인력으로만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근데 개성에서 여기까진 어떻게 이 먼 곳까지?”
“먹고살려다 보니 이것저것 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근데 그건 왜···.?”
“아, 뭐··· 장사를 워낙 잘하셔서 궁금해서요. 아무튼, 조사하다가 다른 유력한 용의자가 특정되었소. 그래서 보내드리는 것이니 오해는 마시오.”
“혹시 누구입니까?”
“그건 극비라 알려드릴 수 없소.”
이런저런 말을 지어내며 최대한 오래 그와 대화를 나누며 건물 밖으로 나왔지만, 아침에 본 그 대련 폭파범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좀 귀찮지만, 이 건만 잘 해결하면 백야와 대련 사건, 그리고 앞에 있는 사장까지 잘 해결할 수 있다. 그러니 좀만 참고 이 어이없는 광대짓에 따르자고 경감은 생각했다.
네, 그러시겠죠.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아, 내 정신 좀 봐라. 하하. 제가 물을 게 있다 하지 않았소. 그게 말이오.”
“네, 말씀해 보시죠.”
“아, 음··· 혹시 한 달 수익이 어느 정도요?”
“네??”
사장은 그의 어리숙한 질문에 어이없어했다. 그도 뇌물을 바라고 이런 짓을 벌이는 건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츠즈키는 자기가 물어보고도 참 경우에 맞지 않는 질문이라는 생각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아, 뭐, 내 친척이 이쪽으로 넘어와 식당이나 할까 하더라고. 그래서 한번 물어본 거요. 그래서 아까도 이것저것 물어봤던 거고.”
“매달 대중이 없어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그리고 돈 들어오고 나가는 건 제 아내가 관리하는지라··· 전 그냥 안에서 하루 종일 만두나 빚고 있습니다.”
“사장님!”
그때였다. 멀리서 사장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츠즈키는 이 소리를 듣자마자 이때다 싶어 냅다 그의 손을 두 손으로 꼭 붙잡았고 이후 어색하게 어깨를 토닥였다. 그의 갑작스럽 친절함과 접근에 사장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시군요. 그럼 잘 가시오. 오늘은 정말 미안했소. 고생 많았어요.”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있는 걸 형원과 진이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봐도 서로가 꽤나 가까운 사이인 듯했다. 심지어 이 둘은 주변을 경계하듯 두리번대다가 예진이 가까워지는 것을 보자 황급히 잡은 손을 놓고 멋쩍은 듯 뻘쭘하게 서 있었다. 이를 보며 형원은 생각했다.
‘저 사장과 경감 사이에 분명 무언가 있다.’
형원은 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 사람이 사장이라고? 왜 관동군 경감이랑···”
“나도 모르겠어···”
“저 새끼 배신자가 확실해.”
“······”
“그 달수라는 자, 나도 직접 봐야겠어.”
형원은 사장과 츠즈키에게 얼굴이 팔리지 않게 반대 방향으로 인력거를 끌고 뛰어갔다.
‘역시 달수란 사람 말이 정말 맞는 것인가?’
**골목길**
사람이 많지 않은 한적한 골목길. 중절모에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덩치 큰 사내 하나가 길을 걷고 있다. 이 사람은 켄타를 심문했던 사람 중 하나인 다물단의 익수였다.
그는 길을 걷다가 옆에 있는 건물과 건물 어둡고 좁은 곳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그 골목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거기에는 익숙한 한 남자가 있었다. 바로 달수였다.
“오, 달수 동지! 이 시간에 어인 일로? 나 보러 온 거야?”
“네.. 네. 익수 형님··· 저희 식당 사장님께서 방금 경찰서에 끌려갔습니다.”
“식당 사장님이? 왜?”
사장님의 소식에 깜짝 놀란 사내는 눈이 휘둥그레져 되물었다.
“저도 자세한 건 아직 못 들었습니다. 근데 일본 경감 하나가 실종되었다고 합니다.”
“아··· 그래···”
“혹시 뭐 아시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익수는 그 질문에 약간 당황하며 답했다.
“나? 나는 아는 바가 없는데? 그거 물어보러 온 건가?”
“걱정이 돼서요···. 이런 일이 있다는 것도 알려드리고, 혹시 뭘 미리 알아야 저도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우선 난 그거 관련 아는 게 없고. 안다 해도 못 알려 주네··· 자네도 알다시피, 자네를 비롯해 우리 쪽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된 단원들은 너무 많이 알려해서도 안 되네. 우리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 필요한 거고, 자네 입장에서도 지금 상태에서 너무 많은 걸 알게 됐을 때 일본 놈들의 타깃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네.”
“네, 알고 있습니다. 근데 사장님께서 잡혀가시니 혹시 여기를 계속 다니는 게 위험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걱정이 좀 됩니다.”
“식당 사장님이 조사받으러 들어간 건 안타깝네만··· 나도 이번 건은 아는 게 없어서 뭘 알려줄 수가 없네. 미안하네.”
달수는 켄타의 실종 및 사장 관련 정보를 얻어갈까 해서 이렇게 왔는데, 별다른 소득이 없자 좀 짜증이 났다.
그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세게 들어갔다. 그렇지만 너무 적극적이면 의심받을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은 좀 참자고 되뇌며 돌아서려 했다. 그런데 황익수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근데, 자네 혹시 현우를 소개받지 않았나?”
염려했던 질문이 갑자기 들어오자 그는 이런 상황이 왔을 때를 대비해 준비했던 답을 바로 내뱉었다.
“네, 맞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나요?”
“아니네, 최근에 언제 봤지?”
“그때 따로 소개해 주신 이후 따로 본 적은 없습니다.”
“그렇구먼. 혹시 수영이는 아나?”
“네? 그 이름은 처음 들어봅니다. 전 아직 형님께서 현우 동지만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렇지···”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별거 아니네. 알겠네. 내가 나중에 따로 연락하겠네.”
이 조직은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모이는 방식이 아닌, 밀정 등의 위험 요소를 배제하기 위해 점조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전 독립군 조직에서 함께 머물렀던 지인의 추천으로 익수를 소개받아 이곳에 합류한 달수는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현우 말고는 다른 사람을 소개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현우를 미행하여 수영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이 둘이 만두 가게에서 몇 번 자연스럽게 접선하며 사장과도 알고 있는 듯한 눈치라 우선 둘을 밀고하고 사장을 염탐하기 위해 식당에서 일하고 있던 것이었다.
아무런 소득은 없었지만, 다행히 대답을 잘 준비한 덕에 익수의 질문을 잘 피한 달수는 교묘한 웃음을 띠며 다시 식당으로 서둘러 돌아갔다.
[독립운동가 인물사전]
황익수 (黃益秀, 1910~1950)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가이자 군인으로, 항일 비밀결사 조직인 '다물단'의 단장을 역임했다. 1910년 경상남도 울산에서 태어나, 일찍이 민족의식과 독립정신을 함양하며 성장했다.
1930년대 초반, 황익수는 다물단은 주로 일제의 밀정과 친일파를 색출·처단하는 임무를 수행하며, 독립운동 조직의 기밀 유지와 정보 수집에 큰 역할을 했다. 이러한 활동으로 인해 일제의 집중적인 감시와 탄압을 받았으며, 결국 조직은 해체되었지만, 황익수와 단원들은 독립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해방 이후, 황익수는 대한민국 국군의 창설에 참여하여 군인으로서의 삶을 이어갔다. 그러나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전선에 나섰고, 그해 전사하며 생을 마감했다.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 하였다.
*출처: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